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류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가닥…“신기술 면류·신규 생산 방식은 예외를”
면류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가닥…“신기술 면류·신규 생산 방식은 예외를”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11.23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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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설비 투자 신공법 냉면 등 고품질·일정한 맛으로 글로벌 경쟁력 갖춰
중소기업 보호 공감 불구 산업 경쟁력도 키워야
김치처럼 대기업 참여 땐 中企 해외 판로 개척

냉면 등 면류를 제조하는 한 식품대기업은 최근 유럽의 스낵설비에서 적용하던 ‘고압의 이중압출방식’을 면류에도 적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고민이 많다.

이 설비를 면류에 적용한다면 열을 가하고 면발의 형체를 만드는 과정을 구분해 고압의 압출기로 이중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면발의 밀도가 강화되고 쫄깃함이 살아 있다. 면발이 붙지 않아 별도 숙성 과정 없이 원료투입부터 포장까지 자동 연속 공정으로 생산이 가능하지만 올해 중 면류의 생계형적합업종 품목 지정으로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장류, 두부 등과 같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품목으로 면류(국수, 냉면, 당면)도 포함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식품대기업은 신기술 적용 및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생산설비 구축 시에는 별도의 예외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냉면을 제조·생산하는 한 식품대기업 관계자는 “냉면은 사람이 직접 반죽 후 면틀을 이용해 눌러 면을 뽑아내는 전통방식이 기본이지만 산업화 시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기계로 면을 밀어내면서 동시에 열을 가하고 면발의 형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변경하다보니 면발을 뽑아내는 힘도 약하고 제품의 밀도 편차를 발생시켜 일정한 맛 구현이 어렵다. 현재 대다수 중소업체는 여전히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한국의 면류 제품이 세계 속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제조·생산방식으로는 글로벌 시장 문턱을 넘을 수 없다”며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에서 한식 세계화를 확대할 수 있도록 면류 제조 시 신기술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뤄지는 신규 생산방식의 경우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식품대기업 관계자는 “파스타 역시 오늘 날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무수한 기술개발과 최신식 설비를 도입해 왔다”며 “이미 한국의 라면이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한국의 면류까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면류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심각한 오류를 더 이상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정부의 정책이 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그동안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통해 대기업의 진출을 강제로 막았지만 그 만큼 중소기업이 혜택을 봤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면서 “반면 적합업종 품목에서 해제된 김치의 경우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첨단기술개발, 제품 다양화 등의 노력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원동력이 됐고, 이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판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계 전문가는 “대기업과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는 깊이 공감하지만 산업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기 보다는 시장 갈등요소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범국가적 식품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산업의 진흥 육성을 위해 상생의 틀 안에서 선순환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면류공업협동조합 이정길 전무는 “현재 면류에 대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품목지정에 대한 심사가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기업들의 이 같은 주장은 정부에서 판단할 부분이며, 조합 입장에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경우 5년간 대기업 등은 OEM생산을 제외한 해당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의 벌금, 매출액 5% 이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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