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이슬람, 술 대신 무알코올·커피음료에 열광
중동 이슬람, 술 대신 무알코올·커피음료에 열광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1.11.25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 유지하면서 분위기 내는 음료…UAE 시장 10% 성장한 51억 불 규모
위드 코로나로 비즈니스 늘어 무알코올 맥주·와인 각광
식품 매장서 판매…트렌디한 포장에 저칼로리 등 고급화
무알코올 온라인 몰 ‘Drink Dry’ 론칭…인접국으로 확장
사우디선 커피숍 회복세…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성업

이슬람 경전 코란에서는 음주를 도박 등과 함께 해악이 많음을 지적하며 피하라고 경고한다. 이에 이집트나 요르단 등 적용을 달리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중동의 많은 무슬림은 술을 금기시하고 마시기를 꺼려 하며,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레이트(이하 UAE) 등 이슬람 국가에서는 주류 판매 금지와 함께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술 대신에 선택한 것이 전통적으로는 커피이며 최근엔 무알코올 음료다.

특히 커피는 환대의 상징으로 여길 만큼 전통과 생활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고유의 맛과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구문화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전통을 벗어난 다양한 커피 메뉴가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글로벌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진출하면서 커피숍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커피와 함께 최근 부쩍 성장하고 있는 것이 무알코올 시장이다. 무알코올 음료는 음주를 하지 않으면서도 건강과 함께 기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소비가 늘고 있다.


성장하는 무알코올 시장


코트라 두바이무역관에 따르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UAE 음료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2020년 기준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규모는 43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또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0% 성장한 51억 1,7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UAE에서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건강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향상이다. 무알코올 음료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며 음주를 자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또 일부는 금주를 위해 단계적으로 음주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무알코올 음료를 선택하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면서도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음료가 아닌 무알코올 음료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두 번째는 주류 규제로 인한 대안으로 무알코올 음료를 선택하고 있다. UAE는 각 토후국별로 각기 다른 주류 판매 및 소비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아부다비의 경우 2020년 9월부터 거주민, 관광객의 주류 구매를 위한 라이선스 취득·소지 의무를 폐지하고 특정 종교적 기념일에 주류 판매를 금지하던 규제도 폐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두바이의 경우 거주민이 오프-트레이드(Off-Trade) 구매 시 라이선스를 소지해야 한다. 라이선스는 수수료 270 디르함(약 73달러), 신청 서류, 에미레이트 ID를 제출하면 발급받을 수 있는데, 신분증에 주류 구매 허가 신청이 기록되는 것과 수수료 납부에 부담을 느껴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는 거주민이 많다. 그러나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았을 경우 주류 구매가 매우 제한적이기에 대안으로 무알코올 음료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한다.

세 번째는 위드코로나를 맞아 사교모임과 사회활동이 증가한 것을 꼽을 수 있다. UAE는 공격적인 백신접종을 통해 올해 10월 초부터 코로나 극복을 선언했다.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사교모임 인원 제한 등 방역 수칙이 대폭 완화되었으며, 두바이 엑스포를 비롯해 각종 행사 및 비즈니스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동시에 사교모임이나 비즈니스를 위한 외식 빈도가 높아지며 무알코올 음료 소비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체질, 건강상 음주가 어렵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기존에는 술자리와 모임에서 일반 음료나 물만 마실 수 있었지만, 무알코올 음료가 판매되면서부터 맥주잔과 와인잔을 들고 함께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코로나 이전에도 다수 레스토랑과 식당에서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칵테일을 의미하는 목테일을 판매했으나, 다량의 액상과당이 함유되어 건강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보다 건강한 선택지로서 무알코올 맥주, 무알코올 와인이 소비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무알코올 소비가 늘면서 2020년에는 UAE 최초의 무알코올 음료 전문 온라인 쇼핑몰 ‘Drink Dry’가 론칭했다. 이 쇼핑몰에서는 글로벌 무알코올 음료들을 수입, 유통하고 있으며 무알코올 맥주, 와인, 진, 보드카, 위스키, 칵테일 등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쇼핑몰 창업자는 “2019년 처음 UAE에 왔을 때 200개 이상 국적의 인구로 구성된 UAE에 제대로 된 무알코올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무알코올 음료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기업이 전무하다는 것을 깨닫고 Drink Dry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언급했으며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로 사업 확장 포부를 밝혔다.

△주류 판매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엄격히 금지하는 UAE에서는 술을 먹지 않더라도 건강과 함께 기분을 즐길 수 있는 무알코올 음료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2020년 UAE 최초로 론칭한 무알코올 음료 전문 온라인 쇼핑몰 ‘Drink Dry’의 홍보 영상. (사진= drinkdrystore.com)
△주류 판매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엄격히 금지하는 UAE에서는 술을 먹지 않더라도 건강과 함께 기분을 즐길 수 있는 무알코올 음료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2020년 UAE 최초로 론칭한 무알코올 음료 전문 온라인 쇼핑몰 ‘Drink Dry’의 홍보 영상. (사진= drinkdrystore.com)

◇다양한 무알코올 제품들

UAE 내에서 가장 보편적인 무알코올 음료는 무알코올 맥주로 실제로 일반 식료품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현지 시장에 점차 다양한 종류의 제품과 브랜드가 진입하고 있으며, 일반 주류와 맛이 흡사하면서도 트렌디한 패키징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더불어 유기농, 100% 천연, 저칼로리, 비건 등 보다 건강한 제품임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또 일반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몰 외에도 일부 레스토랑, 카페에서도 무알코올 와인, 맥주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그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무알코올 음료를 판매하고 있는 현지 레스토랑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무알코올 음료 소비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트렌드이다. 사교활동이 활발한 젊은 세대는 건강을 챙기면서도 트렌디함을 잃지 않길 원해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두바이는 주요 관광도시이기도 하며 다채로운 이벤트가 다수 개최되고 있어, 각종 행사에서 무알코올 맥주, 와인 등의 수요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일반 주류와 맛이 매우 흡사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어 무알코올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편, 무역관은 맛 평가를 위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무알코올 레드와인을 현지 직원들과 함께 시음해 보았다. 무역관 직원 10명을 대상으로 시음한 결과 10명 중 7명은 맛과 향이 일반 와인과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레드와인 특유의 신맛과 드라이함이 느껴졌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3명은 알코올이 첨가되지 않다 보니 알코올의 톡 쏘는 맛, 알싸한 맛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을 주었다. 따라서 무알코올 음료 소비자 확대를 위해서는 맛과 향을 최대한 흡사하게 구현하는 것이 핵심 요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직원들은 무알코올 음료임에도 선뜻 시음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현지 무알코올 음료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제품 홍보 시 음주를 터부시하는 일부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일 방안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UAE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우리나라 제품도 현지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며,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선 맛과 함께 세련된 패키징과 유기농, 비건 등 부가가치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 관련 매체를 통한 노출도 홍보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활성화 기대되는 커피숍 시장


코트라 리야드 무역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어 가면서 경제가 점차 활성화되어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커피숍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한편 전통 아랍 커피 대신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커피 소비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향후 커피숍 시장 역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음주가 금지된 사우디에서 커피숍은 친목의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무더운 날씨를 피해 서늘해진 저녁부터 밤까지 가족 또는 친구들과 커피숍에서 음료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커피숍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다. 일부 문을 닫았던 매장들이 다시 개장하고 있으며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역시 2022년 이후 점포 수를 확장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커피숍은 사우디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친목의 장소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피숍 시장의 빠른 회복세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사우디 커피 소비시장이 커지면서 커피숍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커피숍의 유형뿐만 아니라 라떼, 카푸치노, 프라페 등 커피숍에서 제공하는 커피 메뉴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자료: 유로모니터
자료: 유로모니터

사우디 커피숍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타벅스의 경우 제공하는 커피와 차 종류만 50종이 넘는다. 또 코스타 커피는 소비자의 다양한 성향과 식습관을 고려하여 커피 메뉴에 베지테리언, 비건 등 세부적인 성향에 따른 성분 표시 마크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커피숍 배달 서비스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에 기인한 새로운 소비 습관으로 분석할 수도 있으나 점차 바빠지는 소비자 생활 습관의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즉 기존과 달리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확대되면서 음식 및 음료의 편의성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배달 서비스와 포장 주문에 대한 수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에도 꾸준한 증가가 예상된다.

한편, 사우디 상무부가 2021년 발표한 최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에서 커피숍 창업을 위해 약 3만여 건의 라이선스 발급 신청이 이루어졌다. 또한 2021년 말까지 약 8%의 성장률과 함께 신규 카페와 식당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재까지 약 589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사우디의 커피숍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