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회 ‘식량안보특별법 제정안’ 발의의 함의
[기고] 국회 ‘식량안보특별법 제정안’ 발의의 함의
  • 이철호 명예교수
  • 승인 2023.07.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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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재단의 초안 바탕 윤준병 의원실 제정안 마련
식량안보위원회 설치 통해 국가적 어젠다로 격상
일본·중국도 관련 법 추진…입법화 적극 나서야
이철호 명예교수(고려대·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
△이철호 명예교수
△이철호 명예교수

국회 농해수위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읍·고창)이 지난달 29일 ‘식량안보특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동발의자로 민병덕‧서영교‧민형배‧양경숙‧안규백‧김철민‧조오섭‧오영환‧이수진(비례)‧양이원영(비례)‧김정호 의원이 동참했다.

식량안보특별법 제정은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사안으로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식량안보특별법 초안’을 작성하여 국회의원 전원에게 배포한 바 있다. 이 초안을 바탕으로 윤준병 의원실에서 제정안을 마련하였다고 이준 보좌관이 전했다.

이번에 발의된 제정안에는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쌀의 비축, 취약계층에 대한 양곡의 무상 지원 등 식량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내용들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특히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식량안보위원회를 둠으로써 식량안보 문제를 농림축산식품부를 포함한 국가 아젠다로 격상시킨 데에 큰 의의가 있다.

쌀을 취약 계층에게 무상 지원함으로서 사회복지 안전망을 확장하고, 통일 비축미 120만 톤 항시 비축을 명시함으로써 쌀을 남북한 통일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한국민의 의지를 천명하였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해당 부처(보건복지부, 통일부)에서 마련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책임 소재도 분명히 했다.

양곡관리법으로 비축되는 80만 톤과 통일비축미 120만 톤을 합치면 이번 제정안에서 규정한 6개월분의 양곡 비축이 가능해진다. 매년 60만 톤의 쌀을 통일비축미로 저장하였다가 2년 후 쌀가공식품산업으로 방출하는 규정은, 그동안 쌀값 안정을 위해 무작정 시장격리에만 급급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통일을 준비하고 쌀가공산업을 육성하여 쌀의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는 목적이 분명해진다.

식량안보 강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 정부의 식량안보 강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식량 위기 대응체계의 구축·운영을 법에 명시함으로써 진정한 식량안보 체계가 갖추어진다.

식량 증산정책의 제1순위를 농지보전에 두고 대통령령으로 농지전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획기적인 발상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식품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음식물 폐기물 감축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이 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한 규정은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한 제안이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심화되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긴장 상태는 한반도로 오는 곡물 수송선의 항로를 불안하게 하여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매체 닛케이 아시아는 지난 4월 29일 일본 정부가 식량안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지정학적 위험과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에 국가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식량안보법을 내년 초에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글로벌 타임스(2023년 6월 26일 자)에 의하면 중국도 제14차 인민대회에서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식품안전법 상정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식량자급률이 90%를 상회하고 전 국민이 1년 동안 먹을 식량을 비축하는 것을 법으로 정하고 있는 중국이 이처럼 현재의 식량 상황을 위중하게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을 볼 때 우리의 대처는 지극히 미온적이고 걱정스러운 정도를 넘고 있다.

윤준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식량안보특별법’은 식량문제를 국가 운영의 주요 과제로 격상시키고 부처 간의 협력과 책임을 명시한 획기적인 법안이다. 식량안보는 어느 한 부처가 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쌀값 안정과 식량 생산 증대, 취약계층의 식량 지원, 통일미 비축, 식품산업의 식량안보기능 강화, 식량 낭비 줄이기 등 범국가적 식량안보 체계 속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 성사시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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