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의 전통음식 곰탕과 설렁탕의 가치
[기고] 우리의 전통음식 곰탕과 설렁탕의 가치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20.02.0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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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명예교수 (전북대학교,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곰탕이나 설렁탕을 좋아한다. 담백하면서 진한 국물이 있고 그 속에 고기까지 들어있으니 즐길만하다. 또한, 고춧가루, 파 등 향신료로 자기 취향에 맛을 맞춰 나름대로 조절할 수 있고 큰 부담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곰탕과 설렁탕(설롱탕)은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서 다른데 곰탕은 소의 뼈나 양, 곱창, 양지머리 등 국거리를 넣고 진하게 푹 고아서 만든 국물이고 설렁탕은 소의 내장, 머리, 소뼈, 도가니 등을 푹 삶아서 만든다. 모두 소에서 얻는 재료를 사용하나 이용 부위가 약간 다르다. 곰탕이나 설렁탕은 예로부터 보신하는데 많이 먹어왔고 오래 보관해 놓고 먹을 수 있어 장점이 있다. 노령기에 접어든 남자는 집안에서 안사람이 곰국을 끓이면 조심하라는 얘기는 아마도 본인이 며칠 집을 비운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편을 위한 최소의 배려로 굶지는 않게 곰탕을 끓여놓으니 여기에 이의를 달고 구시렁거릴 간 큰 남자가 있을까?

오래전 미국이나 호주에 유학 간 우리나라 가난한 유학생들이 현지인들이 버리고 있는 뼈나 내장 등을 공짜로 얻어다 끓여 먹었는데, 이로 인하여 곰탕의 진가를 알아챈 상인들이 지금은 이들 재료를 돈벌이 식재료로 판매하고 있다. 하긴 서양에서도 오래전에 본(bone) 수프(뼈 국물)를 사용하긴 했지만, 제한적으로 식재료로 이용되었다. 근래 연구에 의하면 뼈 곰국은 화농성 질환을 억제하고 관절 통증을 낮추면서도, 근래 큰 관심의 대상이 되는 장내 미생물의 활동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뼈 곰국이 심혈관질환 발병 억제에 이바지하는 펩타이드가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소뼈 국물을 낼 때 한 번 끓인 후 식혀 엉긴 기름을 걷어내고(포화지방 때문) 다시 끓이는 것을 반복하여 뼛속에 들어있는 수용성 콜라겐과 또 다른 단백질을 충분히 우려낸다. 이렇게 만든 뼈 국물은 곰탕이나 설렁탕의 기본이 됨은 물론이고 시래깃국을 끓일 때 국물로 사용하면 그 진한 맛을 다른 것에 비교할 수 없다. 떡국을 끓일 때도 맛을 내는데 사용할 수 있다. 그 용도가 다양하여 누구에게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범용의 우리 고유한 전통음식이다.

소 한 마리 중 소뿔 빼고는 식재료로 모두 이용
단백질 등 소화 쉬워…라면 스프·조미 소재로도
콜라겐 분해물 항산화 작용 등 과학적 구명 필요

뼈를 고온으로 가열 처리하면 뼛속에 들어있는 골수 등 단백질이 분해되어 작은 조각, 즉 펩타이드 형태로 쪼개짐으로써 소화가 쉬울 뿐만 아니라 이들이 체내에 들어가 작용하는 여러 생리적인 역할이 알려졌다. 가열로 얻어지는 것은 주로 콜라겐 분해물인데 잘 알려진 항암효과가 있는 항산화 작용이 밝혀졌고 심혈관 질병 유발에 관여하는 효소들을 억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다양한 기능이 있다는 것을 우리 조상들은 알았을까? 지금의 과학 기술이 이들의 기능을 밝혀내고는 있지만 이런 기능을 알았건 몰랐건 상관없이 우리 전통음식, 곰탕과 설렁탕은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래 우리 한식의 건강 기능성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원인으로 채식과 발효식품 위주이기 때문이란 논리를 펴고 있으나 이들 식단에서 필수영양소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원으로 소의 뼈 국물인 설렁탕과 곰탕은 그 역할을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다. 라면의 스프나 그 외 조미용 소재에도 뼈 삶은 물을 농축하여 가루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결코 일시적인 처방이 아니라 오랜 우리 식생활에서 얻은 지혜이다.

소를 도살하여 얻은 살코기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먹고 어찌 보면 부산물인 뼈는 서민의 식재료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소뼈가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기능을 알아차린 결과이다.

하긴 우리나라 사람들같이 한 마리의 소를 가지고 수십 가지로 먹는 용도를 개발하여 식단을 풍요롭게 하는 경우는 세계에 별로 없을 것이다. 쇠뿔과 발톱을 제외하고는 어느 부위라 하더라도 용도를 개발하여 식재료로 이용하였고 그 맛을 즐겼다. 육류 소비가 극히 제한되었던 시절에는 소 한 마리는 큰 먹을거리였고 결코 쉽게 얻을 기회가 없었다. 조선조에서도 소의 중요성을 알아 농번기나 가뭄 등 사회 환경이 나쁘면 소 도살을 왕명으로 제한한 기록이 있다. 농사에 필수 짐승인 소의 쓰임새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곰탕이나 설렁탕 등 우수한 전통식품이 있어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준 것에 고마움을 느끼나 이제 집중적으로 이들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밝혀 세계 식품화하는 데 과학계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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