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221)]가짜백수오 논란
[하상도 칼럼(221)]가짜백수오 논란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5.11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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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위화 사건…건기식 시장에 충격
식약처 안전관리 체계에 허점 노출

△하상도 교수
최근 ‘가짜백수오’ 광풍이 불고 있다. 홍삼에 이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2대 강자로 단숨에 떠오른 백수오시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원인은 가짜 파동 때문으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 값싼 대체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를 섞은 장본인이 생산자인지, 유통업자인지, 제조판매자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의적으로 혼입한 사람이 1차 책임자일 것이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을 허가해 주고 이들 제품이 시장에서 건전하게 유통되는지 관리해야 하는 정부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 발생 약 1년 반 전인 2013년 9월 29일 채널A에서 ‘백수오의 과대광고와 가짜 위험성 문제’를 제기했고, 뒤이어 한의사협회도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당시 과대광고만 단속했고 이엽우피소가 백수오로 둔갑한 것과 위험성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 문제를 해결했더라면 이번 사태와 같이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만든 빅뱅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짜백수오 사건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던 전통적 ‘식품위화사건’의 일종이며, 이런 사건 발생 후엔 반드시 식품법이 정비되고 강한 처벌과 엄격한 규제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식품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4대악 근절’, ‘불량식품과의 전쟁’ 중에 나타난 사건이고, 건강기능식품시장이 오랜 침체기를 극복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던 추세라 이번 사건의 충격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백수오(白首烏)’란 은조롱(박주가리과)의 덩이뿌리로 생약재로 사용된다. 2010년도에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별인정 받은 이후 갱년기 여성과 탈모예방에 좋다는 입소문으로 시장규모가 지난 4년간 10배 가까이 급성장한 제품이다. 그러나 최근 부작용 신고가 많아 소비자원에서 정밀 조사하던 중 가격이 백수오의 1/3에 불과한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위화사건이 밝혀진 것이다.

‘이엽우피소(異葉牛皮消)’는 백수오와 생김새가 거의 비슷해 육안으로 구분이 잘 안되며, 중국 뿐 아니라 국내에도 재배농가가 많아 사용처가 많다고 한다. 이는 효능이 거의 없고 간독성, 신경쇠약, 체중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한약재로도 등재돼 있지 않으며, 식품원료로의 사용 또한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엽우피소를 식품으로 매일 장기간 섭취할 때의 위해성평가가 아직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을 속단하기엔 이르다.

불과 두 달 전 식약처 조사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금번 소보원 조사와 식약처의 재조사에서 검출이 확인된 것은 공인 분석방법의 모호함과 우리나라 식품안전관리체계의 허점을 엿볼 수 있다. 백수오를 원료로 식품을 제조하는 곳은 전국에 256개 식품제조가공업체, 44개 건강기능식품제조업체가 있으며, 이엽우피소 함유 제품을 제조한 업체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식품위생법’ 등에 따라 2개월까지 품목제조정지 처분을 당할 수 있고 해당 제품은 회수, 폐기된다고 한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건강기능식품을 정부가 인정해 주지도 않고 식품의 안전성을 사전관리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PL법(제조물책임법), 회수제도가 시작된 나라로 이 제도가 활성화돼 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집단소송제도가 완비돼 있기 때문에 시장 진입의 자율성을 기업에 넘겨주는 대신 모든 책임을 지게 한다. 정부가 기업에게 인정(certification)이나 승인(approval)을 준다는 것은 정부가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식품안전인증제(HACCP), 품질인증, 건강기능식품인증 등 정부가 나서서 인정해 주다보니 문제 발생 시 책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인정을 받기 위해 서류, 시간, 예산을 투입해야만 해 귀찮은 일이겠지만, 만에 하나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함께 나누기 때문에 오히려 보험 역할의 고마운 면이 있다.

위화사건을 일으킨 기업은 제조정지, 이익환수 등 행정처분과 소비감소, 환불, 주가하락 등 시장에서 치러야할 대가 외에도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에 의한 배상 등 도산에까지 이르는 천문학적 보상을 책임질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이익환수제의 첫 희생양이 될 수가 있어 위화사건 유발의 대가와 향후 식품기업 대응의 바로미터가 될 중요한 선례라 생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장 감시 및 책임시스템이 활성화되면 향후 문제 유발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사전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것이다. 정부에서 나설 필요도 없이 안전한 원료를 사용할 것이고, GMP, HACCP 등 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제조하고, 문제제품 사전 인지 시 신속히 자진 회수해 사고 발생을 최소화하는 선순환구조가 자리 잡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배상제도가 미흡해 확률 상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문제를 사전에 미리 관리할 필요가 없었고, 혹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해결 비용이 크지 않아 사전관리에 미온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식품기업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윤리경영과 보험적 성격의 사전안전관리체계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며, 백수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의 피해를 최대한 보상해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약도 아니고 식품도 아니라 먹어서 좋을 게 전혀 없는 이엽우피소를 소비자가 섭취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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