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치주질환과 루테리-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15)
[연재]치주질환과 루테리-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15)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7.04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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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 세균 중 진지발리스 잇몸 질환 유발
’루테리’ 치주 질환에 강력한 항균 효과

△김혜성 원장<사과나무치과병원>
늘 음식물이 공급되고, 축축한 침이 있고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는 입안은 세균이 살기 딱 좋은 곳이다. 또 공기가 바로 통하는 곳이라 대사를 위해 산소가 필요한 박테리아도 살 수 있고, 잇몸 깊숙한 곳이나 혀의 오돌토돌한 표면 깊은 곳은 공기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산소가 없어야 되는 혐기성 박테리아도 살 수 있다. 그래서 인체 내 미생물에 대한 총괄적인 조사인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MP, Human Microbiome Project)에 의하면 인체 여러 곳 중에서도 구강에 가장 다양한 미생물이 분포한다.(Consortium 2012)

입안의 세균들은 보통은 별 문제 없다. 구강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사슬알균(streptococcus)들은 인체 내 대표적인 상주세균들이다. 심지어 어떤 사슬알균들은 침이나 음식물 잔재들에 섞여있는 영양분을 분해해서 유산을 만드는, 그래서 인체의 건강에 보탬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 유산균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진지발리스(P. gingivalis)와 같은 악성 세균들이 나타나면 문제가 달라진다. 물론, 진지발리스와 같은 세균들도 입안에 상주하는 세균들이다. 보통 때는 그 수가 많지는 않다. 그러다가 몸의 면역이 떨어지거나 플라그가 많이 쌓인다든지, 잇몸 안쪽에 공기가 통하지 않는 혐기성 환경이 깊어지거나 타액이나 잇몸안쪽의 액체인 치은열구액의 산도(PH)가 변해 약한 염기성을 띠게 되면 진지발리스와 같은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 그러면 진지발리스는 빠른 세포분열을 통해 그 개체수를 대폭 늘린다.

이때 원래는 별 문제 없이 살던 상주세균들 중 일부가 이런 진지발리스와 병적 세균들이 붙어서 여러 독소들을 분비하게 되면 잇몸은 빠른 속도로 염증성 상태로 전환된다. 그러면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치조골이 녹거나 고름 또는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잇몸의 과정을 한마디로 세균이 매개하는 만성염증반응(bacteria mediated chronic inflammatory disease)이라고 한다.

이런 염증성 반응을 제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잇솔질이다. 잇솔질은 입안의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함으로써 깨끗이 하고 입 냄새를 나지 않게 하기도 하지만, 더 궁극적으로는 입속에 사는 세균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치과에서 하는 스케일링도 이에 붙어있는 치석을 제거하는 술식이지만, 더 궁극적으로는 거기에 붙어있는 세균을 줄이기 위함이다. 잇솔질이나 스케일링 같은 물리적 조치와 함께 화학적으로 가글액을 쓰기도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가글액들이 세균의 수를 대폭 줄여준다. 하지만, 그런 가글액들은 입안에 사는 상주세균들까지 없앤다는 핵심적인 약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인체에 원래 살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를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잇몸질환에 대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는 상당한 진척이 있어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시도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루테리(Lactobacillus reuteri)다.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억제
메타분석서도 일정한 효과 입증

루테리는 1980년대전까지는 같은 락토바실러스 속(屬, genus)인 퍼멘툼(Lactobacillus fermentum) 으로 분류되다가 루터Gerhard Reuter)와 캔들러( Kandler) 같은 사람들의 연구(Kandler,Stetter et al. 1980)로 이것이 fermentum과는 여러 생물학적 타입이 다르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후 초기 연구자의 이름을 따서 루테리 라고 명명됐는데, 미생물의 역사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인간에게서 루테리는 모유에서 발견되고 수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된다. 엄마가 루테리를 섭취하면 모유안의 루테리는 증가하고, 모유를 통해서든 섭취를 통해서든 인체내로 루테리가 들어가면 수일내로 군집이 시작된다. 또 섭취를 중단하면 수개월내에 루테리수는 줄어든다.

루테리는 건강과 관련된 많은 분야에 효과에 대한 수많은 보고가 쌓여왔다. 대표적으로 설사이다. 루테리는 급성설사나 항생제에의해 유발되는 설사의 예방과 진정에 효과적이고 그로 인한 열을 낮춘다.(Hempel, Newberryet al. 2012, Salari, Nikfaret al. 2012)

또 생후 4개월 이하의 영아가 주로 저녁이나 새벽에 이유 없이 발작적으로 울고 보채는 영아산통(infantile colic) 에도 효과가 있다. 영아산통은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소화 기능의 미숙함에서 오는 복부 불편감으로 추측되고 있는데 루테리가 그런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보인다. (Xu, Wang et al.2015)

구강내 세균에 대한 루테리의 작용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전남대 의대와 치대에서 행한 실험실 연구가 인상적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루테리는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인 진지발리스에 대해 강력한 항균효과를 보인다. 또 충치를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뮤탄스에 대해서도 강한 항균효과를 보여준다.(Kang, Oh et al. 2011)

임상연구에서도 루테리는 치은 출혈을 줄이고, 포켓의 깊이를 낮추며, 염증성 싸이토카인의 분비를 억제하고, 구강내미생물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됐다.(Iniesta, Herrera et al. 2012, Hallstrom, Lindgren et al. 2013,Ince, Gursoy et al. 2015)

최근 발표된 메타분석 자료도 관심을 끈다. 메타분석이란 이미 나와있는 임상연구들을 모아서 하나의 일관된 흐름으로 검증하는 방법인데,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에서 높은 증거로 인정해준다. 루테리가 치주질환에 효과가 있느냐를 검증한 메타분석에서 저자들은 일정한 효과를 보여준다는 결론을 내린다.(Martin‐Cabezas, Davideau et al. 2016)

Consortium, H. M. P. (2012). "Structure, function and diversity of the healthy human microbiome." Nature 486(7402): 207-214.

Kang, M.-S., et al. (2011). "Inhibitory effect of Lactobacillus reuteri on periodontopathic and cariogenic bacteria." The Journal of Microbiology 49(2): 193-199.

Martin‐Cabezas, R., et al. (2016). "Clinical efficacy of probiotics as an adjunctive therapy to non‐surgical periodontal treatment of chronic periodont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clinical periodontology 43(6): 5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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