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필수품목 가격 산정 방식 기재 위법 논란
공정위, 필수품목 가격 산정 방식 기재 위법 논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11.16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부-가맹점 상호 발전엔 로열티 도입이 효과적
다품목에 가격 변동성 높아…전품목 기재 의무 없어
母法 근거 없이 협의 절차 강제…과잉금지원칙 위배
자원 낭비·분쟁 야기로 ‘기업 운영의 자유’도 침해
프랜차이즈경영학회 세미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필수품목 개선대책이 현장에서의 실효성이 없고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지난 9월 △필수품목 항목 및 공급가격 산정방식 계약서 기재(법 개정) △불리한 변경시 협의 의무(시행령 개정) 등을 담은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품목 수량이 많고 가격 변동 가능성이 높아 가격산정 방식 기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가맹본부와 가맹점산 상호발전적 재정립을 위해서는 정률 로열티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선진 변호사(제공=프랜차이즈산업협회)
김선진 변호사(제공=프랜차이즈산업협회)

16일 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학회장 이용기) 주최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위한 필수품목 제도개선 정책세미나’에서 김선진 법무법인 KLF 대표변호사는 “필수품목은 가맹계약상 중요한 내용으로 계약서 기재가 타당해 보일 수 있지만 원재료·상품은 수량이 많고 가격변동 가능성이 높아 항목과 가격산정 방식 기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정보공개서 제도에도 전 품목 기재의무는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시행령 개정안이 법률의 위임한계를 일탈하고 법 취지와 상충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주장인데, “법은 기재사항 확대에 그치는데 시행령은 모법의 근거 없이 협의절차를 강제하고 있다”면서 “가맹본부는 법적으로 품질관리 및 개발 노력 의무가 있으나 성실협의 의무 부과로 신메뉴 사전 노출, 출시 지연이 발생하고 과다한 물적·시간적 비용이 소요돼 법의 목적달성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의 판단 기준인 △과잉금지 원칙 △본질 내용 침해 금지 원칙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대책이 헌법상 기업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과잉금지 원칙의 위배 여부에 대해 “대책 중 성실협의 의무 부과는 법 취지에 반해 등 부당하고, 분쟁조정 신청 유형 중 필수품목 관련 분쟁은 비중이 매우 낮아 분쟁의 예방 및 감소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가맹본부 절반이 의존 중인 제3자 물류 거래사와 관계 악화 등 큰 어려움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존 제도의 엄격한 시행과 계도, 필수품목 목록 별도 제공, 공정위 적정 도매가 고시, 지정범위 초과 변동시만 협의의무 부과 등 대안으로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서 “미비한 문제해결 효과에 비해 소비자가 받는 서비스 및 품질 수준도 담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법적 판단을 근거로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가맹사업은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품질 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르며 가맹본부의 지원 및 통제가 본질”이라며 “개정안은 상품 및 판매기법의 개발·적용 방해, 인적·물적 자원 낭비, 불필요한 분쟁 야기로 법의 목적 달성을 방해해 본질 침해 금지 원칙에도 위배되므로 헌법상 기업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필수품목은 브랜드의 핵심적 차별화 수단인 만큼 규제보다는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률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제공=프랜차이즈산업협회)
토론자들은 필수품목은 브랜드의 핵심적 차별화 수단인 만큼 규제보다는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률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제공=프랜차이즈산업협회)

미국 연방대법원 완화된 기준에 유럽 “구입 강제 합헌” 
1∼2만 개 중 일부로 업계 옥죄기는 산업 위축시켜 
로열티 제도 확산 땐 필수 품목 관련 논란 줄어들 것

이어진 토론에서 김혁용 고려대 박사 역시 “미 연방대법원은 브랜드 간 경쟁 활성화의 소비자 후생·복지 증진 효과에 주목해 프랜차이즈 위법성을 완화된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고, 유럽 또한 유사한 관점에서 품목 80% 자사 구입 강제를 합법 판시했다”며 “필수품목은 브랜드의 핵심적 차별화 수단으로, 공정위는 경쟁과 무관한 일반 공산품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업계도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상식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책사업실장은 “필수품목 관련 분쟁 비중이 낮고 논란 사례들도 1~2만개 브랜드 중 극히 일부인데, 업계 전체를 옥죄는 것은 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오히려 대다수 선량한 가맹본부 및 가맹에까지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업계 현실을 반영한 신중한 정책적 고민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갑을관계의 상호발전적 재정립을 위해서는 정률 로열티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필수품목 관련 분쟁이 없는 대신 외식업 가맹점들이 10% 이상의 로열티와 2%가량의 마케팅비용을 지불하는데, 이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가맹사업자들은 서로 가맹본부의 과도한 로열티 수취와 가맹점의 매출누락 등 악용 우려로 양측 모두 로열티 제도 전환을 꺼리는 실정”이라며 “로열티 제도가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무르익는다면 필수품목 관련 논란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