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223)]식품의 누명⑦-식품첨가물은 독이다?
[하상도 칼럼(223)]식품의 누명⑦-식품첨가물은 독이다?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5.26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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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논리 버리고 목적별 사용 필요

△하상도 교수
최근 우리나라에서 식품첨가물은 매우 위험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식품 사건은 고의성 여부로 구분할 수 있다.

‘고의적 속임수 사건’은 증량, 저가 대체식품, 미허용 첨가물 사용, 보존료 허용량 초과 등이 있으며, ‘비의도적인 사건’은 광우병, AI, 병원성미생물 등 안전성(safety) 관련 사건과 무첨가, 화학‧인공‧천연 마케팅 등 안전과 무관한 커뮤니케이션 사고가 대부분이다. 최근 식품 관련 이슈는 카제인나트륨, 인산염 등 첨가물이 많은데, 경쟁사간 노이즈 마케팅이 주원인이었다.

식품첨가물은 고대로부터 식품의 맛과 기능을 향상시키고 저장성을 얻기 위해 사용돼 왔다. 기원전 3000년부터 고기를 절이는데 소금이 이용된 기록이 있고 기원전 900년까지 염과 연기의 사용이 이미 오랜 전통이 돼 있었다. 중세에 초석의 형태로 시작된 아질산염은 염과 연기의 저장효과를 증진시키고, 보툴리즘(C. botulinum 독소, botox에 의한 식중독)을 예방하며 풍미를 향상시키기 위해 육류에 첨가돼 왔다.

그러나 모든 첨가물이 유익하게 사용돼 온 것은 아니다. 예전엔 냉장, 냉동시설이 없어 밀가루, 차, 와인, 맥주 등이 쉽게 오염되고 변질됐다. 독성이 강한 첨가물을 줄이도록 입법화했을 정도로 보존료가 널리 사용되기도 했고, 수은, 비소, 납과 같은 중금속을 색소로 사용한 시대도 있었다.

결국 식품첨가물의 역사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식품저장의 증진과 식도락에 기여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식품이 실제보다 더 나은 질을 가졌다고 생각하도록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 때문에 소비자는 식품첨가물을 두려워한다.

고대부터 소량으로 맛·기능 향상…장기 보존도
안전성 논란 땐 재평가해 취소…신품목 추가도  

우리나라 식품첨가물은 보건복지부에서 1962년 6월 12일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217개 품목을 지정하면서 본격적인 안전관리가 시작됐다. 1973년 11월 ‘식품첨가물공전’을 만들어 성분규격, 사용기준, 표시기준, 보존기준, 제조기준 등을 수록했으며, 2015년 현재 605 품목이 허용돼 50년간 400개 정도가 늘어났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은 2000품목에 달한다.

식품첨가물은 필요하다면 신규로 인정되고, 비록 과거에 인정됐더라도 안전성 논란의 여지가 있으면 재평가해 사용을 금지하기도 한다. 1966년 합성감미료 ‘돌신(Dulcin)’, 1973년 합성보존료 ‘살리실산’, 1991년 훈증제 ‘에틸렌옥사이드’, 2004년 ‘꼭두서니색소’ 등이 퇴출됐다. 2006년에는 안전성 논란에 의한 식품 중 알루미늄 저감화 방안의 일환으로 ‘염기성알루미늄탄산나트륨’의 식품첨가물 지정이 취소됐다. 2009년엔 국내외 사용실적이 미미한 콘(옥수수)색소, 땅콩색소, 누리장나무색소가 제외된 바 있으며, 2012년에는 주류 발효과정 중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유해물질인 에틸카바메이트 생성을 저해하는 효소제인 ‘우레아제’가 신규로 지정되기도 했다.

무첨가·노이즈 마케팅 등 소비자에 부정적 영향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통한 인식 전환 절실
 

첨가물은 식품에 기능을 주기위해 살짝 들어가는 ‘첨가제’일 뿐이다. 식품에 첨가해 보존성, 물성, 맛과 향, 색, 영양보충 등의 기능을 활용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첨가물이 위험한 ‘독’이라 한다. 소비자들이 아파 약을 먹을 때, ‘약’을 ‘독’이라 하지는 않는다. 약에는 효능이 있지만 더 큰 독성과 부작용도 있다. 첨가물도 마찬가지다.

첨가물은 밥으로 섭취하는 주식이 아니라 약처럼 특정 목적을 갖고 소량 첨가되는 물질이다. 첨가물을 식품 원재료처럼 독성과 부작용 없이 만들라고 하는 것과 가공식품 제조 시 첨가물을 빼라고 하는 것은 과욕이다. 첨가물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식품을 오래 보존해 원가를 낮추고 식중독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첨가하는 보존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더 큰 손실이고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리스크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첨가물 사용은 큰 이익을 주고, 무시해도 될 정도로 확률 낮은 위해성(risk)은 양보하자’는 인식, ‘첨가물을 포함한 사람이 먹는 모든 것에는 독성이 있으며, 약과 독을 구분하는 것은 양의 문제’라는 인식, ‘식품첨가물은 식품이 아니라 첨가물일 뿐이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줘야 한다. 정부는 첨가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첨가물 사용량을 정확히 표시하고 지키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관리만 하면 된다.

기업은 네거티브 마케팅을 자제하고, 소비자는 다양한 첨가물을 목적과 기능에 따라 적절히 구매, 사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할 때라 생각된다. ‘천연은 좋고 인공은 나쁘다’, ‘첨가물은 무조건 나빠 무첨가가 좋다’는 흑백 논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소비자의 식품첨가물 이슈는 ‘안전성 문제’에서 표시에 기반 한 ‘선택의 문제’로 바뀌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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