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연착륙, 냉장온도 5℃ 이하 선결을
‘소비기한 연착륙, 냉장온도 5℃ 이하 선결을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8.0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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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자료 분석 결과 ‘비용편익비율’ 1 넘어
본지 주최 ‘소비기한 제도 도입에 발맞춘 합리적인 냉장온도 개선 방안’ 웨비나

무분별하게 낭비되는 식품 폐기물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식품의 보존 기간 표시가 기존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개편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각계 전문가들은 소비기한 제도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식품의 보관 및 유통 중 냉장온도 시스템이 현행 10℃ 이하에서 글로벌 선진국 수준인 5℃ 이하의 환경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식중독 및 코로나 19 등과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나 미생물 등 위기 상황으로부터 예방·대응이 필요한 현재 식품의 온도관리는 미생물 생육을 억제해 식중독을 예방하는 중요한 요소며, 낮은 온도에서의 냉장보관 시 제품 보존기간이 연장돼 식품 폐기량 감소 및 생산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식품 보관·유통 시 냉장온도 5℃ 이하로 설정해 식품사고를 예방·관리하고 있는 만큼 국내도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새로운 관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달 30일 본지 주최로 열린 ‘소비기한 제도 도입에 발맞춘 합리적인 냉장온도 관리 개선 방안’ 웨비나에서는 식품 보관·유통 시 냉장온도 5℃ 이하로 설정할 경우 예상되는 비용 및 편익 분석과 소비자 인식, 글로벌 시장 동향 등에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각계 전문가들은 소비기한 제도가 빠르게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식품의 보관 및 유통 중 냉장온도 시스템이 현행 10℃ 이하에서 글로벌 선진국 수준인 5℃ 이하의 환경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사진=식품음료신문)
각계 전문가들은 소비기한 제도가 빠르게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식품의 보관 및 유통 중 냉장온도 시스템이 현행 10℃ 이하에서 글로벌 선진국 수준인 5℃ 이하의 환경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사진=식품음료신문)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두부, 우유, 비가열주스, 냉장면류 등 냉장온도 저감이 시급한 식품들의 대상으로 보존·유통 냉장온도 개선을 위한 비용·편익 분석연구를 발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냉장온도 5℃ 설정 시 냉장창고 추가전력비는 면적 1㎡당 전력량이 연간 68kWh가 추가 발생하고, 냉장차량 추가 유류비는 대당 약 6.1%의 추가 유류비가 발생한다. 유통매장의 경우 전력비는 약 125억 원이 추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냉장온도 5℃ 설정 시 현재 발생하는 식품 폐기물의 절반가량이 감소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유는 약 30%, 두부·비가열주스·냉장면류는 약 5% 비율로 식중독 등 질병이 감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른 의료비 절감만 연 1420억 원이 산출된다.

또한 해당 품목에 대해 10년간 냉장온도 5℃ 이하 설정 시 발생하는 비용은 약 3142억 원이 소요되나 편익은 약 4865억 원이 발생한다는 결과 값을 도출됐다. 비용 대비 편익 결과는 비가열주스, 냉장면류, 두부 및 가공두부, 우유류 등 순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냉장온도의 저감화는 선진국 사례에서도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됐다. 시스템 변경에 따른 이익적 측면이 크지 않더라도 공익적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는 만큼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제주도를 제외한 19세 이상 전국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유통 매장 내 냉장식품의 보존 및 온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8%가 냉장식품의 온도를 5℃ 이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주된 이유로는 ‘미생물 증식을 막기 위해’ ‘품질유지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응답이었다.

5℃ 이하로 관리해야 할 냉장식품은 우유 및 생크림류 31.5%, 비살균주스 17.5%, 치즈 13.8% 등으로 나타났으나 온도를 낮출 경우 추가 금액을 지불할 의향에 대해서는 73.1%가 부정적 의견을 냈다.

또한 전국 43개 대·중·소 유통매장의 냉장온도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각 매장별 관리되는 식품 냉장온도가 뷸균일해 낮은 온도와 가장 높은 온도차가 적게는 2.8℃에서 많게는 11.9℃까지 차이가 나고 있었다. 김밥을 제외한 모든 식품이 평균 10℃ 이상 온도에서 보관되고 있었다.

이 부회장 “현행 냉장온도 규정이 10℃ 이하이기 때문에 업체에서 이 범주로 관리하고 있으나 실제 냉장진열대나 식품의 표면온도가 빨리 떨어지지 못할 경우 자칫 10℃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으며, “현행 냉장온도 범위에 있는 식품은 김밥이 유일했는데, 김밥 역시 매장에 따라 온도차이가 7.7℃까지 발생해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식품 보관 상태가 매장에서 올바르게 진행되더라도 소비자들의 보관 역시 중요한 만큼 향후 가정 내 냉장고의 올바른 사용법 등에 대해 홍보·교육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의 고도화로 국제적으로 식품 관리를 위한 냉장온도 관리가 낮아지는 추세이며, 국가별 차이가 있으나 잠재적 위해식품을 중심으로 5℃ 이하 또는 4~8℃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국내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식품별 성분 조성과 특성(pH, Aw 등)에 따른 합리적, 과학적 근거를 고려한 현행 냉장온도 기준에 대한 개정 검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 교수는 “냉장온도가 높은 경우 식품의 변질 및 부패로 음식폐기물 발생이 늘어나고 식품안전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 USDA에 따르면 리스테리아균의 경우 우리나라의 냉장온도 기준인 10℃에서도 빠르게 증식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와 국외 냉장 유통온도와 규정상 기준이 상이해 수출입 식품의 통관 시 냉장 유통온도의 차이로 인한 무역분쟁도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 하 교수의 주장이다.

하 교수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식중독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90년에는 식중독 발생건수가 현재와 비교해 최대 42%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식품 보관 냉장온도를 5℃ 이하로 낮춘다면 식중독 발생이 약 28%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1단계 우선 추진으로 비가열주스, 냉장면류, 두부 및 가공두부, 우유류 등 저온관리식품부터 먼저 적용하고, 추후 식육가공품, 냉장죽, 드레싱·소스, 냉장스프 등에 추가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강봉 식약처 식품기준과장은 “냉장온도 취지에 대해 공감하고, 관련 정책 추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세 가지 방향에서 고민 중인데, 전향적으로 할 것인지, 위험요소가 높은 품목을 우선 시행하는 부분적 시행, 미국 등과 같이 7℃ 이하 적용 뒤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법”이라며 “아직까지 방향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추가 규제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이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마친 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냉장온도 설정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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