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계란광풍’-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9>
때아닌 ‘계란광풍’-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9>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1.2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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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부족에 불량품까지…안전관리 구멍
식약처 ‘유통구조 개선 방안’ AI 예방 도움

한 국회의원이 공개한 정부의 ‘계란 유통 문제점과 대책보고서’에 따르면 생산과정에서 껍데기에 실금이 갔지만 육안으로 선별이 불가능한 계란 중 30% 가량인 7억 7000만개가 시중에 그대로 유통·판매됐다고 한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해 식약처의 안전관리보다 생산자와 유통업자들의 이익을 우선시해 국민의 건강을 내팽개쳤다고 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창궐해 국내 산란계의 약 3분의 1인 20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되는 바람에 ‘계란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계란 공급량이 30% 이상 감소해 가격은 폭등했으며 급기야 미국산 계란까지 수입했다. 이런 상황에 ‘불량계란’ 유통문제까지 터져 안 그래도 어수선한 시국에 ‘계란광풍’이 불고 있다.  

△하상도 교수
이러한 ‘계란광풍’은 한창 성장하던 계란과 난가공식품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물론 계란은 노른자의 높은 콜레스테롤 함량 때문에 건강의 적으로 오해와 누명도 쓰고도 있지만 고단백이고 흰자와 노른자의 독특한 맛 덕택에 가성비 높은 식재료로 꾸준한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온 국민 식품이다.

AI가 터진 다음날인 2016년 11월 17일 5340원하던 계란(특란 10개, 소비자가격)은 두 달 만에 가격이 약 두 배 가량 뛰었다. 우리나라 계란 관련 시장이 1조4000억 원을 넘어섰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상황이라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계란은 생식품이라 쉽게 부패되고 살모넬라 등 안전성 문제가 늘 도사리고 있어 위험한 식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소비자원 분석 결과에서도 계란 관련 소비자 불만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불만사항을 살펴보면 1위가 ‘상온 보관·판매 시 신선도 및 부패변질 우려’, 2위는 ‘잔류 항생물질’, 3위는 ‘계란의 품질등급과 유통기한’, 4위는 ‘영양성분 강화 계란의 신뢰성 확보’ 등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안전한 계란의 생산, 유통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도 모자를 판에 불량계란이 시중에 유통·판매되는 걸 방치했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식약처가 이를 파악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에 대해 지원은 못해줄망정 청와대가 생산자와 유통업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국민의 건강을 내팽개친 것이다.

고단백·독특한 맛…가성비 높은 서민의 식재료
관련 시장 1조4000억 원대…성장세에 찬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그 어떤 이익보다도 우선시 돼야 하는 가장 귀중한 가치이다. 우리나라의 식품안전관리는 생산자와 특권층, 생계형 등을 구분해 힘없고, 말없는 서민들의 안전은 뒷전이 돼 버렸다.

수입식품의 경우도 정상적인 통관 제품은 검역·검사를 철저히 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정밀검사 비율이 높아 촘촘한 안전관리를 하고 있지만 생계형 보따리상, 해외직구 등 아직도 많은 예외와 허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식약처에서 추진하려 했던 ‘계란의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우리나라에서 2년 주기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AI대란의 예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영세한 계란 수집상들이 낙후된 차량과 오염된 플라스틱 용기를 지닌 채 여러 농장을 드나드는 방식이 AI 전파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고병원성 AI는 현재 우리나라 전역에서 역대 최악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특히 이번 AI는 전염성이 강해 지금까지 30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고, 그 피해액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해 1조5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러한 AI대란 중에도 시중에 유통되는 닭고기나 오리고기, 계란은 검사를 거친 안전한 식품이다. 게다가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 이상에서 가열되면 사멸하고 전 세계적으로 닭고기나 계란을 먹고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계란의 올바른 취급방법은 △깨끗하고 깨지지 않은 신선한 계란 구입 △구입 후 바로 냉장보관 △노른자와 흰자위 부위가 단단하게 굳을 때까지 조리 △생란이나 계란요리는 실온방치 금지 △요리 후 2시간 이내 섭취 △깨지거나 금 간 날계란 섭취 금지 △계란과 접촉한 손과 주방기구의 철저한 세척 등으로 꼭 기억하고 실천하자!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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