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196)]사약①-각시투구꽃 ‘초오’의 독성
[하상도 칼럼(196)]사약①-각시투구꽃 ‘초오’의 독성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4.11.0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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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쓴 모양 쌍떡잎식물 전국에 18종 자생
덩이뿌리 한약재…독성 있어 사약 원료 사용

△하상도 교수
지난 2011년 개봉된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잘 알려진 “초오”라는 풀이 있다.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 방방곡곡 깊은 산속에서 하늘색과 흰색의 예쁜 꽃을 피우는 쌍떡잎식물로서 투구꽃, 각시투구꽃, 세뿔투구꽃, 놋젓가락나물, 참줄바꽃, 지리바꽃, 이삭바꽃, 세잎 돌쩌귀, 그늘돌쩌귀로도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는 약 200여종이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18종이 발견된다. 높은 산의 냇가나 습한 그늘에서 20 cm 정도 높이로 자라며, 뿌리는 굵고, 줄기는 가늘고 곧게 선다.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투구를 쓴 듯한 모양의 꽃 생김새와 갈래진 잎사귀가 특징이다. 이들의 덩이뿌리는 모두 한약재인 “초오(草烏)”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주로 미나리아재비과의 놋젓가락 나물과 바꽃류의 덩이뿌리를 가리킨다.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초오의 덩이뿌리는 일반 약재들에 비해 더욱 강한 독성을 갖고 있다. 위중한 병에 걸린 환자의 극심한 통증과 마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한 순간에 사람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무서운 독(毒)이기도 하다.

예전엔 임금이 어명으로 내리던 “사약(死藥)”의 재료로 “부자(附子)”, “비상(砒霜)” 등과 함께 이 “초오"를 많이 사용했었다고 한다. 신경을 마비시키고 사지를 오그라들게 하는 맹독이기 때문이다. 초오의 독성성분은 알칼로이드인 “아코니틴(aconitine)”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전부터 화살독·의료용 등에 사용
청산가리보다 30배 강해…해독제 없어
아코니틴 함량 따라 차이…건기식엔 금지 

고전에도 “초오는 독성이 강해 이를 달여 내 활에 묻혀 짐승을 쏘면 바로 죽는다”고 했다. 약 2,000년 전부터 살상용이나 화살독, 의료용 약재로 사용된 기록이 있다. 일반적으로 급성독성 정도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반수치사량인 LD50값을 볼 때, 아코니틴의 LD50는 0.3 mg/kg로, 곰팡이독인 아플라톡신(0.02), 복어독 테트로도톡신(0.01) 보다 약 15∼30배 독성이 약하다. 일본 지하철 독극물 테러에 사용된 사린(0.35)과 독성이 비슷하며, 청산가리(10)보다는 30배 정도 강한 독이다.

초오의 독성은 아코니틴의 함유량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약초로 채취된 초오는 아코니틴 함유량이 일정치 않아 그 독성이 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부주의하거나 과량 섭취 시에는 위험하다. 또한, 아코니틴을 과량 복용하면 호흡중추 또는 심근마비를 야기할 수 있다. 아코니틴의 부정맥 유발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어 동물실험에서 부정맥모델을 유도할 때 이 물질을 사용한다. 이렇듯 초오중독은 급성독성이 강하고 부정맥을 유발시킬 수 있으나, 아직 해독제가 없어 위험한 생약재로 간주된다.

그러나 요즘도 초오를 잘못 먹고 사망했다는 보도가 간간이 나온다. 이는 초오는 우리나라 어디에나 자라며, 약재시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떄문이다. 홍콩의 한 병원에서는 민간요법에 의한 중독사고의 70% 정도가 초오에 기인한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 초오의 조제와 판매는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이미 법적으로 규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식약처도 초오, 부자 등을 건강기능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식물로 정하고 있다.

다행히 초오의 독성성분인 아코니틴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물에서 끓이면 분해돼 독성이 약 1/10에 불과한 아코닌으로 바뀌어 독성이 약해지게 된다. 하지만 독성을 1/10으로 줄인다 해도 독성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므로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초오는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사용 규제 뿐 아니라 한약재로서도 그 안전성과 유효성의 과학적인 규명, 의약품으로서의 안전관리 또한 요구된다. 소비자들은 초오의 위험성을 깨닫고 약제의 효능만 믿고 민간요법에 의지한 무분별한 섭취를 자제하고, 반드시 의사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적절한 양 섭취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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