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지속 가능한 포장 통해 차별화된 가치 창출
네덜란드, 지속 가능한 포장 통해 차별화된 가치 창출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6.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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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품, 재활용 가능한 페트병·무표백 포장 도입
음료·주류 유리병 대신 금속 캔 증가…신선도 우수
스윙켈스 브루어리 3년 내 100% 재활용 포장 목표
코카콜라 멀티팩 종이 포장, 플라스틱 연간 2000톤 절감
올해 음료 캔에도 보증금제…90% 이상 재활용 기대

환경 인식의 확대와 함께 1인 가구, 온라인 유통의 증가에 따른 소포장 배송이 크게 늘면서 ‘감축(Reduce), 재활용(Recycle), 재생(Renew), 재사용(Reuse)’으로 대표되는 포장의 ‘지속가능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EU의 플라스틱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유럽에서는 일회용품 규제와 대체 소재 개발, 순환성을 고려한 제품 설계 및 생산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성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중요 요소로 주목받으면서 유럽의 식품기업들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해 보다 친환경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네덜란드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업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재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장 개발이 한창이며 정부도 이를 뒷받침할 정책 도입에 적극적이다. 이에 코트라 암스테르담무역관은 현지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은 혁신적인 포장 솔루션을 사용하거나 현지 시장에 도입된 지속 가능한 포장 및 원료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음은 무역관이 전한 네덜란드 음료‧주류 업계의 지속가능 포장 현황과 정부의 관련 정책을 재정리해 싣는다.

코트라 암스테르담무역관에 따르면, 국제 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네덜란드 정부는 더 지속 가능한 포장 개발과 포장지 재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원자재가 낭비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잘 사용되도록 보장하며 최대한 폐기물이 환경에 적게 남기기를 원한다. 특히 2019년 음료 포장의 약 54%가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였을 만큼 폐기물 종류 중에서 음료 포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한 관심이 크다.

이에 각 기업도 친환경 포장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엘케멜크와 미진멜크 등 유제품 브랜드들은 재활용 가능한 페트병(rPET)에 우유를 포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제품의 원산지, 품질, 지속가능성 및 풍미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에게 어필하면서 일반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유제품 대기업인 알라는 2021년 100% 무표백 포장을 도입했다. 포장 구조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뚜껑도 재활용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4% 정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음료 상자는 나무 섬유 기반 종이판으로 만들어진 재생 가능한 포장 방식이며, 음료 상자 제조에 사용되는 재료는 얇은 폴리머층과 빛과 산소를 차단하기 위한 알루미늄이다

한편, 음료 포장 업계에서는 삼각 지붕 모양의 게이블탑 카톤팩(gable top carton)이 여전히 주요 포장 용기이긴 하나 우유제품 포장에 주로 사용되는 '벽돌형 카톤팩(brick liquid cartons)'이 포장과 적재, 배송 등에 유리해 2020~2021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온라인 배송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페트‧유리병 대체하는 ‘금속 캔’

주류 중 특히 맥주는 포장 방식이 유리병에서 금속 캔으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라거 맥주에서 금속 캔 음료 포장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동안 금속 캔에 대해 부정적이던 소비자 인식이 맥주의 신선도 유지 측면에서는 오히려 금속 캔이 우수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구통계학적으로 소규모 가구 수가 증가해 대부분 가정에서 부피가 큰 유리병보다 금속 음료 캔을 선호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 탓에 맥주나 칵테일과 같은 RTD 음료 또한 유리병에서 휴대가 쉬운 금속 캔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처럼 금속 캔이 증류주 시장에 서서히 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리병 포장이 알코올음료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유리병이 유입되는 산소를 더 잘 차단해 알코올음료 산화를 방지하고, 제품의 느낌을 더 잘 살려주기 때문에 이를 여전히 선호한다.

한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청량음료 포장에서 유리병 사용량은 지속해서 감소했다. 이에 반해 금속 캔은 가볍고 재활용하기 좋아 인기를 끌면서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여 페트병 수요를 앞질렀다.

△EU의 환경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네덜란드 식품업계에서는 유리병을 금속 캔으로 대체하거나 지속 가능한 포장 솔루션을 도입해 플라스틱 사용 감소와 함께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사진(왼쪽)은 코카콜라가 금속 캔의 플라스틱 포장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종이판 포장 킬클립과 Spa Reine 5ℓ 포장에사용되는 백인박스 포장. (사진=각 사, 배경=픽사베이)
△EU의 환경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네덜란드 식품업계에서는 유리병을 금속 캔으로 대체하거나 지속 가능한 포장 솔루션을 도입해 플라스틱 사용 감소와 함께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사진(왼쪽)은 코카콜라가 금속 캔의 플라스틱 포장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종이판 포장 킬클립과 Spa Reine 5ℓ 포장에사용되는 백인박스 포장. (사진=각 사, 배경=픽사베이)

비알코올 음료의 지속가능 포장

지속가능성은 네덜란드의 청량음료 포장 업체들 사이에서 여전히 중요한 주제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푸즈티의 카톤 팩은 2021년부터 친환경 원료를 사용해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새로운 카톤 팩의 원료는 95%가 재생 가능한 목재로 만든 판지와 제지 공정에서 추출한 잔류물인 목재 기반의 톨 오일과 연결된 폴리머 같은 식물 기반 원료다.

립톤의 RTD 또한 100% 재활용된 페트로 만든 병으로 전환해 연간 1400톤의 새로운 플라스틱을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까지 줄였으며 2023년까지 100% 순환형 포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멀티팩에도 지속 가능한 포장 솔루션이 적용되고 있다.

코카콜라는 금속 캔의 플라스틱 포장을 대체하기 위한 미니멀리즘 종이판 포장 솔루션 ‘킬클립’을 도입했다. 코카콜라는 이 솔루션을 활용해 모든 EU 시장에서 캔 멀티팩에 사용되는 수축 포장을 없앤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킬클립은 종이 골판지를 사용해 캔을 묶는 방식으로, 기존의 비닐 포장을 대체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또한 킬클립을 통해 최대 8개의 캔으로 구성된 모든 캔 멀티팩을 사용하면, 연간 2000톤의 플라스틱과 3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절약할 수 있다.

새로운 지속가능 포장을 위한 노력

대부분 기업이 최근 발표한 야심 찬 미래 비전에서 ‘지속가능성’은 빠지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제품 분야에서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포장 개발과 적용이 이루어져야 하기에 기업들은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와인의 경우에는 유리 포장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포장 형태이긴 하지만 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백인박스(Bag-In-Box)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L 또는 5L 등 대용량에 주로 도입되는 백인박스는 호주의 와인 생산자인 토마스 앵고브가 1965년 고안해 특허를 낸 와인 포장 방법으로 가벼운 종이와 플라스틱 백, 와인을 따르는 꼭지로만 구성돼 용량이 큼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가격이 저렴하다. 또한 플라스틱 백은 와인을 마신 양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와인에 산소가 들어가는 걸 막아준다.

백인박스 포장은 음용수 포장에도 사용된다. 생수 브랜드 스파 헨느는 5ℓ 포장에 이 방식을 사용하는데, 플라스틱을 기존 유리 포장보다 65% 적게 사용할 뿐만 아니라 여러 불필요한 포장 층을 줄인다.

또 다른 사례는 하이네켄과 함께 네덜란드 맥주 시장을 양분하는 그롤쉬가 도입한 멀티팩 용 ‘탑클립(Top Clip)’ 포장이다. 이 포장지는 100% 재활용으로 플라스틱 성분은 아예 없다. 회사 측은 이 방식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연간 10만 ㎏ 이상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주류업체 스윙켈스 패밀리 브루어리는 2025년까지 모든 포장이 100% 재활용되고 100% 지속 가능한 재료로 구성된다고 발표했다. 또한 AB 인베브도 2025년까지 100% 반품이 가능하거나 주로 재활용 소재로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활용률을 높이는 음료 캔 보증금

네덜란드 정부는 음료 캔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올해 4월부터 음료 캔에 보증금 제도를 시행했다. 이는 기존의 페트병 보증금 제도를 확대한 것으로 물, 청량음료, 맥주 등 음료 캔에 대한 보증금이 최소 0.15유로 부과되며, 소비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슈퍼마켓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캔을 반납하면 된다.

캔 보증금은 캔이 길거리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네덜란드에서 매년 약 25억 개의 캔이 유통되며, 그중 약 1억5000만 개가 그냥 버려진다. 정부는 보증금이 있는 캔과 플라스틱병이 적어도 90% 이상 재활용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네덜란드에서는 2002년부터 1ℓ 이상 페트병에 보증금이 부과됐으며 2021년 7월부터 1ℓ 미만의 소형 페트병에도 보증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현지의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1ℓ 미만의 작은 병에 대한 보증금이 도입된 이후 쓰레기에서 플라스틱병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나 감소했다. 또한 보증금 제도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과를 입증하고 있는 점은 굉장히 놀랍다”라며 보증금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설명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3년 전부터 포장과 그 원료의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의 개념을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수집 및 재활용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의 재활용 목표를 70%로 설정했으며,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의 74%를 재활용 및 재사용하는 것으로 원래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는 폐기물 분리를 단순화하는 것이다. 유리와 폐지를 제외하고 가까운 미래에 모든 빈 포장은 PMD(플라스틱, 금속 및 음료 상자) 상자에 폐기해야 한다.

한편, EU의 새로운 플라스틱 세금은 2021년 1월 1일부터 도입돼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은 1㎏당 0.80유로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코카콜라는 이미 2023년까지 50%, 2025년까지 100% 재활용 페트(rPET)를 도입하기로 약속하는 등 해당 규정은 네덜란드 청량음료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5년 동안 금속 캔과 재활용 페트의 성장률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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