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논알코올 음료’ 침체된 주류 시장 활력소
일본 ‘논알코올 음료’ 침체된 주류 시장 활력소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08.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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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 처벌 강화 속 건강 지향족, 취향 다른 젊은 층 모두 잡아
작년 2570만 상자 팔려 6년 연속 성장세
‘청량 음료수’로 분류…주세 없고 수익 높아
장인 정신 가미 과즙·맥주 맛 자발적 선택
비주당·여성도 마시는 술집 ‘스마도리’ 등장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 맥주에 반해 2015년 이후 계속 성장하고 있는 논알콜음료가 일본 주류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제품 경쟁은 물론 새로운 고객 확보를 위한 신개념 ‘바’까지 등장하는 등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마케팅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건강지향과 기성세대와 다른 소비성향을 가진 젊은 세대가 등장하면서 일본에선 논알코올 음료가 크게 사랑받고 있다.

산토리 홀딩스 조사에 따르면 2021년 논알콜음료 시장의 판매량은 2570만 케이스로 2015년부터 6년 연속 성장 중이다. 특히 최근엔 논알코올 맥주보다 논알코올 와인과 츄하이 등 논알코올 RTD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RTD로 논알코올 레몬사와를 들 수 있는데, 다양한 알콜 함량과 과즙 함량으로 소비자 취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자료 : 산토리사
자료 : 산토리사

이와 함께 최근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혹은 마실 수 없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바(BAR)‘를 모토로 한 술집 ’스마도리‘가 최근 오픈해 주목받고 있다. 아사히맥주와 광고회사 덴츠가 공동으로 출자한 이곳은 건전한 음주 문화 양성과 함께 다양성을 추구하며, 젊은 세대 특히 여성 고객을 고려해 현대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얼굴이 붉어져도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의 조도를 설정했다. 특히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방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색상과 재료를 혼합한 100여 종류 이상의 음료를 체질과 취향에 맞게 알코올 함량 0%, 0.5%, 3%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논알콜음료가 일본 주류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고객 발굴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아사히맥주는 덴츠와 공동으로 술을 마시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술집 ’스마도리‘를 최근 오픈했다. (사진=코트라 나고야무역관)
△논알콜음료가 일본 주류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고객 발굴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아사히맥주는 덴츠와 공동으로 술을 마시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술집 ’스마도리‘를 최근 오픈했다. (사진=코트라 나고야무역관)

이처럼 논알콜음료의 인기와 스마도리의 탄생을 있게 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음주로 인한 문제에 대해 점점 더 엄격해지는 사회 문화와 코로나 이후 강화된 건강지향으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 논알콜맥주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 6월과 2007년 9월 도로교통법의 개정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이 이루어지면서다. 또 적절한 음주는 이제 사회적 요청이기도 하다. UN에 의한 SDGs의 관점에서 음주사고나 건강장애 등 알코올이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응이 세계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에 일본 주류회사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으며, 스마도리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던’ 즉 고객이 아니었던 계층을 새롭게 고객으로 편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후생노동성에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선 음주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젊은 층에서는 ‘적당히 즐긴다’, ‘반드시 마시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마시지 않는다’ 등 다양한 선택지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해가 갈수록 음주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 확보가 절실한 맥주 회사들은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논코올, 저알코올의 다양한 제품 출시와 '스마도리'라는 새로운 음주 문화 생성에 애를 쓰는 것이다.

두 번째는 논알코올 음료의 채산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알코올 맥주는 주세가 없는 ‘청량음료수’로 분류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술의 한 종류로 인식하기 때문에 일반 청량음료보다 가격대가 높다. 실제로 2009년 논알코올맥주를 처음 선보인 기린맥주의 2009년 12월기 연결 경상이익은 예상을 뛰어넘어 전기 대비 46% 증가한 1,500억 엔 수준이었는데, 그 배경에는 주세가 들지 않고 채산이 좋은 논알코올맥주 ‘프리’의 히트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이익추구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논알코올 음료시장인 것이다.

이 외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논알코올·저알코올 음료의 품질에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10여 년 전 논알코올 맥주가 처음 나왔을때 술을 좋아하던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맛이 맥주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다만 운전을 해야 한다는 등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지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면서 기업들은 심혈을 기울여 논알코올, 저알코올 음료를 출시하고 있다. 스마도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아사히맥주에서도 알코올 함량 1% 미만의 '미알콜' 음료 '비아리'를 지난해 9월 출시했다. 이 제품의 특징은 맥주를 만들고 나서 알코올을 제거하는 새로운 공법을 사용해 밀의 맛을 그대로 기존 맥주와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출시되고 있는 논알코올, 저알코올 음료는 더 이상 음주운전이나 특정 상황을 위한 대체재가 아니라 '맛있어서' 선택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논알코올 레몬사와 등 과일즙이 함유된 논알코올 음료의 경우 기존에는 달다는 인식이 있어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술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는 논알코올 레몬사와 등은 단맛은 낮추고 과즙 함량을 높여 청량음료와는 차별화하는 동시에 고객으로 하여금 맛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노력이 그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새로운 고객으로 유인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최근 성장세를 보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는 듯하며 한국 주류의 일본 진출시에도 이러한 경향을 깊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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