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창 박사의 청국장을 말한다(1)
이한창 박사의 청국장을 말한다(1)
  • 이한창 박사
  • 승인 2022.10.12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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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6000년 역사 지닌 자생 전통식품
콩의 원산지 만주서 생겨…중국보다 앞서
淸나라 유래는 근거 없어…한자 표기 어불성설
고문헌 ‘豉’ 원형 추정…삼국사기 ‘鹽豉’ 국내 기록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煎豉醬’이 오늘날의 청국장
전국장이라고도 함…정국장-청국장으로 발음 변천
△이한창 박사(장류문화협회 고문)
△이한창 박사(장류문화협회 고문)

‘무엇을 어쩌면 복을 받다니? 그게 무슨 말여?’

아마 표제의 뜻을 얼른 알아듣지 못할 분도 계시겠지만 한마디로 한다면 ‘청국장을 애용하면 건강(복)에 크게 도움이 된다’라는 뜻이다.

위 주제와 같은 구절은 어딜 가나 필자가 기회만 있으면 뇌까리다시피 하는 문구다. 특히 건강이 안 좋은 분을 보면 무조건 청국장 가루 복용을 강요하면서 업소의 전화번호까지 일러준다. 그뿐이랴, 더러는 직접 물건을 보내주면서 복용을 권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나에게 그 보답이라도 하는 양 ‘청국장 박사’라는 학위(?)를 안겨준다. 고맙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이름의 학위는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세계적으로 유일한 종류인데 어쩌다가 이것이 내 몫이 됐을까. 참 영광스럽다. 여기에 비하면 내가 대학에서 받은 ‘이학박사’라는 학위는 그 이름이 너무나 흔해 어디에 내놓치도 못할 것 같다.

‘그 청국장 박사 진짜 맞아?’ 혹시는 이런 수군거림으로 필자를 왕따시킬 염려도 있으므로 좀 아는 척을 해 봐야 하겠다.

청국장은 우리나라 土生토생의 전통식품이다. 조상 대대로 이어 애용하면서 오늘에 왔을 것으로 믿는다. 그 영양학적 가치는 물론이고 생리적 기능성과 경제적 價性比가성비 까지를 들어도 다른 어떤 식품과 그 비교를 불허하리만큼 우수한 식품이라는 것을 나는 조금 알고 있기에 학자적인 양심뿐 아니라 체험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주장하는 것이며 결코 헛소리가 아니니 그리 믿어주기 바란다. 그래도 미심쩍은 분이 혹시 계신다면 이어지는 이 글에 설명이 계속될 것인즉 조금만 참으면서 읽어 주시기 바란다.

필자는 어렸을 적부터 청국장찌개를 먹으면서 자랐다. 그것을 산업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대학에서 발효학을 배우고 1950년대 말 모 장류 회사에 취직하게 되면서부터다.

당시의 청국장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심히 폄훼되었다 할 수 있고 식품학자들도 그 식품학적 가치를 평가해 보려는 노력이 부족했으나, 오늘날에는 영세하기는 할지언정 당당한 청국장 공장들이 연간 600억 원(2020년) 이상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으니 지금 생각하면 금석지감의 새삼스러움을 아니 느낄 수가 없다.

청국장이라 하면 한자로 淸國醬청국장 또는 淸麴醬청국장 이라 써놓고 청나라에서 온 것이라느니, 청나라의 누룩처럼 생겨서 그렇다느니 하며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100% 틀린 말이다. 청나라는 비교적 근세(1616~1912)에 있었던 나라인데, 그럼 그때까지 우리나라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는 말인가? 또 필자가 명색이 청국장 박사인데도 청나라에 그러한 누룩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 맹탕 헛소리들이 아니겠는가?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청국장의 재료는 콩이다. 콩은 만주의 남쪽이나 한반도가 그 원산지로, 6000여 년 전부터 있어 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청국장의 원산지도 보나 마나 그 재료의 산지인 이 지역이었음이 틀림없을 것이며 그 역사도 콩의 역사와 거의 동일시해도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기록상으로는 제일 먼저 콩의 원산지도 아닌 중국의 고문헌에 ‘豉시’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아마도 이것은 청국장의 원형으로 추론되고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늦게 김부식의 책(삼국사기 1145)에 ‘鹽豉염시’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것은 청국장에 관련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이 아닌가 싶다.

그 훨씬 후 18세기 초엽에 홍만선은 그의 책(산림경제)에서 ‘煎豉醬전시장’을 설명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오늘날의 청국장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설명의 말미에 ‘속칭 戰國醬전국장 이라고도 한다’ 했다.

이와 같이 기록상의 청국장 출현은 중국이 한반도보다 훨씬 앞서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실물이 앞서 생겨났다고 우길 수는 없는 일이다. 옛날에 한반도나 만주에서 생겨난 콩이 중국 본토까지 전파되어 그 가공품까지 생겨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세월이 소요됐을 것이며 그 사이에 이쪽 땅에서는 이미 청국장이 생겨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장’이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도 여러 속설이 있을 뿐인데,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1~3일 사이에 속성해서 군인에게 스테미나식으로 먹일 수 있는 醬장이다’ 로 정리하면 어떨까? 또 청국장이라는 이름도 그렇지. 煎豉醬전시장 = 戰國醬전국장 → 정국장 → 청국장. 이렇게 발음의 변천을 거쳐 오늘날의 소위 ‘청국장’이 되지 않았을까? 만일 그렇다면 ‘청국장’이라는 용어는 순우리말이라 볼 수 있고 이것을 淸國醬 또는 淸麴醬 따위로 한자표기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만주나 한반도에서 생긴 콩이 후일 중국이나 일본으로도 건너가 각각 그 식용방법도 나름의 문화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는데 그중에서도 콩을 발효해서 먹는 방법, 즉 우리의 장류와 비슷한 것들이 있어서 일맥 공통점이 있기에 이 지역을 ‘콩발효문화권’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발효제품 중 청국장 유사품으로는 중국에서는 전술한 豉시 라는 것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낫또(納豆)라는 이름으로 시판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템페’라는 콩 발효식품이 있기는 하지만 본고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데 근자의 중국 한족들 사회에서는 청국장 유사품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으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豉시는 맨 먼저 들어내 보이면서도 말이다. 필자가 청국장에 대해서 결정적으로 철(?)이 들게 된 동기는 1966년에 일본의 한 낫또공장을 견학한 기회 때문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청국장은 미약한 시장뿐 아니라 겨울에나 먹는 계절 식품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었던 때였는데 일본의 낫또는 이미 수년 전부터 그 틀을 벗어나고 있었으며, 이는 낫또에 대한 소비자 인식 향상 때문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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