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슈링크플레이션’ 제재에 업계 볼멘소리
식품 ‘슈링크플레이션’ 제재에 업계 볼멘소리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12.1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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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 변경 고지 의무화에 위반 땐 과태료 부과
소비자원, 가격조사전담팀 신설 모니터링 강화
일방적 손해 감수 요구…“제품의 질 하락 예상”
정부 비상경제장관회의서 논의

정부가 식품업계 ‘슈링크플레이션’ 행위에 대해 사회적 문제로 판단하고 칼을 빼들었다.

포장지에 용량 변경에 대한 고지를 의무화하고, 만약 소비자들에게 사실을 숨길 경우 과태료 최대 3000만 원을 부과하는 등 강도 높은 제제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3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이 같은 조치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참가격 내 가공식품,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에 신고된 상품,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슈링크플레이션 식품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견과류, 소시지, 핫도그, 만두, 치즈, 우유, 맥주 등 총 9개 품목에서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난 것이 시발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원은 참가격 내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이내에 19개 상품(3개 품목)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식품은 최소 7.7%에서 최대 12.5%까지 용량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에 접수된 53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9개 상품(2개 품목)에서 용량이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고, 언론을 통해 슈링크플레이션이 있었다고 보도된 식품(10개)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9개 식품(5개 품목)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정부는 이번 기회에 업계 만연한 슈링크플레이션을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고’가 아닌 ‘의무’를 법령에 규정키로 한 것 자체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용량 변경 고지 의무다. 정부는 제조자 자율협약을 통해 생산제품의 용량변경 시 해당 사실을 기업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지하고, 소비자원에게 통지토록 했다.

소비자원도 모니터링 대상을 현재 주요 생필품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 상품)으로 확대하는 한편 원 내 가격조사전담팀을 신설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식약처는 내년 1월까지 포장지에 변경 전후 용량을 표기하는 고시안을 마련키로 했으며, 공정위는 용량 변경을 고지하지 않았을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일방적인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유가, 원재료 등 원가 상승요인 큰 상황에서도 물가안정이라는 정책 프레임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하더니 이제는 슈링크플레이션 자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업계의 피해 감수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업계가 사전에 고지 없이 용량을 줄이는 것은 잘못된 부분이지만 이런 식으로 모든 출구를 봉쇄할 경우 결국 제품의 질적 하락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업계가 정당한 방식으로 용량 변경 표기를 해도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다. 결국 기업이 모든 손해를 감내하라는 것인데, 정부의 개입이 너무 지나치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 관련 학과 한 교수는 “경고만으로도 충분히 업계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부분인데, 의무화는 너무 지나친 처사다. 가격 상승 요인이 충분한데도 가격을 강제로 고정시킨다면 업계에선 어떻게든 다른 곳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 조치는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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