신의 한 수 ‘얇은 피 만두’ 극한의 기술력 경쟁
신의 한 수 ‘얇은 피 만두’ 극한의 기술력 경쟁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1.21 0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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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점유율 15% 차지…전체 시장 4700억대로 끌어올려
속 비쳐 식욕 자극하고 만두소 맛 생생한 느낌

HMR 강세 속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 냉동만두 시장에 긴급 ‘피(皮)’가 수혈되며 재반등에 성공했다.

2010년 초창기 각사마다 차별화된 만두소의 경쟁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얇게 만드는 만두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얇은 피 만두’는 9개월 남짓 짧은 기간에 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정체됐던 성장률을 끌어 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처음으로 4000억 원을 돌파한 냉동만두 시장은 2016년 4434억 원, 2017년 4623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들어 4616억 원으로 성장세가 한풀 죽었으나 작년 4700억 원 규모로 재반등했다.

재반등의 주 요인으로는 ‘얇은 피 만두’의 인기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속이 비칠 정도의 얇은 만두피가 식욕을 자극하고, 반죽이 줄어 만두소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한 점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풀무원 ‘생가득 얇은피 꽉찬속 만두’ 히트…해태 제치고 2위
오뚜기  최소 0.2mm로 승부수…‘굴림만두’ 호평
CJ “만두소와의 조화가 중요…글로벌 제품 개발”

작년 3월 국내 ‘얇은 피 만두’ 문을 연 풀무원의 0.7mm 만두피 ‘생가득 얇은피꽉찬속 만두(일명 얄피만두)’는 출시 한 달 만에 12만 봉지, 7개월 만에 1000만 봉지가 팔렸다. 이전까지 냉동만두 시장에서 연간 1000만 봉지를 기록한 것은 메가 히트작이라 불리는 CJ제일제당 ‘비비고 왕교자’가 유일하다. 기세를 몰아 풀무원은 냉동만두 시장점유율 20% 이상 치고 올라가 기존 4위에서 2위를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매출 면에서도 작년 냉동만두 제품 총 매출 약 700억 원 중 400억 원을 ‘얄피만두’에서 달성했다.

현재 별 다른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풀무원은 경쟁사들의 추이를 관망하며 향후 냉동만두 트렌드를 주도할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풀무원은 올해 냉동만두 시장에서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위 자리를 내준 해태제과는 0.65mm 두께 만두피로 빚은 고향만두 소담을 선보이더니 작년 말 수제만두 느낌을 살린 ‘속알찬 얇은피 만두’를 앞세워 명가재건에 나섰다.

이 제품은 만두 가장 자리를 사람이 직접 안으로 말아 넣어 식감과 시각효과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어서 주문 물량이 평소 2~3배에 이르고 있지만 수작업으로 처리하다 보니 생산량이 하루 1000박스 정도에 불과해 대량 생산은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생산성은 감소하지만 한 눈에 구별되는 수제 만두의 정성과 맛을 담기 위해 불이익을 과감히 감수했다. 소비자들이 정성이 담긴 맛의 차이를 인정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시판 냉동만두 중 가장 얇은 0.2mm 만두피 두께로 승부수를 띄웠다. 작년 10월 이마트 전용상품으로 개발한 ‘프리미엄 X.O. 굴림만두’는 출시 두 달여 만에 매출 2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호조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달부터는 모든 대형유통점에 입점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피가 얇을수록 속이 꽉 찬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X.O. 굴림만두’를 접할 수 있도록 구매처를 보다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작년 10월부터 조인성을 광고모델로 한 TV광고와 전국 주요 대형할인점에서 시식행사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총력을 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체기를 겪던 냉동만두 시장에서 ‘얇은 피’ 마케팅은 신의 한수로 불리고 있다. 인기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만두 피 개발을 위해 업계가 쏟아 부은 R&D 만으로도 향후 시장이 한 계단 상승하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냉동만두 시장 절대강자 CJ제일제당은 얇은 피 만두 전쟁 동참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무게 중심을 더욱 둔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왕교자 역시 0.6mm 만두피를 사용했지만 사실 만두피의 두께는 만두소와 최적의 조화를 위함일 뿐 만두피의 차별화는 처음부터 회사 차원의 마케팅 방향과 거리가 멀었다”며 “그 보다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패러다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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