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특집Ⅲ]스무살 청춘식품①-CJ제일제당 햇반
[창간 20주년 특집Ⅲ]스무살 청춘식품①-CJ제일제당 햇반
  • 배미현 기자
  • 승인 2016.09.26 0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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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밥’ 창출 3000억 거대 시장으로 성장

소비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장수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제품력과 콘셉트에 부합하는 이미지로 착실하게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에 없던 신개념으로 선보이거나 지속적으로 제품 리뉴얼을 시도하는 등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업계 측면에서도 니즈 파악에 근거한 연구 개발은 숙명과도 같다.
다양한 브랜드가 탄생하고 또 잊혀지는 등 변화가 빠른 식품업계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본지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같은 해인 1996년 출시된 CJ제일제당 ‘햇반’, 롯데제과 ‘칙촉’, 동원F&B ‘동원보성녹차’, LG생활건강 ‘갈아만든배’ 등 4개 제품들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꾸준히 소비자들이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집중 분석했다.

사람으로 치면 20년은 성인으로 거듭나는 시점이다. 이들 브랜드가 향후 자타공인 국민 브랜드로 성장해가고 있는 길목에서 국산 식품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진단하는 계기가 마련된 가운데 소비자들에게는 제품에 대한 향수를, 업계에는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CJ제일제당 ‘햇반’은 즉석밥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해 연간 3000억 원대의 거대시장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소비자들에게 ‘즉석밥’보다 ‘햇반’이 더 입에 붙을 만큼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로 시장에 자리 잡으며 후발업체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20년째 굳건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햇반이 세상에 나오기 훨씬 전인 1989년 이미 CJ제일제당은 상압 또는 감압 상태에서 급속 건조시킨 알파미와 동결건조미로 상품밥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방식 모두 맛과 품질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어 보다 새로운 기술 도입이 필요했다.

두 차례 도전 끝에 CJ제일제당은 일본 즉석밥의 무균 포장 방식에 눈을 돌렸다. 무균 포장은 반도체 공정 수준의 클린룸에서 살균한 포장재를 이용해 밥을 포장하는 기술로, 균이 전혀 없기 때문에 보존제 없이도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장기간 신선한 밥맛을 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CJ제일제당 ‘햇반’은 ‘맛있는 밥’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뚝심으로 20년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즉석밥 시장 내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각광받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100억 원 이상에 달하는 설비를 신개념 제품에 투자하기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품질에 타협이 있어서는 지난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경영진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많은 이들이 햇반을 국내 최초의 상품밥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사실 이전에도 냉동식품 형태 볶음밥이나 레트로트 공법을 적용한 상품밥이 존재했다. 하지만 맛과 품질이 소비자 기대치를 따라오지 못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상품밥은 저품질’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질 좋은 상품밥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가장 기본이 되는 ‘좋은 쌀’을 찾아 전국의 미곡처리장 1만여 곳을 다녔다. 20~30가지 쌀을 가져와 300여 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소비자조사를 수 차례 반복 실시해 최상의 맛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1996년 12월 12일, 방금 만든 맛있는 밥이란 의미의 ‘햇반’이 마침내 국내 즉석밥 시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밥이라 하면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떠올리던 90년대, 초창기 햇반은 밥이 모자랄 때 이를 해결해 주는 비상식(非常食)개념으로 시장에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일상식’으로의 접근을 시도, ‘집에서 엄마가 정성스럽게 지어준 것처럼 맛있는 밥’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2002년경에는 당일 도정, 무균 포장, 뛰어난 맛 등 우위성을 자랑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82%까지 높일 수 있었다.

꾸준히 성장세를 지속하던 즉석밥 시장은 1~2인 가구의 급증과 함께 최근 수년간 평균 20%에 가까운 성장을 보여 작년 약 2400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는 약 3000억 원 규모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1~2인 가구 증가세가 본격화된 2011년경부터 CJ제일제당은 ‘밥보다 더 맛있는 밥’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더 이상 비상식이 아닌 일상식임을 직접 강조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시작했다.

상품밥 무균 포장 방식 고급화로 최상의 맛 구현
1인 가구에 일상식으로 마케팅…연간 20% 성장
‘~컵반’ 등으로  확장 건강·편의 충족…27개국 수출  

CJ제일제당 측에 따르면 햇반은 일상식으로 소비하는 수요가 늘면서 최근 수년 간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 총 누적판매량은 13억 개를 넘어섰고 올해 말까지 15억 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내 대표 즉석밥 브랜드로 자리잡은 햇반이지만 끊임없는 개발을 통해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식품에서 기대하는 가치가 맛에서 ‘맛과 건강’으로 바뀌면서 햇반은 현미, 흑미를 비롯한 다양한 잡곡밥을 선보이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5%대였던 잡곡밥 매출 비중은 올해 약 19%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쌀눈 크기를 기존보다 3배가량 키운 ‘햇반 큰눈영양쌀밥’ 슈퍼곡물을 넣어 만든 ‘햇반 슈퍼곡물밥’ 제철음식 트렌드를 반영한 ‘햇반 취나물밥’ 등 건강밥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햇반은 건강밥 이외에도 간편하지만 제대로된 한끼 식사를 원하는 1~2인 가구 소비자를 대상으로 밥이 맛있는 간편식을 표방하는 ‘햇반 컵반’도 선보였는데, 출시 첫해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고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800만 개를 넘어설 정도로 대박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베트남 등 27개국에도 수출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에서는 현지 소비자의 생활 패턴에 잘 맞는 제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월 매출이 20%씩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컵반의 이 같은 성공 역시 ‘밥의 맛’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햇반이 탄생한지 올해로 20년이 되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는 ‘맛있는 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집밥 못지않은 즉석밥으로 맛과 건강, 편의를 원하는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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