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사 제도, 규제 개혁 차원 개선 절실
재검사 제도, 규제 개혁 차원 개선 절실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4.03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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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합 제품 공개 시점도 재검 후 영업자 억울함 없게
본지 주최 ‘수요 포럼’서 정명섭 식품위생정책연구원장 주장
부적합 검체 보관 의무 신설하고 방법 정해야
중국·대만·인도 등 15일 이내 재검사 신청 규정
국내선 60∼70% 제외 항목…합리적 조정 이뤄져야

전 세계적으로 K-푸드의 위상이 드높아지며 국내 식품업계의 글로벌시장 진출도 점점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 식품이 글로벌 식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현행 재검사 제도가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재검사 제외 5가지 항목(이물, 미생물, 곰팡이독소, 잔류농약 및 잔류동물용의약품)이 전체 부적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재검사 제도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정이 시급하고, 자가품질검사 확인검사의 경우도 식약처 등 행정기관에서 부적합 제품에 대한 대외 공개 시점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억울한 영업자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식품산업협회에서 본지 주최로 열린 ‘제23회 글로벌 식품환경 조성을 위한 수요포럼’에서 정명섭 식품위생정책연구원장은 ‘K-푸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 재검사 제도’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명섭 원장
△정명섭 원장

정 원장은 “작년 집계된 가공식품 원인별 부적합 사례를 보면 이물, 미생물, 곰팡이독소, 잔류농약 및 잔류동물용의약품 등 재검사 제외 5개 항목이 전체 부적합의 6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자가품질검사는 70%를 넘는다”며 “식품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이지만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외 항목으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로 전락했다. 무엇보다 재검사 제외 항목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검체의 대표성과 시료의 균질성 부분에서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거검사 시 부적합 검체의 보관 의무에 대해서도 정 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식품 재검사는 검사를 하고 남아 있는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하도록 식품위생법에 명시돼 있으나 검체 보관의 명확한 주체가 없다. 검사 수행기관에서 부적합 검체의 보관 의무 규정을 신설하고, 검체량 수거 및 잔여 검체의 냉동 보관 요령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자가품질검사 확인검사 제도의 경우 보고된 부적합 제품의 대외 공개 시점 조정을 주장했다. 현재 자가품질검사의 확인검사 제도는 타 검사기관에 확인검사 적합 후 식약처 등의 최종 확인 검사결과 적합으로 판정된 시험·검사성적서를 제출하는 경우 회수조치나 공표 명령을 철회하는 조치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기한이 늦어져 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만큼 확인검사를 요청받는 즉시 회수조치나 공표 명령을 철회하는 것으로 개정해야 영업자들의 억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 원장은 해외 검사제도와의 비교를 통해 국내 검사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에 따르면 미국 FDA는 식품에 불순물이 혼입되거나 잘못 표기됐다는 이유로 그 식품을 억류시킬 수 있는 식품안전현대화법의 행정 억류 기준을 개정했다. 억류 기간은 20일을 초과하지 않으나 압류 및 강제 명령 및 기타 행정처분을 집행하기 위해 최대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억류된 식품에 권리를 갖고 있는 자는 누구나 행정적 억류에 항소할 수 있고 청원에 대한 청문을 요청하면 2일 이내에 개최되고, 청원이 신청되고 5일 후에는 억류를 결정하거나 철회해야 한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식품안전법에 의거 식품 영업자가 검사 결과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식품약품감독관리부서에 재검사를 신청할 수 있고, 식품약품감독관리부서는 공인검사기관을 선정해 재검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재검사를 수행하는 검사기관은 최초 검사를 수행한 검사기관이 돼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은 식품위생법에 의해 후생노동성 장관 또는 도도부현 지사나 등록검사기관이 실시하는 검사를 받고 이에 합격한 것으로서 후생노동성령이 정하는 표시가 붙은 것이 아니면 판매하거나 판매를 목적으로 진열하거나 영업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외에도 대만은 식품 영업자가 검사 결과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재검사를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을 받은 검사기관은 3일 이내 재검사를 실시해야 하며, 인도는 식품 검체가 1차 시험·검사소에서 식품안전·기준규정에 부적합했다면 수입자는 부적합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재검사 신청을 할 수 있다.

정 원장은 “전 세계 어떠한 재검사 제도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제도가 월등히 촘촘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본다. 단 합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통계에 나와 있듯이 부적합 판정의 6~70%가 검사 항목 제외 대상이다보니 재검사를 신청할 수도 없다. 제도는 있으나 사용할 수가 없는 만큼 합리적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명섭 식품위생정책연구원장은 재검사 제도에 대해 발표하면서 재검사 제외 항목은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정명섭 식품위생정책연구원장은 재검사 제도에 대해 발표하면서 재검사 제외 항목은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김승태 식품산업협회 법령제도분과위원장(대상 식품사업총괄 품질경영실장)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시료의 균질성 문제다. 이 경우 품질 관리 문제에도 직면할 수 있어 대표성을 기반한 시료의 균질성 확보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검사 제도는 품질의 안전성 못지않게 억울한 영업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검사기관의 신뢰성 확보도 시급하다. 특히 재검사의 경우 3개 검사기관에 의뢰해 교차 검사를 진행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만큼 정부에서도 이를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장은 “재검사 제도는 식품위생법 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이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유형별 데이터를 확보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식품의 경우 현행법을 유지하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재검사 제도의 본래 목적이 달성할 수 있도록 업계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이며, 경중을 감안한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안전이라는 것은 국가가 개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민간 스스로 자정작용이 필요한 만큼 식약처도 이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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