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분유 무관세, 가격 인하 효과 미지수
수입 분유 무관세, 가격 인하 효과 미지수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7.19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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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공품 강세에 일부는 이미 무관세로 들어와
음료·제과제빵 원료로 사용 땐 최소한 인상 억제 역할
유업계 재고 분유 판매가, 수입 가격과 맞춰야 해 부담

EU 등지에서 수입되는 분유의 관세율을 0%로 낮추는 정부 물가안정 시책이 발표돼 업계에 미칠 영향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는 수입 육류와 함께 각종 유제품 원료로 활용되는 분유 관세율도 0%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분유는 20~176% 관세가 차등 적용되고 있는데 일괄적으로 무관세를 반영하는 것. 분유에 무관세가 적용되면 전지분유는 ㎏당 1만5000원에서 5435원으로, 탈지분유는 1만1886원에서 4306원으로 국내 도입단가가 낮아진다. 적용 물량도 기존 1607톤에서 1만톤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분유가 각종 유제품 등 원료로 사용되는 만큼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면 다른 가공식품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정부 시책에 유업계는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책효과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분유 자급률은 10%대로 낮은 편에 속한다. 신생아수 감소로 분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 분유 재고량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고 유업체 입장에서는 분유 재고를 수입가에 맞춰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을 관세 철폐로 인해 한시적으로나마 가격을 인하해 팔아야 하는 것이라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국제 환율과 국제 유가공품의 가격이 올라 무관세만으로 가격 인하 효과까지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76%로 관세가 차등 적용되고 있는 분유에 할당관세 0%가 적용된다. 무관세 적용 시 전지분유는 ㎏당 1만 5000원에서 5435원으로, 탈지분유는 1만1886원에서 4306원으로 국내 도입단가가 낮아진다. (사진=식품음료신문)
△20~176%로 관세가 차등 적용되고 있는 분유에 할당관세 0%가 적용된다. 무관세 적용 시 전지분유는 ㎏당 1만 5000원에서 5435원으로, 탈지분유는 1만1886원에서 4306원으로 국내 도입단가가 낮아진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수입산 분유의 기존 정상관세는 최대 176%이지만 주로 유업체에선 aT의 공매형식으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먼저 소진한다. WTO에 따른 TRQ수입물량은 탈지분유와 전지분유 각각 조율관세는 20%, 40%로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탈지분유와 전지분유의 소비가 불균형하고, 전반적으로 TRQ물량에 대한 업체들의 관심이 줄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현 시점에도 연간 전지·탈지분유 수입량 2만여 톤가량 중 분유 잔량은 9000여 톤에 달한다.

또 유럽산 분유는 FTA 체결로 이미 무관세로 수입되는 물량이 대부분이라 소비자들이 이번 물가 대책을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탈지분유에 유청단백을 넣어 원유 대신 액상형 발효유 등 유가공품에 사용되는 혼합탈지분유는 미국산과 EU산이 작년부터 이미 무관세로 들여오고 있고, 특히 EU산 분유는 FTA 발효에 따라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관세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또 관세 절감이 곧바로 가격 인하로 연결된다는 것도 확실치 않다. 지난 5월 소비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입분유들의 국가별 통관가격 변화율과 관세 절감액은 FTA 이행이 오래될수록 점차 확대·증가 추세이지만 원산지별 평균 판매가격 변화율은 관세 인하 효과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조제분유를 대상으로 한 조사이지만 탈지, 전지분유도 관세가 없어졌을 때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는 시장환경에 비춰 한시적 관세 철폐의 실질적 효과와 영향은 유가공품에 있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다만 분유류가 음료, 제과제빵류의 원재료에 해당하므로 가격 인상 억제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 철폐가 시행되는 오는 연말까지 물량을 들이는 기간 등 국내외 상황을 감안했을 때 6~7000톤가량을 무관세 수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시장환경에 비춰 한시적 관세 철폐의 실질적 효과와 영향은 유가공품에 있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 환율도 비싸졌고, 국제 유가공품도 가격이 올라 작년보단 나은 상황으로 유가공업계의 분유로 인한 손실은 적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분유류가 음료, 제과제빵 제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만큼 가격 인하는 힘들더라도 인상 억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축산단체들은 정부 무관세 조치를 두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료값 폭등으로 부담이 커진 농가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국민 먹거리의 수입의존도를 높여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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