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도 반값?” 수입산 멸균 우유 밀물…국산 우유 대처 시급
“우유도 반값?” 수입산 멸균 우유 밀물…국산 우유 대처 시급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9.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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ℓ 당 1200원 반값 수준에 거부감도 감소…상반기 물량 9300톤으로 57% 급증
쿠팡 등 이커머스·편의점서 점유율 확대
백색 시유 중심 시장서 경쟁자 없이 독주
FTA로 2026년 관세 철폐 땐 상황 더 악화
가격 체계 개편 경쟁력 제고 방안 마련할 때

수입산 멸균우유가 1L당 1200원 안팎의 ‘반값’ 경쟁력을 토대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한 국내 유업계의 국산 원유 가격경쟁력 확보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을 통해 독일, 폴란드, 호주산 등 수입산 멸균우유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멸균우유 수입량은 지난 2016년 1200여 톤에서 작년 2만3000여 톤으로 20배 가까이 급성장 중이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1만4675톤을 기록해 전년 동기 9326톤보다 57%나 늘었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대개 1년으로 설정돼 있다. 유통과정도 길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약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국내 멸균우유 유통기한은 평균적으로 12주 정도이고, 신선우유의 경우 착유 후 적정온도로 바로 냉각시킨 후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신선한 원유 상태 그대로 2~3일 내 유통된다.

수입 멸균우유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 기준 7%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멸균우유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선 폴란드산 등 수입 멸균우유가 잘 팔리고 있다. 최근엔 GS리테일과 CU 편의점에서도 폴란드산 1리터짜리 멸균우유의 판매·공급을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국가별 멸균우유 수입량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폴란드의 경우 5433톤으로 30% 이상을 차지했고, 이어 이탈리아, 독일, 호주 등의 순으로 수입량이 많았다. 쿠팡에서는 폴란드의 ‘밀키스마’와 ‘믈레코비타’의 멸균우유가 수입 우유 1~2위를 달리고 있다. 분유로 국내에서 잘 알려진 ‘뉴오리진’도 프리미엄을 내세운 호주산 멸균우유를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수입 멸균유의 인기는 영양 성분이 국산 우유와 거의 차이가 없는데 유통기한은 길다는 시장 일각의 인식과 국산보다 절반 정도 저렴한 가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폴란드산의 경우 리터(ℓ)당 가격대가 1300원에서 1500원 수준으로, 국내 일반 우유(서울우유, 리터당 2700원)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독일 작센 멸균우유와 이탈리아 아르보리아 멸균우유는 리터당 2200원대이고, 호주 폴스퓨어밀크 멸균우유는 리터당 2500원 수준으로 폴란드산보다 비싸지만 국내 일반 우유보다 저렴하다. 업계는 수입 우유의 경우 젖소를 목초에서 방목하는 방식으로 길러 국내 우사 사육 방식보다 생산비가 적게 들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업계는 오는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제품 관세가 철폐되는 만큼 수입산 우유 수요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멸균우유 시장 확대에는 소극적이다. 백색시유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유업체들은 우선적으로 국산 원유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경쟁 제품이 없다보니 소비자들은 수입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수입 멸균우유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수입 우유 소비가 늘면서 국내 우유 자급률은 자연스럽게 하락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우유 자급률은 2011년 77.3%를 기록했으나 작년 45.7%로 낮아졌다. 특히 높은 원유 가격에 단가를 맞출 수 없는 유업체들이 수입 원유를 들여와 치즈와 발효유 등 유제품을 만든 것이 우유 자급률 하락에 직격탄이었다는 분석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수입 유제품에 붙던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국산 우유의 가격 경쟁력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가격 결정 체계를 신속히 수정해 국산 우유의 경쟁력 재고를 위한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열고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등 원유 가격 개편안을 공식 의결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낙농가들은 최근 사료 값 상승으로 원유 생산비가 급증해 올해도 원유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원유가격은 2020년 이월된 생산단가 인상분(18원)에 올해 상승분(34원)이 더해져 52원 수준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소비자가에는 원유 가격 인상분의 10배가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이 최소 500원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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