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식품 벤처, 팬데믹 시대 성공 창업 비결은?
해외 식품 벤처, 팬데믹 시대 성공 창업 비결은?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11.01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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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앗 딜리버리’ 도로명 없는 마을 배달 사업 20대 스타트업 선정
간편 식사로 들고 다니며 먹는 ‘휴대용 시리얼’ 프랑스서 성업
주방 임대 낮은 가격에 다양한 메뉴 집으로 서빙하는 ‘다크 키친’
온라인 슈퍼마켓 ‘피크닉’ 저가에 최소 주문…빌 게이츠도 투자

코로나19 이후 세계 증시는 테크(tech) 중심으로 재편될 정도로 전세계의 기술 패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며 투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혁신 스타트업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벤처창업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식품도 마찬가지다.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가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거대한 먹거리 시장을 갖고 있는 푸드테크가 각광받고 있으며, 각 기업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이 될 만한 스타트업 찾기에 몰두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코트라도 최근 “팬데믹 시대, 해외에는 이런 창업이 떴다”란 제목의 벤처 창업 성공 사례집을 펴내, 이들의 성공 포인트를 소개했다. 식품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재정리해 싣는다.


시골 마을이 배달 시장 블루오션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는 ‘배달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릴 만큼 배달 서비스가 폭증했다. 배달 서비스는 ‘코로나 특수’의 수혜를 받은 산업 가운데 하나이지만 낮은 시장 진입 장벽으로 출혈 경쟁이 심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달 서비스 업계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낸 기업이 있다. 이스라엘의 Ha’at Delivery가 그 주인공이다.

이 기업은 음식점, 배달기사, 고객을 연결하는 음식배달 대행 플랫폼 업체로 여느 배달 서비스와는 다른 특별한 시장을 뚫었다. 도로명 표기나 건물번호 표시가 없는 작은 마을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Ha’at Delivery의 창업자는 고향을 떠나 구글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2019년, 고향을 방문했다. 작은 마을인 고향 움알팜에서는 온라인으로 음식점 정보를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주소 표기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아 배달 받을 장소를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막상 주문을 하더라도 카드 결제가 되지 않은 곳도 많았다.

이러한 불편함에 주목한 그는 움알팜처럼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의 배달 서비스 시장은 아직 경쟁자가 많지 않은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그는 도로명이나 건물번호 대신 GPS를 기반으로 한 음식 배달 대행 플랫폼 개발을 시작해 2020년 초에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Ha’at Delivery는 GPS로 배달 주소를 찾아낸다는 장점도 있지만 음식점을 대신해 기본 정보 등록과 온라인 카탈로그 형태의 메뉴 제작도 무료로 지원했다. 음식점은 서류로 재료와 음식명 등의 간단한 정보만 제출하고, Ha’at Delivery에서 음식점 정보와 메뉴 정보를 앱에 등록해주는 방식이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Ha’at Delivery의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과 코로나19로 인한 음식점 내 취식 제한이라는 상황이 맞물려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일 년 만인 2021년 직원 100명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총 투자유치금도 10억 원을 돌파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사 하아레츠가 뽑은 2021년 가장 유망한 20대 스타트업에도 포함되었다. 이 외에도 특별한 기반산업이 없는 소도시에서 배달기사 등 간접고용인원을 포함해 총 600명 규모의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하였다.

Ha’at Delivery는 이제 움알팜을 넘어 전국, 그리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로 커 나가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 등 앞으로 새롭게 배달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해외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다.

△푸드테크 열기가 세계적으로 뜨거운 가운데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음식 배달서비스 및 간편식 스타트업들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소형 전기차를 활용한 지속가능 배달서비스로 관심을 끌고 있는 온라인 슈퍼마켓 Picnic, 도로명 표기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Ha’at Delivery 앱, 문닫은 대형 레스토랑 주방을 임대해 배달 전문 조리 공간으로 삼은 Curb의 다양한 메뉴들, 들고 다니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위밀시리얼. (사진=각 사)
△푸드테크 열기가 세계적으로 뜨거운 가운데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음식 배달서비스 및 간편식 스타트업들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소형 전기차를 활용한 지속가능 배달서비스로 관심을 끌고 있는 온라인 슈퍼마켓 Picnic, 도로명 표기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Ha’at Delivery 앱, 문닫은 대형 레스토랑 주방을 임대해 배달 전문 조리 공간으로 삼은 Curb의 다양한 메뉴들, 들고 다니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위밀시리얼. (사진=각 사)

들고 다니면서 먹는 ‘시리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간편한 식사로 시리얼을 찾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리얼을 먹을 때 그릇과 우유가 필요하고, 먹고 난 뒤 설거지도 해야 하며, 남은 시리얼은 따로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한 것이 ‘위밀시리얼’이다.

이 제품은 프랑스에서 한국인 창업자가 만들었다. 창업자는 프랑스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한식진흥원의 세계연합회 프랑스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는 홍수연 대표다. 홍 대표는 먹는데 불편함을 없앤 간편식으로 언제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는 ‘휴대용 시리얼’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시리얼을 흔들어 마실 수 있도록 병에 시리얼과 탈지분유를 넣어 어디서든 물만 부어 먹으면 되는 제품을 고안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위밀시리얼’이다. 이 제품에는 영양분은 채우되 칼로리는 낮추는 것은 물론 물을 부어도 시리얼이 눅눅해 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들어가 있다.

한편, 홍수연 대표는 2019년 프랑스 현지에서 푸드테크 기업 Connectwid 프랑스법인을 설립했고 한국과 프랑스 양국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 내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하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펼쳐 나가는 중이다.


문 닫은 레스토랑 주방을 배달 전문 조리 공간으로


최근 요식업계에는 ‘다크키친(Dark Kitchen)’이 떠오르고 있다. 다크키친은 조리 공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운영비가 적게 들고 창업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또 홀 서비스를 하지 않으므로 매장 인력을 줄일 수 있으며, 배달 앱과 협력하기 때문에 고객의 빅데이터를 판매 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처럼 다크키친이 요식업계에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가 된 것 역시 코로나19로 외부 식사가 쉽지 않아진 환경 탓이다. 스웨덴의 다크키친 스타트업 Curb도 팬데믹 상황에서 탄생한 기업이다.

이 기업의 창업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아직 초기 시장 수준에 머무르던 스웨덴의 배달 서비스업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 식당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더 좋은 음식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대형 레스토랑 주방을 임대해 배달 전문 조리 공간으로 삼았다. 기존에는 배달이 가능한 음식이 피자와 햄버거 등 일부 메뉴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배달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고객에게 더욱 다양한 메뉴를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음식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냈다.

Curb는 단순히 음식을 배달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서빙하듯 고객의 집으로 서빙한다는 콘셉트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러한 콘셉트와 메뉴를 개발하면서 고객의 수요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했다.

고객이 원하는 음식을 파악하고 개발하는 것과 이를 다크키친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요리해내는 것은 물론 마케팅까지의 전 과정을 세분화하고, 각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처럼 시장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읽고, 소비자 요구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이를 사업에 반영한 결과, 설립 1년 만에 연 매출 약 2,300만 달러에 이르는 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약 7,760만 달러로 스웨덴의 다크키친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urb는 스웨덴을 넘어 덴마크로 시장을 확대했다. 이러한 성공에 대해 창업자는 “데이터의 양이 데이터의 힘을 키운다”고 강조하며, 데이터를 많이 얻을수록 브랜드의 힘도 커질 것이라 말한다. 또한 전통적인 레스토랑 역시 앞으로 데이터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 전기차 활용한 지속 가능 배달 서비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식품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사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기존에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하지 않았던 소비자까지 참여하면서 온라인 시장은 새로운 고객을 흡수하게 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네덜란드의 온라인 슈퍼마켓인 Picnic은 팬데믹 기간 동안 100% 전기차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배달 서비스로 더욱 많은 소비자를 끌어당겼다.

2015년 설립된 Picnic은 처음부터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온라인 슈퍼마켓으로 출발했다. 이 기업의 성장 비결은 주요 식료품 체인들과의 차별성을 위해 최소 주문량과 제품 가격을 낮춘 것이다. 대신, 소형 전기차를 사용하여 운영비용을 줄였다.

일반 식료품 배달 서비스가 대형 차량을 쓰는 것과 달리 Picnic의 배달 차량은 크기를 최대한 줄인 전기차이다. 소형 전기차로 연료비를 아낌으로써 고객에게 비교적 낮은 가격인 25유로 이상 주문도 무료로 배송할 수 있다. 또 차량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도로 교통량에 영향을 적게 받아 신속하게 배달할 수 있고, 무엇보다 탄소 배출량이 없어 친환경적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12대의 전기차로 사업을 처음 시작한 Picnic은 2017년부터 총 1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100대의 전기차를 마련하고, 암스테르담을 넘어 독일 뒤셀도르프까지 사업을 확장하였다. 이후에도 2억 유로 투자 유치에 잇따라 성공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사업 확장은 이어져 2021년에는 프랑스에 두 번째 해외지점을 오픈하는가 하면 빌게이츠 재단으로부터 6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친환경 배달이라는 점 이외에도 Picnic은 데이터 수집과 분석으로 고객들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Picnic은 물류창고와 배달 전기차로부터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배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한다.

또한 고객의 주문과 배송지 위치, 날씨, 시간 등을 기반으로 최적의 배송 경로를 정하고, 고객이 정한 배송일과 시간에 맞춰 물건을 전달한다. 고객은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배달 차량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창립자에 따르면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시장의 1.5%만이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반대로 98.5%의 가능성을 보았다. 식료품 시장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설립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적다는 생각을 사업 기회로 삼은 발상의 전환이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확산된 비대면 거래 수요 증가와 친환경 트렌드는 사업 확장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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