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창 박사의 청국장을 말한다(3)
이한창 박사의 청국장을 말한다(3)
  • 이한창 박사
  • 승인 2022.10.25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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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균 사용한 일본 낫또, 청국장 시장 넘봐
의학·공업적 가치도 주목…균 표준화로 품질 높여야
‘장류육성법’ 통과도 시급
△이한창 박사(장류문화협회 고문)
△이한창 박사(장류문화협회 고문)

필자는 얼마 전부터 다리가 붓고 보행이 불편한 병이 생겨 삼성의료원 에서‘혈전증(피가 걸쭉해서 혈관이 막히는 병)’이라는 진단과 더불어 와파린을 처방받고 매주 INR 수치를 엄밀하게 점검받고 있는 처지였으며 또 청국장 가루를 신앙처럼 믿고 매일 복용도 하고 있었던 때여서 그의 연구는 나에게는 큰 관심일 수밖에 없었다.

졸저 ‘식품저장학’에서는 와파린은 쥐약으로 설명돼 있다. 쥐가 먹으면(과다 복용하면) 피가 너무 묽어져서 내출혈이 되고 드디어는 죽게 되는 독약이다. 이런 독약을 인체에 응용했으니 그 의사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사용되는 낫또 발효균은 그들은 바실러스 나또라 부르고 우리의 일반적 청국장균인 고초균(Bacillus subtilis 과는 바이오틴 요구성의 차이가 있어서 별종의 균이라고 우기고 있 었는데 Bergey는 그의 책(Bergey’s manual of systematic bacteriology)에서 위 바실러스 나또를 별개의 균으로 보지 않고 바실러스 섭틸리스에 포함시키면서 양자는 동일한 균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낫또에 그런 효소가 있다면 우리의 청국장에도 당연히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돌아와서 담당 의사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의사 앞에서 아는 척하는 것은 공자 앞에서 글자랑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나는 잘 알기에 조심성을 부려야 했다.

“선생님! 누가 그러던데요. 청국장이 혈전에도 도움이 된다면서요?” 물으니 이 말에 그 의사 선생 李아무개 씨는 펄쩍 뛴다. 무슨 소리요? 청국장에 있는 비타민K는 피를 응고시켜서 와파린의 작용을 무효로 만들어버려요! 절대로 먹으면 안 됩니다. 아주 엄숙한 경고다.

나토키나제는 비타민K의 역작용을 카바한다는 스미교수의 최신 연구를 아직 접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니 그 옹고집도 이해는 된다. 그냥 멋없는 헛웃음으로 끝내고 말았다. 그리고 최근 종근당에서 ‘나토키나제’라는 이름으로 상품도 내고 있으니 그 의사도 이걸 봤다면 지금쯤은 그 콧대 높은 꼰대 옹고집도 풀리지 않았을까 싶다.

청국장의 기능성에 관해서는 이와같이 식품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근래에는 의학적으로도, 공업적으로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데 청국장은 혈액 순환을 돕는다는 주장과 고초균에는 키나제뿐 아니라 카탈라제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

카탈라제라는 효소는 세포 안에서 여분으로 생성된 활성산소를 조절하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이 효소가 그 구실을 다하지 못할 경우 피부 노화나 암 발생 등의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로 볼 때 ‘청국장은 미용에도 좋다’는 속설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 청국장 발효에 고초균과 젖산균을 복합 사용함으로써 두 균의 장점을 상승시켰다는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청국장의 끈적이는 진은 화학적으로는 글루탐산의 연결체(polyglutamate)로 종래에는 별 볼일이 없는 물질이었다. 또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거역적인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근래에는 여기에 식품학적, 의학적으로뿐 아니라 기타 공업적으로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진은 폐수 처리에서 응집제로 활용, 화장품의 보습제로의 활용, 심지어 기타 바이오 신소재로서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자! 그럼 이제는 청국장의 제조에 관한 얘기를 좀 해 볼까 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국장 공장에서는 아직도 그 발효균의 근원으로서 볏짚에 묻어 있는 야생균이나 공기 중에 떠도는 잡균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의 낫또가 순수 배양균 Bacillus natto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런 경우를 원시와 과학 문명의 차이라고나 하겠다. 우리가 전통문화라는 측면에서는 일부 그런 방법의 보존이 필요하겠지만 ‘현대 산업’이라는 관점에서는 하루 빨리 좋은 균을 선택해서 균학적 표준화가 이뤄져야 하겠다.

지금 시대는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라고 하고 정치·경제적으로는 세계화시대(era of globalization)라고 한다.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하에서 그 좋은 청국장을 우리만 숨어서 먹는다면 그건 도치기와 다를 바가 뭐 있겠는가? 그러나 그 냄새를 그들(서양인)은 ‘시체 썩는 냄새’로 여긴다니 그 코를 비틀어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머리를 짜서 해결책을 찾아야지.

또 있다. “일본의 낫또가 우리 청국장 시장을 호시탐탐을 넘어 질풍노도로 침범하고 있어요!” 관계자 여러분은 이런 사실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낫또는 하룻밤 발효, 청국장은 3일 동안으로 6배나 많은 발효. 그럼 품질의 우열은 뻔한 것인데 왜 밀리냐고?

청국장은 그 제법이나 식용 방법에 대해서 여러 연구가 있기는 하나 일본의 낫또에 비하면 천양지차! 갈 길은 멀고 노자는 부족하고 배는 허기져 걸음도 비틀거린다. 국회나 정부는 언제 까지 그냥 좌시하고만 있을 것인가? 하루 빨리 ‘장류산업육성법(안)’을 통과 시키고 ‘장류기술연구소’도 발족시켜서 필자의 숙원이 이뤄졌으면 여한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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