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소비 촉진을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 방안-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22)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 방안-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2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8.3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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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 경쟁력 높여 원유값 낮춰야 유업체 적자 줄고 소비 확대

지난 5월부터 원유 가격을 두고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끝에 내년부터 21원 인상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낙농가는 원칙대로 ‘작년 생산비가 오른만큼 L당 21~26원을 올려달라’고 주장했고, 코로나19로 학교급식 중단 등 우유 소비가 줄어 타격이 커진 유업계는 ‘원유값 동결 또는 인하’에 목소리를 높인 결과 올해는 사실상 가격 동결로 마무리지은 것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 그래도 안 팔리던 우유가 코로나사태로 더 남아돌면서 이를 줄이기 위한 유업계의 ‘고군분투’가 파격적인 할인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유업계의 실적 악화는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유업계 상위 10개사는 작년 흰 우유 부문에서 거의 적자를 냈고 그 액수가 8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그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국내 ‘원유가격’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기준 1kg당 한국 원유가격은 1034원으로 미국 479원, EU국가 448원, 뉴질랜드 397원과 비교해 월등히 높고 일본 1044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우리 유(乳) 업체들은 원유 가격이나 실제 소비량과 무관하게 「낙농진흥법」에 따라 계약 농가에서 생산한 원유를 전량 구매해야 한다. 비싼 원유가격과 전량 매입 조건 덕에 국내 낙농가의 수익률은 수년째 25%를 웃돈다고 한다. 이 불합리한 법은 바로 생산자만을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고소한 우유를 물처럼 맘껏 마시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우유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 우유가 남아돈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비싸다. 귀해서 비싼 게 아니라 소비자는 아랑 곳 않고 생산자들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 시장논리가 전혀 작동치 못하게 만들어 비싸다고 한다. 이제는 2020년이다. 농업이 우리 식품산업의 경쟁력에 직결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반드시 ‘농업(農業)’도 ‘산업(産業)’이 돼야 한다. 미국이나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우유가 과일주스보다도 싸 소비량이 엄청나다. 우유를 물처럼 마신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유가 몸에 좋다! 소비를 늘이자!” 하는 캠페인 광고를 아무리 해도 감당 못할 가격으로 무용지물이다. 우선 우유 값부터 낮춰야 소비가 늘어난다고 본다.

우유 값을 낮추려면 국내 낙농가의 원유 출고가를 낮추든지 저렴한 분유를 수입해 와 환원유로 만들어 팔면 되는데, 이 또한 생산자의 소탐대실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비싼 우유 값이 해결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우유를 사 먹는 소비자는 물론 나라도, 제조업체도 모두 손해 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우유는 기원전 4백년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때부터 완전식품이라 입증되기 시작했고, 많은 소비자들이 큰 키와 튼튼한 뼈, 우유 빛깔의 뽀얀 피부에 대한 로망을 충족하기 위해 우유를 마신다. 우유는 단백질, 지방, 유당,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를 갖고 있고 특히 칼슘과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 유당 등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유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우유가 학교급식에 등장하게 된 것이 낙농업자 로비의 산물이며, 우유의 효능 또한 마케팅을 위해 의료계의 힘을 빌린 것이라고 비하한다. 또한 우유가 심장질환, 뇌졸중, 유방암, 난소암, 당뇨, 알레르기, 복통, 설사, 심지어 골절까지도 유발한다고 비난한다. 우유 내 유당이 체내에 쌓이며 설사를 자주 유발한다고도 하며, 소화관 내 장내세균이 유당 발효과정에 가스를 만들어 복통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품은 좋고 나쁜 양면을 모두 갖고 있다. 고기도 곡물도 채소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적당량 마신다면 칼슘과 생리활성물질, 면역촉진 효과 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우유 자체의 선(善)과 악(惡)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 생각한다.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섭취하느냐가 옳고 그름의 열쇠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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