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특별법’ 제정 통일 등 대비해야
‘식량안보 특별법’ 제정 통일 등 대비해야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12.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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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전략 인식하에 식량 비축 늘리고 해외 농업 개발을
세계적 식량 위기…지속가능한 농식품 시스템 전환 필요

세계는 극심한 기후변화와 지역간 분쟁, 인구 증가와 사료곡물 수요 증가 등으로 식량 수급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식량자급률 45.8%가 날로 하락추세에 놓여 있어 세계 식량안보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식량 위기에서 어떻게 안전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식량안보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대담을 통해 기후변화 시대의 식량위기에 범국가적인 농식품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량안보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대담을 통해 기후변화 시대의 식량위기에 범국가적인 농식품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식량안보연구재단과 aT가 공동주최한 ‘2023 대한민국 식량안보 심포지엄’에서 다가오는 식량위기에 대응하고, 튼튼한 식량안보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대담을 나누며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철호 명예이사장은 “기후변화와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의 창궐, 신 냉전에 의한 국제분쟁의 격화 등으로 세계 식량위기와 위험이 가중되는 가운데 곡물자급률이 20%밖에 안 되는 한국은 식량안보가 가장 취약한 국가 중의 하나다”며 “그러나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의 의식은 위태로울 정도로 안이하고 식량위기에 대한 준비가 놀라울 정도로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식량위기의 위험을 체감할 수 있는 사례는 도처에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촌의 물 부족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는데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하천의 수증보를 세웠다 허물었다를 반복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언제 통일이 될지 모르는데 남북이 통일될 때 발생할 150만톤 정도의 양곡부족에 대한 준비나 계획이 전혀 없다. 미중 갈등이 심화돼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이 봉쇄되면 한반도로 오는 곡물수송 해로가 막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 현재 양곡관리법에 의한 비축량으로는 겨우 2개월만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이 명예이사장은 수입 농축산물로 인해 쌀의 소비자 줄고 쌀값이 하락하는 것을 막으려고 쌀 생산 억제 정책에만 매달리고 쌀 소비 진작이나 수요창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나라에서 공급되는 식량의 3분의 1을 낭비하고 버리는 상황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만 골몰하고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범국가적인 노력이 없다는 것.

이에 한국식량안보재단은 2022년 10월 가칭 ‘식량안보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신설해 식량안보를 중요한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범부처적인 노력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한민국 식량안보특별법 초안’을 작성해 정부 부처와 국회의원 전원에게 발송한 바 있다.

이 명예이사장은 “초안에 근거해 지난 6월 윤준병 국회의원을 비롯한 12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해 ‘식량안보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농해수위 법안소위에도 상정되지 못한 상태”라며 “식량안보는 국방 못지 않게 국가안위에 중요한 사항이나 이에 대한 대응이나 준비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식량안보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 식량안보가 탄탄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정밀농업연구소 남재작 소장은 “식량안보를 높이기 위해 국내 농산물 자급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급망의 충격에 대비한 식량비축과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이러한 다각적인 접근은 글로벌 수준에서 식량안보를 강화하고 식량공급망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남 소장은 이를 이행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해외농업개발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의 농업환경과 유사하게 다수 소농 중심의 노동집약적인 농업에서 점차 기술집약형 농업으로 이행 과정에 있으며, 기후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기술과 결합한 우리나라의 농업개발 경험은 개도국의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해 국가 간 농업연수 프로그램과 학위과정, 그리고 공동연구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한국농업의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간 농업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 남 소장은 글로벌 수준의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국내 곡물기업이 나타날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제도의 확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00억 달러에 이른 국내 농식품 수입시장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 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농업정보에 대한 체계적인 수집과 분석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연구기관의 설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식량안보는 단순히 식량공급망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식량을 미래산업으로 인식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국가 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을 때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의 한석진 부소장은 “한국은 불과 50년 전만 해도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였으나 비교적 빠른 속도로 주식의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대한민국도 세계적인 식량위기에선 완전히 안도할 수 없다. 지금은 식량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식량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정도는 실로 놀랍다”며 “특히나 새롭게 추진되는 K-라이스벨트(Rice belt)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에 이 경험을 전파하며 세계식량안보의 증진에 대단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력연락사무소 이나라 부소장은 “FAO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 전략(2022-2031)’을 수립해 기후변화협약과 같은 국제 거버넌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식품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며 “정책, 재원, 기술,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간 유기적이며 종합적인 파트너십을 통해서만 기후위기를 대응해 나갈 수 있다. FAO는 선진국, 개도국 구분 없이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농식품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금융에 접근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그는 “특히 대한민국의 농업에 대한 경험과 기술, 모범 사례를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디지털 농업 등과 같은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불안정한 식량안보 해결과 지속가능한 농식품 시스템 전환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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