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필수 품목’ 갑질 근절 나서
프랜차이즈 ‘필수 품목’ 갑질 근절 나서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9.25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가·공급 가격 산정 방식 공개에 거래 조건 변경 땐 가맹점주와 협의해야
관련 입법 통해 가맹점주 권리, 계약으로 보호
위반 시 과징금 처분 가능하게 시행령 개정
분쟁 발생 땐 조정·민사소송 통해 구제도 쉽게
공정위 거래 관행 개선 대책 발표

커피 프랜차이즈 A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연유, 우유, 생크림 등 공산품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비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으며, 피자 프랜차이즈 B사는 오이, 양파를 제외한 모든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하며 가맹점으로부터 부당 이익을 편취했다. 또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C사는 오븐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고, 수입 제품을 고가에 공급해왔다.

그런가하면 한식 프랜차이즈 D사는 필수품목인 소고기를 기존보다 낮은 품질의 부위로 변경했지만 공급가격은 오히려 인상했고,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E사 역시 패티 공급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이 인하됐음에도 가맹점주들에게 공급하는 가격은 일방적으로 대폭 인상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F사는 1년간 약 7회에 걸쳐서 51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앞으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필수품목 원가 및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가맹점주에게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필수품목 변경, 확대, 단가인상 등 거래조건 변경 시 가맹점주와 반드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위반 시 과징금을 부여한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는 최근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방안’을 당정협의회에 보고하고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거래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대다수 가맹점주들은 많은 품목을 비싸게 구매해 남는 게 없지만 가맹본부는 많은 품목을 비싸게 팔아 수익을 늘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가맹본부가 가능한 많은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한 후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이 경우 가맹점주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특히 가맹점주들은 필수품목 원가 정보를 확인하기를 희망하지만 가맹본부는 영업비밀임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필수품목 갑질 문제가 가맹점주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최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발표한 2021년 업종별 가맹점당 평균 필수품목 마진 수취 현황을 따르면 전년 대비 치킨업종은 2800만 원에서 3100만 원, 피자는 2700만 원에서 2900만 원, 제과제빵은 2100만 원에서 2900만 원, 한식은 1200만 원에서 1700만 원의 마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위는 이러한 가맹본부의 거래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크게 2가지 방안을 중점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현행 가맹사업법으로는 부당한 필수품목 지정에 관해서만 사후적인 제재가 가능할 뿐 계약 후 품목 확대, 불합리한 가격 인상 등의 가맹본부행태를 규율하기는 어려우므로 관련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구체적으로 필수품목 항목 및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가맹계약서의 필수기재사항에 포함해 가맹점주의 권리를 계약을 통해 보호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를 통해 필수품목의 지정·변경·가격산정 일체의 거래과정을 계약에 포섭시킴으로써 가맹본부의 행태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계약에 반하는 필수품목 확대 또는 불합리한 가격 인상으로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가맹점주가 분쟁조정 또는 민사소송을 통해 신속하게 구제받기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공정위는 입법이 이뤄지기 전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필수품목 변경, 확대, 단가인상 등 거래조건을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 시 협의를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위반 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이 가능하도록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장에서 필수품목 해당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맹사업거래상 거래상대방의 구속행위의 유형에 대한 고시’를 제정할 계획이다.

고시를 통해 필수품목의 세부 판단기준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제시함으로써 위법한 필수품목 지정·변경 등의 행위에 대해 명확히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가맹본부의 자발적인 법령 준수를 유도하여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며, 법 집행의 예측가능성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필수품목 지정 비율이 높은 외식업종을 중심으로 필수품목 지정 실태를 지속 점검하고 위반행위 적발시 적극 조치해 나갈것이라고 밝혔다. 법령 개정과 고시 제정을 통해 가맹본부의 자발적인 행태 개선을 촉구하되, 그럼에도 여전히 필수품목을 강매하는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엄정히 법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 고시 제정 등 후속조치를 연내 속도감있게 추진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가맹본부, 가맹점주 등 시장의 목소리도 적극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