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푸드테크 ‘제로웨이스트’ 사업 진출 활발
미국 푸드테크 ‘제로웨이스트’ 사업 진출 활발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10.13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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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폐기물 연간 손실 1610억 불 추정…스타트업 혁신 기술 제시
과일·채소 신선도 연장 솔루션·스티커 개발
불완전 농산물 온라인 B2B 거래 플랫폼 운영
가정의 폐기물, 닭 사료로 가공하는 시스템도

순환 경제에 대한 인식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식량 손실과 식품 폐기물 감축을 위한 제로웨이스트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폐기물을 배출하는 국가로 식품 폐기물 문제는 특히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먹을 수 있는 식품의 30~40%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고, 식품 폐기물은 연간 760억 파운드 이상으로 매립장과 소각장에서 처리되는 전체 폐기물 중 가장 큰 비중(22%)을 차지한다.

이에 따른 경제적, 환경적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미국농무부(USDA)는 매년 소매업체와 소비자가 식품 폐기물로 입게 되는 손실과 식품 폐기물의 가치가 161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식품 폐기물을 매립하기 위해 매립지가 낭비되는 것은 물론, 식품 폐기물로 인해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021년 미국환경보호국(EPA) 보고서에서는 식품 폐기물로 인해 미국은 1억7000만 미터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약 43개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에 해당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식품 폐기물 분야에서도 제로웨이스트가 주목받고 있으며, 신선도 유지 기술과 폐기물 전환 솔루션, 디지털 공급망 등 다양한 기술에 기반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 신선도 유지 기술로 식품 폐기물 대폭 감소

과일과 채소는 수확 후 수분 손실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화 반응을 일으키면서 색상‧풍미‧질감의 변화가 생긴다. 또 미생물 부패에 취약하기 때문에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과일과 채소는 식품 폐기물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폐기물을 줄이려면 신선도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주목한 스타트업 라입랩스(Ryp Labs)는 과일과 채소의 성숙과 부패를 막아주는 특수 스티커인 ‘StixFresh’를 개발했다. 업체 측에 따르면, StixFresh스티커에서는 특수 화학물질을 방출하는데, 과일이나 채소에 붙이면 그 주변에 보호층을 형성해 과도한 숙성과 부패를 막아준다고 한다. 해당 스티커는 인체에 안전한 물질이며,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쉽게 부착할 수 있고, 사용자 정의가 가능하므로 자신만의 브랜드나 바코드를 표시할 수도 있다.

라입랩스의 제품 라인은 현재 과일 및 채소 부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육류, 해산물, 가금류, 계란, 유제품 등 식품 산업 전반에 걸쳐 폐기물을 저감하는 솔루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라입랩스의 혁신 기술은 기후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인정받아 최근 UN 기후 회의 COP 27에서 최고 글로벌 스타트업상을 수상했다.

또 다른 푸드테크 스타트업 어필(Apeel)은 안전한 물질을 과일이나 채소 겉면에 ‘도포’해 농산물의 부패를 유발하는 수분 손실과 산화를 늦추고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어필 측에 따르면 농산물에 도포하는 물질은 모든 과일과 채소의 껍질이나 씨앗에서 이미 발견되는 식용 물질로, 그대로 먹더라도 인체에 무해하고 맛이 나지 않으므로 농산물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어필은 식품 폐기물을 줄이는 데 혁신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인정받아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 유명 투자회사의 투자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누적 투자 금액 7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제로웨이스트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신선도 유지 기술과 폐기물 전환 솔루션 등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푸트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과일의 숙성과 부패를 막아주는 라입 랩스의 ‘StixFresh’ 스티커, 어필의 솔루션이 적용된 아보카도가 진열돼 있는 모습, 잉여농산물 등 모든 등급의 농산물을 거래하는 풀하비스트의 B2B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식품 폐기물을 닭 사료로 만드는 밀의 특수 처리기.(사진=각 사)
△최근 미국에서는 제로웨이스트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신선도 유지 기술과 폐기물 전환 솔루션 등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과일의 숙성과 부패를 막아주는 라입 랩스의 ‘StixFresh’ 스티커, 어필의 솔루션이 적용된 아보카도가 진열돼 있는 모습, 잉여농산물 등 모든 등급의 농산물을 거래하는 풀하비스트의 B2B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식품 폐기물을 닭 사료로 만드는 밀의 특수 처리기.(사진=각 사)

● 집에서 직접 만드는 닭 사료

현재 미국에서는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의 지침과 기존의 순환 인프라를 통해 식당과 식료품점에서 나오는 식품 폐기물은 농장으로 보내져 가금류의 먹이로 제공하고 있다. 반면 가정에서 나오는 식품 폐기물은 규제 경로가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정에서는 식품의 안전, 품질, 일관성을 보장하는 실행 가능한 대규모 모델, 가정 수준에서 안전한 재료를 쉽게 분리할 수 있는 모델, 또는 해당 자원을 농장으로 되돌릴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권고에 따라 미국사료관리협회는 가정에서 나오는 식품 폐기물을 닭 사료로 가공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동물성 사료 성분 정의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내년 공식 지침에 포함되려면 아직 두 차례의 절차적 투표를 통과해야 하지만 해당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식품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경로가 열린 것으로 평가한다.

이 같은 소식은 가정에 배포된 특수 처리기를 이용해 식품 폐기물을 닭 사료로 만들어 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밀(Mill)에도 희소식이 됐다. 밀은 센서, 저울, 알고리즘 기술, 건조 기술이 포함된 특수 처리기를 원하는 가정에 제공하고, 각 가정에서는 이를 이용해 식품 폐기물을 1차 사료 형태로 만든다.

수 주간 만들어진 1차 사료로 처리기가 가득 차게 되면 밀은 각 가정의 문 앞에서 직접 사료를 수거해 가고, 검사, 스크리닝, 미생물 제어 등을 포함해 일련의 처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안전한 상태의 닭 사료를 제조한다. 밀은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를 비롯한 유명한 벤처캐피털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확보했다.

● 디지털 공급망을 활용한 제로웨이스트

미국의 농산물 공급망은 아직 디지털 전환이 더딘 상태다. 디지털 전환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공급망은 정확한 데이터나 운영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식품 폐기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기반한 풀하비스트(Full Harvest)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전체 농산물 공급망을 디지털화하고, 농부와 상업용 농산물 구매자를 연결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잉여 농산물이나 불완전한 농산물 등 모든 등급의 농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B2B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풀하비스트는 농산물 공급망을 디지털화해 농장에서 식품 폐기물을 없애고 100% 완전히 수확(full harvest)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전에는 잉여 농산물만 취급했던 시장을 활용해 지금은 전체 농산물 공급망을 디지털화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식품 폐기물 문제 해결에 활용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농산물 운송이나 처리와 관련된 탄소 배출량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

한편, 현지 벤처투자 업계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로웨이스트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폐기물 관리 분야는 여전히 개척되지 않은 영역이 많으며, 새로운 스타트업들에게 엄청난 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이 분야는 대형 식품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소비 방식을 선호하는 소비트렌드와 맞물려 큰 잠재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적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는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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