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는 신생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김태민 변호사의 푸드테크와 산업 톡톡(2)
푸드테크는 신생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김태민 변호사의 푸드테크와 산업 톡톡(2)
  • 김태민 변호사
  • 승인 2024.01.15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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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기술 갖춘 식품 대기업 창업 시장 선도 가능
매칭 펀드 통해 아이디어 기업과 상생 전략 필요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한때 식품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창업가로 소개되었던 수많은 기업이 코로나 이후 고금리 사태가 지속되자 하나둘씩 사라지거나 쇠락해 가고 있다.

새벽 배송이라는 전대미문의 배송시스템을 채택해 강남 엄마들의 사랑을 받았던 온라인쇼핑몰은 상장하겠다고 발표한 지가 한참 지났지만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수산물의 당일 배송 체계를 갖추었다면서 수십억 원의 광고비를 뿌리면서 성장하던 기업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이 밖에도 많은 식품업계 신생기업들이 운 좋게 엑시트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힘겹게 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식품 창업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는 고금리, 경제 위축 등 여러 가지를 댈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해당 기업들의 미래 가치에 투자할 투자자가 부족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스타트업이라고 칭해지는 대다수의 신생기업은 창업 후 몇 년간은 솔직히 손익분기점에 다다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자금에 있어서 여력을 가지고 뛰어든 창업자도 거의 없어 초기 농식품 펀드와 같은 국가 주도의 지원이나 벤처캐피털 같은 민간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생존을 가르는 핵심이다.

그런데 최근 모 유가공회사와 사모펀드 간의 주식 양수도계약에 관련된 소송처럼 식품기업을 순수 사모펀드가 투자해서 인수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전문성 부족에 엑시트가 목적이라 식품기업 자체나 소비자에게 무조건 좋은 것인지도 의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투자는 자금 여력과 기술개발 능력을 갖춘 식품 대기업이 정확한 기술 분석과 미래 가치 판정을 통해 국내 식품 창업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뉴스를 통해 모 식품회사의 오너가 인수 및 합병을 지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 사실 전기‧전자 및 물류‧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투자를 서슴지 않고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비단 식품 대기업들만 투자에 매우 인색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물론 우리나라 식품 대기업들이 최근 해외 유명 식품회사를 인수해 운영하고, K푸드 열풍과 함께 해외 공장 설립 등 수출부터 현지화까지 적극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미 유명해져 버린 제품을 확대하고 널리 알리는 만큼이나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대기업의 시스템상 새로운 시도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오히려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 이런 일은 스타트업이 적절하다.

물론 장사란 이익이 남아야 하는 것이라 무턱대고 투자하라고 종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이때 정부가 나서 농식품 펀드를 확대하면서 대기업과 함께 매칭펀드 형식으로 창업 시장을 활성화하고, 자금이 부족해 좋은 아이디어와 상품을 갖추었음에도 폐업에 이르는 제조업체를 상생을 통해 이끌어 가야 한다.

대기업의 자금과 창업자의 아이디어, 정부의 규제 완화 및 지원 정책이 맞물려 최적의 융합조건이 만들어질 때 식품 창업 시장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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