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보리 열풍과 안전성 우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23)
새싹보리 열풍과 안전성 우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23)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9.07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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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 등 풍부한 슈퍼푸드…효능 과장 말고 쇳가루 등 혼입 없어야

요즘 새싹보리가 몸에 좋다고 홈쇼핑에서 난리다. 그러나 최근 대장균이 검출되는 등 안전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고, 약(藥)처럼 허위과대광고까지 등장했다. 식약처는 최근 2년간 새싹보리분말 102건을 검사한 결과, 40건이 쇳가루(금속성 이물)와 대장균 기준·규격 위반으로 부적합됐다고 밝혔다. 이에 시중 유통 중인 새싹보리 분말제품을 국민청원 안전검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국내 제조업체 94곳에서 생산한 130개 제품 모두를 수거해 쇳가루, 대장균 등을 검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 동맥경화 예방 등 허위과대광고, 체험기 등을 이용한 소비자 기만 광고도 점검한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새싹보리’는 보리의 어린 싹을 일컫는데, 다 자란 보리보다 영양성분이 많다고 알려져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다. 철분은 시금치의 24배, 필수 아미노산은 밀싹의 2.2배, 칼슘은 우유의 4.5배, 칼륨은 사과의 20배에 달하고 그 외에 폴리코사놀, 폴리페놀, 사포나린, 식이섬유, 베타 글루칸, 가바, 클로로필 등의 영양소가 들어 있어 그야말로‘슈퍼푸드’ 열풍이 불고 있다.

 ‘보리(麥)’는 기원전 1,500년경 고대 인도서적에서부터 언급되는데, 떫은맛에 냉하고, 거칠면서 가벼운 단맛을 주는 곡식이다. 또한 생리적으로는 변의 부피를 늘려 주고, 체온 조절, 체액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보리는 로마시대 검투사들의 애용식이였고 라틴어 명칭도 검투사로부터 기원한 것인데, 체력과 스테미너를 높이기 위해 보리빵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우리 국민 1인당 보리 소비량은 연간 1.3 kg에 불과하다. 2018년 기준 쌀 소비량이 61 kg, 밀이 33 kg 정도이니 거의 보리를 먹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엔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리가 쌀을 대체하는 중요한 식량자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보리가 남아돌아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최근의 새싹보리 인기는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새싹보리의 유용성에 대한 광고가 도를 넘어 소비자를 속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새싹보리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기타 가공품, 기타농산가공품)이라 건강 효능이 미미할 뿐 아니라 강조해서도 안 되는 데도 말이다.

 “새싹보리는 식이섬유라 포만감을 높여줘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는 것과 “클로로필, 베타글루칸 성분이 많아 면역력을 강화해 준다.”는 내용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어 들어줄 만하다. 그러나 “새싹보리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해줘 동맥경화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의 개선에 도움을 준다.”, “폴리코사놀과 사포나린 성분이 해독작용, 숙취해소, 간 기능 개선, 알코올성 지방간 개선에 효과가 있다.”, “당뇨환자의 혈당 수치를 도와 준다.” 등등은 너무 많이 나갔다. 일반식품을 약(藥)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당연히 새싹보리의 섭취량과 인체 내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OO효능을 주는 성분이 OO만큼 들어 있다.” 정도로 끝나야 하는데도 말이다.

 새싹보리엔 이런 좋은 성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리를 싹 틔우기 위해 물에 오래 동안 담궈 놓다 보니 부패균이나 대장균이 잘 자라 미생물 오염이 빈발하고 가루를 만들 때 롤러에서 떨어지는 쇳가루가 혼입되기도 한다. 지난 5월 26일 한국소비자원은 “새싹보리 분말가루에서 기준치 초과 쇳가루가 검출돼 위험하다.”는 발표를 했다. 이후 기준치 초과 업체의 환불 대응 미흡 등으로 모든 새싹보리 제품에 대한 안전검사를 식약처에 요청하면서부터 안전성 논란이 시작됐다. 또한 JTBC 뉴스에서도 새싹보리 제품의 대장균 검출과 제조업체 위생관리 문제를 제기하며, 모든 분말류에 대한 대장균 검사를 요청한 바 있다.  

 최근 새싹보리, 노니 등 분말 제품에서 쇳가루 부적합 등 안전성 문제가 지속되자 식약처에서는 대대적으로 ‘노니 등 분말·환 제품 제조공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수입 새싹보리 분말가루가 높은 부적합율을 보여 식약처는 ‘19년 11월 25일부터 수입단계 검사명령을 실시하고 있고 검사명령 전 1년 이내 수입된 제품에 대해서는 유통단계 검사명령을 실시한다. 그리고 2020년 4월부터는 분말·환 제품 제조 시 충분한 자력을 가진 자석 등을 이용하여 제거하는 공정을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새싹보리 분말은 이렇게 장점도 많고 안전성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일반식품에 대한 기능성 표시가 허용된다면 새싹보리 붐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모처럼 때를 만난 보리가 가난의 상징에서 부자들의 건강식, 기호식으로 거듭나 제2의 전성기가 열리기 위해서는 효능 이전에 안전성 확보부터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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