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186)]구제역의 재등장
[하상도 칼럼(186)]구제역의 재등장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4.08.1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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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성 높은 1종 바이러스성 가축 전염병
백신 접종 땐 청정국지위 상실…살처분 택해

△하상도 교수
최근 경북 의성과 고령에 이어 경남 합천 소재 돼지농장에서도 발굽 탈락과 수포 등의 증상을 보인 돼지들을 역학조사 한 결과, 구제역 O형 확진 진단이 내려졌다. 3년 7개월 만에 구제역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구제역에 걸린 돼지 121마리를 긴급 살처분했는데, 특히 이 농가는 지난달에 백신 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11년 1월 경남 김해와 양산 일대에서는 구제역으로 87개 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 소, 사슴 등 59,892마리를 살처분 한 바 있다.

“구제역(口蹄疫)”이란 한자로 입구(口), 발굽 제(蹄)자를 써 “입발굽병(FMD, foot-and-mouth disease)”이라고 하며,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병이다. 입술, 혀, 잇몸, 코, 발굽 사이 등에 물집(수포)이 생기며 체온이 급격히 상승되고(40∼41℃) 식욕이 저하돼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된다. 잠복기는 3∼11일, 치사율이 5∼55%에 달해서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는 빠르게 전파되고 경제적 피해가 큰 질병인 “A급”으로 분류하며, 우리나라도 “제1종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 원인체는 최근 아프라카에서 전염병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에볼라와 같은 바이러스의 일종인 피코나바이러스과(Picornaviridae)의 애프도바이러스(Aphthovirus)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소는 체온상승, 식욕부진, 침울, 우유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며, 발병 후 24시간 내에 침을 심하게 흘리고, 혀와 잇몸, 발굽의 사이, 젖꼭지 등에서 물집이 관찰된다. 감염된 돼지는 발굽의 심한 병변과 고통으로 인해 제대로 서지 못하고 절뚝거리거나 무릎으로 기어 다니게 되며, 발굽의 물집이 터져 피부가 벗겨진 자리에는 세균 2차 감염이 일어난다.

감염동물의 수포(물집)액이나 침, 유즙, 정액, 호흡공기 및 분변 등과의 접촉, 감염 동물 유래의 오염축산물 및 이를 함유한 식품 등에 의한 전파(직접전파), 감염지역 내 사람(목부, 의사, 인공수정사 등), 차량, 의복, 물, 사료, 기구 및 동물 등에 의한 전파(간접접촉전파), 공기를 통한 전파(공기전파)가 가능하다.

그러나 다행이도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어서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즉, 사람이 구제역 걸린 동물을 먹어도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으며, 감염된 소나 돼지고기를 먹고 구제역에 감염된 사람도 아직까지는 없다고 한다. 요즘은 축산물 도축 가공 시 HACCP이 도입되어 구제역 뿐아니라 질병에 노출된 소, 돼지도 도축장에 반입되지 못한다. 혹시라도 반입된다 하더라도 구제역에 걸린 돼지들은 고열에 시달리고 발굽이 탈락하고 수포가 생기는 등 스트레스 때문에 고기의 질이 떨어지고 식욕 감소로 사료 섭취량도 줄어, 돼지들이 충분히 살이 찌지 않아 식용으로 사용될 수가 없다고 한다.

피코나바이러스는 냉장/냉동은 잘 견디나 다행히도 가열처리, 산/알칼리처리, 소독제에 저항성이 약해 제어가 쉽다고 한다. 즉, 50℃ 이상의 온도, pH 6 이하 또는 9 이상, 2% 가성소다, 4% 탄산소다, 0.2-2% 구연산, 2% 초산 등 소독제로 불활성화가 가능하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고, 감염 또는 접촉된 소는 전염력이 높기 때문에 발생하자마자 살처분해야 한다. 구제역 백신이 있지만 백신을 접종하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상실해 수출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백신 보다는 소각 또는 매장의 방법으로 살처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구제역 확산에 따른 불안감으로 육류 소비를 꺼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부도 살처분 만이 능사인지, 생산자의 입장만을 고려한 청정국 지위 유지에만 메달리는 것은 아닌지, 백신의 적극적 사용이 주는 이익이 얼마가 되는지 등등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균형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언론 또한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안심을 유발하기 위한 과장된 보도를 자제하고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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