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생두 부가세 면제 놓고 갑론을박
장류·생두 부가세 면제 놓고 갑론을박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7.11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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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매입세액 환급 못 받게 돼…업계 “원가 상승 제품 값 6∼8% 올려야 현상 유지”
정부와의 간담회서 건의 불구 일방적 시행…난감
관세 품목 사용 장류·김치, 인하 효과 없어…커피도
유통은 기납품 물량 가격 인하 요구…손해 볼 판

1일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쌈장(500g 기준 4700원→4230원), 고추장(1kg 기준 8900원→8010원)의 가격이 인하됐다.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이달부터 소비자 판매 비중이 높은 단순가공식료품, 커피생두, 두부 등에 부가세 면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시행되는 부가세 면제 기간 중 물가안정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선 정부 정책에 대해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하며 오히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업계간 비과세 면제에 대한 물가안정 문제를 두고 동상이몽을 하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부가세 면제에는 숨은 함정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과세 품목 원재료 매입 가액이 100이라고 산정했을 때 부가세 10이 붙어 합계액 110이 된다. 이를 제품화해 매출 가액 2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여기에 붙는 부가세 20을 포함해 합계액이 220이 된다. 이때 매입세액 10을 환급받아 총 현금흐름은 100이 된다.

하지만 비과세 면제 적용을 받을 경우 기존 공제받던 원료 구입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해 실제 현금흐름은 90이 된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공급가는 오히려 상승해 결국 제품값을 6~8%가량 올려야 유지가 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와 업계간 물가안정 간담회에서 수차례 지적했지만 결국 모르쇠로 일관하며 정책을 시행했다. 원재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물류비, 인건비까지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현실을 외면한 정책까지 더해져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 주장하는 가격 인상분 6~8%도 원료값 인상 요인을 배제한 부분이다. 내막을 모르는 소비자들의 경우 정부에서 세금까지 면제해주는데 업계가 가격을 올리게 될 경우 비난하겠지만 업체 입장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여서 정부의 요구대로 인하 정책을 고스란히 따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기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소비자 판매 비중이 높은 단순가공식료품, 커피생두 등 가격 인하를 위해부가세를 면제한 가운데 업계에선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DB)
△정부가 소비자 판매 비중이 높은 단순가공식료품, 커피생두 등 가격 인하를 위해부가세를 면제한 가운데 업계에선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DB)

유통업체와의 마찰도 문제다. 유통업체에서는 1일부터 소비자판매가격을 인하·판매함에 따라 그 이전 납품됐던 재고 제품에 대해서도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하던 대형마트에서 1일 판매분부터는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해야 되므로 이전 공급받았던 재고 제품에도 면세가격을 적용하던지, 반품해 갈 것을 요구했다”며 “유통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인 제조사는 기 납품된 재고품에 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가공식품으로 분류되는 장류, 김치 등 업계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전체 90% 이상이 영세한 기업으로 구성돼 가뜩이나 경영난에 애로를 겪고 있는데, 정부 인하 정책에 호응할 경우 도산 위기까지 직면할 것이라고 하소연.

장류·김치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책 시행 시 장류업계는 면세 혜택을 받고 있는 대두 등의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 인하 요인이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간장의 경우 약 95%를 관세가 붙는 탈지대두를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인하 효과가 없다. 김치 가공 시 사용되는 고춧가루도 대부분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이 역시 관세 품목”이라고 강조했다.

커피생두 가격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130%가량 오른 커피업계 역시 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커피생두 부가세 면제 시 약 9%의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 커피생두의 경우 가공·판매 시 부가세를 환급받고 있어 정부의 부가세 면제 조치가 커피 가격 인하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없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으로 인해 원재료값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는데, 가격 인하까지 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입세액 환급이 안 돼 공급가가 증가한다는 예상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부가세 면제 조치는 제조업체가 아닌 소비자에게 물가안정 혜택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 과정(부가세 면제)에서 유통사와 제조사간 어느 정도의 마찰이 일어날 수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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