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매각’ 홍 회장 변심으로 새 국면
‘남양유업 매각’ 홍 회장 변심으로 새 국면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9.01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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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장 “매수인 비밀유지 의무 위반,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 주장
한앤컴퍼니 “약정위반 사실무근…계약 유효하다”
새로운 인수 후보 찾기로…한앤컴퍼니와 소송전 불가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을 둘러싼 사주인 홍원식 전 회장과 매수인인 한앤컴퍼니의 갈등이 결국 소송으로 번진 끝에 홍 회장이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경영권 인수 상대였던 한앤컴퍼니와의 매매 계약을 결국 해지했다. 이로써 양측의 소송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 회장은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찾아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홍원식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LKB파트너스는 1일 “홍원식 회장이 계약 상대방인 한앤코를 상대로 매수인 측의 약정 불이행으로 부득이하게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며 “매도인(홍 회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매각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홍 회장의 입장을 전했다.

일각에선 계약 거래 해지를 예견하기도 했다. 거래 종결일로 확정된 지난달 30일 홍 회장 측은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주주총회를 9월 14일로 6주 연기하고 거래 종결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간에는 홍 회장의 속내가 계약 해지를 비추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이에 지난 30일 매각사로 나선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매도인 측을 상대로 거래 종결 의무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알려졌다. 이유 없는 이행 지연과 무리한 요구를 지속했다는 것이 이유다.

한앤컴퍼니는 소송 제기 입장문에서 “매도인 측은 계속된 문의와 설득에도 2주 이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무리한 사항들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협상을 제안해왔다”며 “8월 3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시 주식매매계약 해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회장 측은 “거래 종결을 위한 협의 기한이 아직 남았고 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의를 제안하고 있는데 인수인 측이 소를 제기하고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해 심히 유감이며 최종시한까지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의사를 표했으나 결국 계약 해지를 선언하고 말았다.

홍 회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한앤코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들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의 대한 배려 없이 매도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 관계마저 무너뜨렸다고도 비난했다. 특히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다고 부연했다.

법률대리인 측은 “그간 홍 회장은 계약 유효기간 동안엔 계약상 비밀준수의무가 있고,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당사자가 계약 관련사항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것은 적절한 일도 아니다”며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관련 사항들을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의 거래 계약 해지 발표와 관련 “홍 회장 측이 주장하는 사전 합의된 사항에 대한 입장 번복, 비밀유지의무 위반, 불평등한 계약, 남양유업 주인 행세 및 부당한 경영 간섭 등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며 계약이 계속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한앤컴퍼니가 법원에 신청한 남양유업의 주식 매각 가처분 신청을 인용,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과 부인 이운경 고문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에 대해 처분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래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입장문 전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입장문 전문]

우선 지난 5월 27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어느덧 석 달이 지났음에도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이렇게 마무리 짓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본인은 대표매도인으로서 이미 8월 17일에 밝힌 것과 같이 임시 주주총회일 이전에 거래종결일을 7월 30일로 볼 수 없고, 거래종결을 위해서는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매수인 측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협의를 이어나가고자 했습니다.

이는 당사자 간 합의가 끝난 이슈임에도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들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며, 주주총회를 연기하게 된 것도 매수인이 계약서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황급히 거래를 종결하려 하였기에 저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습니다.

주총 연기 후 저는 위 문제에 대해서 매수인과 협상하려 하였으나 매수인은 언론을 통해 저를 비난하거나,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막대한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겁박하기만 할 뿐, 대화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계약상으로도 8월 31일까지는 협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도 매수인은 이보다 일주일도 더 앞선 8월 23일, 주식 양도 소송을 제기했다고 압박하는가 한편, 아직 계약이 유효함에도 비밀유지 의무를 위배하고 여러 차례 계약이나 협상의 내용을 언론에 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매수인은 흡사 제가 53%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도 결정할 수 없는 중대하고, 남양유업에 무슨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을 만큼의 무리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모두 쌍방의 합의가 됐었던 사항임에도 이를 침소봉대하여 발표한 것일 뿐입니다.

오히려 M&A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저는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아니하였고 계약의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권 교체라는 대의를 이행하고자 주식 매각 계약을 묵묵히 추진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매수인은 저의 곤궁한 상황을 기회로, 거래종결 이전부터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하고 저와 사전에 했던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채 서둘러 거래를 종결하려 했던 것입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계약이행을 위한 최선을 다하였으나 결국 무산되었고, 그렇게 계약서에 정한 8월 31일이 도과되었기에 부득이 계약을 해제하게 되었습니다.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라는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어 다시 한번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하나,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남양유업이란 이름 안에서 오랜 시간 함께한 임직원, 주주, 대리점, 낙농주, 그리고 고객들에게 있어 그것이 남양유업 대주주의 마지막 책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계약을 해제할 수밖에 없게 만든 매수인에게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없게끔 하고자 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 많은 시간적,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음은 물론이며, 계약 과정에서 저를 기망한 사실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검토하겠습니다.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노쇼’라고 저를 비방했던 일체의 과정에 대한 책임도 묻겠습니다.

특히 매수인은 계약이행 기간 중임에도, 협의는커녕 부당하게 가처분 신청마저 하였습니다. 계약해제 통보가 이루어졌음에도 이를 취하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 역시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는 것입니다.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니 이번 일로 실망하지 마시고 향후 과정을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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