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 관리 제도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57)
이물 관리 제도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5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5.2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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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건수 정체 어느 정도 해결…시장에 넘겨야

식약처는 지난 5월 14일 노브랜드 ‘얼그레이 홍차’에 대해 금속성 이물 부적합 사유로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이마트가 스리랑카 OEM 완제품의 수입과 판매를 맡고 있고 노브랜드 상표를 붙였다. 지난 2018년 태국 해외공장에서 제조한 노브랜드 ‘숯불양념닭꼬치’서도 비닐이 검출이 됐고 같은 해 ‘계란과자’에서도 콘돔 껍질이 나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시작된 연쇄적인 이물 사건으로 2010년에 「식품위생법」 제46조에 근거해 세계 최초로 의무 보고 대상 이물을 고시하면서 정부의 이물관리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부정·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1399)의 ‘2019 불량식품 유선 신고 동향’에 기록된 11,176건(2019년 기준)의 신고 건수를 살펴보면 ‘이물’이 22.3%(2,494건)로 가장 많았고 유통기한 경과·변조(13.7%), 제품 변질(6.8%), 무허가 영업(3.9%), 표시사항(4.1%), 과대광고(1.8%) 등의 순서로 이물이 주는 식품업계의 부담이 가장 큰 것 같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식품위생법」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제1. 총칙 3. 용어의 풀이에서 ‘이물’은 “유충과 배설물, 설치류 및 곤충의 흔적물, 동물의 털, 배설물, 기생충 및 그 알 등, 식물성으로 종류가 다른 식물 및 그 종자, 곰팡이, 짚, 겨 등, 광물성으로 흙, 모래, 유리, 금속, 도자기 파편 등이 있다.”로 정의돼 있다. 또한 제2. 식품 일반에 대한 공통기준 및 규격 3. 식품 일반의 기준 및 규격 2) 이물에서는 식품이 함유해서는 안 되는 이물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원료의 처리 과정에서 그 이상 제거되지 아니하는 정도 이상의 이물”, “오염된 비위생적인 이물”,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단단하거나 날카로운 이물(다만, 다른 식물이나 원료식물의 표피 또는 토사, 원료육의 털, 뼈 등과 같이 실제에 있어 정상적인 제조․가공상 완전히 제거되지 아니하고 잔존하는 경우의 이물로서 그 양이 적고 위해 가능성이 낮은 경우는 제외한다.)”, “금속성 이물로서 쇳가루는 식품 중 10.0 mg/kg 이상 검출되어서는 아니 되며, 또한 크기 2 mm 이상인 금속성 이물이 검출되어서는 아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이물을 ‘기준 및 규격’으로 관리하고 있었으나 2010년 이물 관련 사건․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식품위생법」 제46조,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31조 6에 근거해 세계 최초로 ‘의무 보고 대상 이물’을 고시하면서 정부의 이물관리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보고 대상 이물의 범위와 조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3조에 보고 대상 이물의 범위 등을 정했고 제4조에는 보고 대상 영업자, 제5조에는 이물 발견 사실 보고 방법 등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식품·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이물신고 시 보고 대상 이물에 해당되는 경우, 지방식약청, 지자체 등에 7일 이내 보고해야 하며 조사 기관의 이물 원인 조사, 평가를 거쳐 영업자와 소비자에게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보고되는 이물은 주로 벌레를 위시한 곰팡이, 금속, 비닐 및 플라스틱, 유리 순이다. 살아있는 벌레는 식품을 보관 취급하는 과정 중에 혼입되고 곰팡이는 보관·유통 중 용기·포장이 파손되거나 뚜껑 등에 외부 공기가 유입되어 주로 발생한다. 2016년 기준 식품유형별로는 면류(739건, 13.9%), 과자류(652건, 12.2%), 커피(514건, 9.6%), 빵·떡류(446건, 8.4%), 시리얼류(328건, 6.2%) 등의 순으로 이물이 많이 보고된다. 제조단계에서 발생한 이물은 2016년 기준 12.9%에 불과했으며 소비유통 단계에서 28%, 오인신고 15%, 그리고 약 45%가 조사 또는 판정불가인 상황이라 제조 이외의 영역에서의 안전 관리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도 의무 신고(보고)제 시행 이후 꾸준한 정부의 노력과 기업들의 시설투자, 교육 및 기술 수준 향상 노력, 소비자의 참여 등으로 신고(보고) 건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물 보고 건수는 2010년 9,740건에서 2015년 6,017건, 2017년도 3,236건, 2019년 3,898건으로 감소 추세이나 2017년부터는 더 이상 감소하지 않고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이물신고(보고) 건수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식품업계의 안전 관리 소홀이라기보단 식품의 특성상 제조․유통 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까지도 보고 대상이라 그렇고 더 이상 인력으로 줄이기 어려운 이물관리의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식품 중 이물 발생은 완전 예방이 불가능해 미국 등 식품안전 선진국조차도 생쥐, 벌레 등 많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고의성이 없고 위해성이 낮은 경우, 크게 문제 삼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간여하지도 않는다. 이물 발생은 대부분 기업과 소비자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PL(제조물책임) 법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PL 법을 2002년에 도입해 시행하고 있고, 회수제도(recall) 역시 1995년에 입법화되었다.

이물보고 제도는 매우 성공한 제도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적으로 보고된 발생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정부의 행정 부담이 크고 식품산업 또한 비용과 인력이 크게 발생해 식품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규제에 편승한 블랙 컨슈머의 횡포도 심해지고 있는 것 등이 단점이다. 이물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제도 시행 10년의 현시점에서 이물관리는 시장으로 돌려줄 때가 됐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식품위생법」 상 이물로서 관리는 하되 정부에서 일일이 보고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보고 대상 이물의 범위를 축소해야 하는데, 유리나 금속성 재질 등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만 보고토록 하고 섭취과정에서 혐오감을 줄 수는 있으나 눈에 보여 제거할 수 있는 파리, 바퀴벌레, 기생충, 이쑤시개, 돌, 모레, 고무류 등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 생각된다. 또한 신고자에게도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하고 오인 또는 허위 신고 시에는 무거운 책임 및 처벌을 함으로써 신고 건수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본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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