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창 박사의 청국장을 말한다(2)
이한창 박사의 청국장을 말한다(2)
  • 이한창 박사
  • 승인 2022.10.18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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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낫또 1960년대 사계절 식품에 많은 소비
필자 1970년대 ‘가루’ 첫 개발…제형 측면 일본 앞서
현재 시장 비중 10% 선…청국장 역사에 기록 남겨
△이한창 박사(장류문화협회 고문)
△이한창 박사(장류문화협회 고문)

또 식용 방법도 우리는 어쩌다 한 끼씩 찌개로 식용하는 것에 비해 그들은 날것으로 매일 먹기도 하는 식품이었으니 그 소비량도 우리의 청국장과는 비교가 안 됐다. 실제로 시식해 보니 아주 그럴싸했다. 그 후로도 몇 번 일본의 낫또 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에서 필자가 얻은 힌트는 ‘우리 청국장도 날로 먹자’였다. 그래야 생리적으로도 더 좋고 소비량도 늘어서 업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필자는 이 운동에 나서기로 하고 기회 있는 대로 홍보하고 다니니까 업계의 호응은 있었지만 따라와 주는 우군은 생기지도 않고 돌아온 응답은 “징그럽게 어떻게 날로 먹어?” 뿐이었으니 내가 무슨 장사(壯士)는 장사여, 권력자여? 그 밉상 입을 쥐어박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 통신비도, 버스비도, 커피값도 내 호주머니만 털렸을 뿐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하면서 기진맥진. 그런데 말여, 그냥 좌절하기에는 너무 섭섭하더라고. 그래서 1970년대에 들면서 다시 생각난 것이 ‘청국장을 가루로 먹는(먹 이는) 방법’이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주변국에도 없는 일이지만 가열하지 않았으니 날것과 동일한 효과가 기대될뿐더러 소비량을 늘리는 데도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우선 본인이 시험해 보기로 하고 모 업체에 주문했더니 눈치가 보나 마나다. 업계에 유례가 없었으니 당연히 그걸 분쇄할 시설도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끝내 어렵게 얻어냈다. 그래서 이제 분말 청국장의 역사가 시작되는데, 어렵게 시작된 분말 청국장이 오늘날에는 시장에서 당당하게 좌판 한구석을 차지하기에 이르렀고 필자의 추산으로는 전체 물량의 10% 이상은 될 것 같은데 이 정도라도 필자는 일부 소원 성취했다고나 할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했는데 적어도 청국장 박사가 돼서 이 정도의 성과(?)를 무슨 자랑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청국장 역사에 한 줄의 기록으로나마 남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필자는 40대 때부터 드문드문 흰 머리가 나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가문의 내림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젊은 놈이 건방지다 할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 염색했는데 당시의 약은 발암성이 있었다고 했다. 얼굴에 종양이 하나 생겼는데 제법 만져질 만큼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청국장 복용을 시작한 후 어느 순간에 없어졌다.

그 후로 수십 년, 집안에서는 러닝 바람, 털내의를 입어본 일이 언제였던고? 감기는 언제 걸려 봤던가? 기억이 없고, 그 밖의 잔병도 없었다. 한번은 집에서 전화를 받는데 마누라의 친구인가 보다. “네 엄마 좀 바꿔라” 다짜고짜 다. 내 목 소리가 하도 젊으니까 아들인 줄 착각했던 것이다. 나도 일부러 “예, 우리 엄마요? 잠깐 기다리세요” 그 정도의 쇼는 나도 부릴 줄 알지. 이것을 다 청국장 덕으로 공을 돌리고 싶다.

청국장에 관한 장점을 다 얘기하려면 날밤을 새워도 모자라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고혈압, 당뇨, 암 등 모든 성인병의 예방·치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조금 과장하면 위장병 등을 위시한 모든 내과 질환에도 만병통치약(?) 수준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자세한 것은 졸저 ‘청국장의 신비(신광출파사, 1995)’ ‘장 역사와 문화와 공업(신광출판사, 1999)’ ‘장보(따비 출판가, 2016)’에서 알아보길 바란다. 또 장류와 관련된 졸고 40여 편 중 6편의 청국장 관련 글도 있다는 것을 언급해 둔다.

이제 각도를 조금 틀어서 얘기를 계속해 볼까 한다. 1994년 6월 4일에 일본 아끼다(秋田)에 서 ‘무염발효대두회의(無鹽醱 酵大豆會議)’라는 국제 학술집회가 있었는데 필자도 제백사하고 참석했다. 주로 일본의 낫또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나흘에 걸쳐 무척 성대하게 치러졌다.

필자는 여기에서 망외의 큰 소득(지식정보)을 하나 얻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기쁘다. 그건 뭔가? 오카야마대학(岡山大學)의 의학자 스미 히로유끼(須見 廣 行) 교수의 발표에서 낫또에서 혈전 용해 효소 ‘키나제(Kinase)’를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키나제는 화학적으로는 복잡한 설명이 있지만 여기서는 ‘혈전 용해 효소’로 간단히 이해해 두어도 될 성싶다. 스미 교수는 그 효소에 ‘낫또 키나제(Natto kinase)’라는 이름까지 달았다. 필자로서는 그야말로 빅 윈드폴(big windfall, 큰횡재)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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