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220)]햄버거①-안전문제, 핑크슬라임 사건
[하상도 칼럼(220)]햄버거①-안전문제, 핑크슬라임 사건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5.05.04 0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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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수로 세척한 자투리 고기 패티
‘안전한 물질 목록’ 포함 불구 미국서 문제

△하상도 교수
몇 년 전 영국의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TV프로그램 ‘음식혁명’에서 ‘핑크슬라임’ 햄버거 패티를 직접 만들며 “우리는 개 사료용 싸구려음식을 먹고 있다”면서 햄버거의 위해성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핑크슬라임(pink slime)’은 분홍색의 점액질로, 쇠고기에서 각 부위를 발라낸 뒤 남은 자투리 부분을 갈아 섞어 살균 또는 저장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암모니아수로 세척해 만든 고기를 뜻한다.

영국에서는 쇠고기 각 부위를 발라내고 발골한 후 남은 자투리부위 자체를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고, 사료로만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제의 고기 패티가 사용되지 않을까 소비자의 우려가 있어 정부가 조사하기도 했다. 이에 식약처에선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햄버거 제조사도 자투리 부위로 만든 핑크슬라임 패티를 만들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농식품부도 논란이 된 햄버거 패티를 비롯해 시중 유통되고 있는 국내 모든 육가공 식재료에서는 핑크 슬라임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회사 M사 등 주요 햄버거 제조업체들은 햄버거 패티를 호주나 뉴질랜드산 수입쇠고기를 사용해 만들며 소금과 후추 이외의 첨가물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작년 8월까지 남은 쇠고기 자투리를 법적으로 허용된 첨가물인 암모니아수로 처리해 세균의 증식을 막아 햄버거 패티 등 식품원재료로 사용하도록 했다. 핑크 슬라임 보도 이후 미국 내 여론이 나쁘게 흘러가자 미국 내 햄버거 제조사들은 2012년 8월부터는 핑크 슬라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의하기도 했다.

사실 이 사건으로 소비자들이 우려한 것은 저품질의 쇠고기 자투리 부위 사용이 아니라 암모니아수로 알려진 수산화암모늄이 햄버거 패티에 첨가됐다는 점이다.

국내서 발생한 ‘불량 맛가루 사건’ 유사
식용 가능해도 소비자는 고품질 원료 기대 

수산화암모늄(NH4OH)은 비료나 청소용 세제, 사제 폭발물 제조 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알려져 위해성 논란이 컸다. 암모니아수는 암모니아를 물에 녹여 만드는데, 보통 27∼30% 암모니아를 함유한다. 암모니아는 무색의 투명한 액체로 고약한 냄새와 자극적인 맛을 내는 알칼리성 물질이다. 의류의 세척이나 국소자극제, 흥분제, 제산제, 중화제 등 의약품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진한 암모니아수는 고무, 유리 등 마개로 막아 밀폐해 보존하며 온도가 상승하면 폭발하므로 서늘한 곳에 저장해야 한다.

미국 농림부(USDA)가 수산화암모늄에 대해 ‘일반적으로 식품에 사용이 인정되는 안전한 물질 목록’인 GRAS에 속하고,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안전한 물질이라고 밝혔음에도 소비자들의 분노가 거셌다.

하지만 수산화암모늄은 국내에서도 식품첨가물 공전상 식품에 사용이 허가된 첨가물이다. 때문에 앞으로 국내 역시 핑크 슬라임과 같은 파동의 재발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핑크 슬라임 사건은 위해성 논란이 있는 암모니아수를 사용해 세척하긴 했으나 쇠고기를 각 부위별로 발골하고 남은 자투리부위를 사용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논란이 일었던 사료용으로 추정되는 손상된 다시마와 채소를 원료로 사용한 ‘불량 맛가루 사건’, 일반적으로 식용이라 생각지 않는 무말랭이 자투리부위를 사용한 ‘불량 만두소 사건’, 식용등급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우지를 사용해 튀긴 ‘우지라면 사건’ 등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자투리 부위는 비록 식용 가능하더라도 소비자들은 고품질의 원료 사용을 원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가능한 좋은 품질의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물가 안정과 저소득층 서민을 위한 저가 제품을 생산코자 할 경우에는 법적으로 허용된 낮은 등급의 식용가능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품질등급은 식품의 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에 식품 제조 시 사용된 원재료의 품질등급을 표시토록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소비자 알권리 확보와 건전한 상거래 구현의 필수 요소라 하겠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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