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콩 부족에 가공업계 피해…정책 전환을
원료콩 부족에 가공업계 피해…정책 전환을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8.05.1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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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콩 사용 늘리려 TRQ 물량 줄여…실제로 비싸서 기피
두부 간장 등에 값싼 밀가루 대두분 사용…소비자까지 피해

국산 식용 대두(콩) 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해 국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식품가공업계에서는 부족물량을 대부분 수입 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식용대두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두부, 고추장, 된장, 간장 등 대표적인 서민식품의 가공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국산 식용 콩 자급률로는 수요 물량을 메울 수 없는 상태다.

이에 정부는 국영무역(대행 기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을 통해 콩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매년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으로 콩을 수입해 업체에 배분하고 있다.

TRQ는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TRQ 물량으로 들어오는 콩은 가격 면에서 저렴하고 품질도 괜찮아 업체들은 부족한 물량을 대부분 수입 콩에 의존해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정부가 국산 콩 소비를 활성화를 시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TRQ 물량을 줄이고 있어 업체들이 원료 부족 사태를 겪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식용대두 수입양은 21만4782톤이었는데 작년 20만3782톤으로 줄었고, 올해는 20만4413톤으로 조금 늘었지만 5000톤가량의 물량을 빼내 하반기에 상황을 보고 배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질적으로 물량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사태가 온 원인을 보면 정부가 쌀 생산조정제를 실시하면서 논에 콩을 심는 농가가 증가하면서 2016년과 작년 국산 콩 물량이 늘어 TRQ 물량을 줄여 국산 콩 물량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국산 콩(1kg, 4500∼4800원)과 수입 콩(1kg, 1100원)의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국산 콩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수입 콩보다 더 저가인 수입 밀가루나 대두분을 대체 원료로 사용하게 된다.

다시 말해 콩이 들어가야 할 두부, 고추장, 된장, 간장 등 대표적인 서민식품의 가공원료로 수입 밀가루나 대두분이 들어가 식품 품질을 저하시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년 업체들은 일정 부분의 물량을 산출해 한 해 생산량과 매출 목표액을 정하는데 정부 정책에 의해 원료조달의 불확실성이 커져 계획된 목표대로 사업을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런 사태가 계속된다면 대부분의 콩을 이용한 제조업자들은 수입 콩보다는 품질은 떨어지나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입 밀가루나 대두분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며 “저가의 밀가루나 대두분으로 만든 제품이 대량 유통돼 서민 다소비 식품들의 품질 저하로 인해 소비자도 피해를 입고 더 나아가 소비부진으로 이어진다면 정부가 그렇게 챙기는 국산 콩 재배농가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식품업체들에게 있어 원료조달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정부 정책 때문에 원료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체만 입게 된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나서서 식품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만 주고 있기 때문에 정책을 추진할 때 보다 신중하고 폭넓은 사고를 가지고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정부에서는 국산 콩 활성화와 식량자급률 향상이라는 목표 하에 TRQ 물량 조절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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