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통메주, 곰팡이독소 관리방안
[기고] 전통메주, 곰팡이독소 관리방안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0.11.0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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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학교·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모든 식품의 제일구비요건은 안전성확보다. 이런 이유로 오랫동안 먹어왔던 우리 전통발효식품이라 하더라도 과학에 근거하여 국가가 정한 안전성을 담보할 규격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소비자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 식약처의 보도자료(2020. 10. 23.)에 의하면 한식된장과 메주를 수거 검사한 결과 검사시료 517개 제품 중 전통된장 30개 제품에서 아플라톡신이 기준을 초과했고 한식메주제품은 기준에 합당하다고 했다. 문제된 전통된장은 전통메주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 메주가 독소생성 곰팡이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아플라톡신은 Aspergillus속 곰팡이가 생산하는 2차대사산물로, 섭취했을 때 사람이나 가축, 어류 등에 생리적 장애를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분자구조상 차이로 아플라톡신 B1, B2, G1 및 G2가 포함된다. 이들 독성물질은 곡류나 두류 등에서 자랄 수 있는 Aspergillus flavus, A. parasiticus 등이 증식하면서 생성된다. 이들 곰팡이의 종자인 포자는 공기 중, 토양, 혹은 지푸라기 등에 존재하며 조건이 맞으면 증식하여 독성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이 곰팡이들의 생장 최적조건은 온도 25-30℃, 상대습도 80-85%이며 곡물에서는 수분함량이 16%이상에서 증식가능하고 이때 독성물질도 생성될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메주를 만들 때 독성을 생성하는 곰팡이들이 잘 증식할 수 있는 조건에 맞는다. 즉, 적당한 수분과 좋은 영양원, 그리고 상대습도가 맞으니 자연히 증식할 여건이 된다. 따라서 자연발효에 의존하는 우리 전통메주와 그 메주를 사용하는 된장, 간장은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운 좋게 이런 유의 곰팡이가 접근하지 않으면 다행이나 여건에 따라서는 독성물질생성 균이 부착하여 증식하면 바라지 않는 곰팡이독이 생성되어 우리건강을 해친다. 곰팡이독소물질은 간장독, 특히 간암의 원인이 되고 신장독, 신경독, 위장독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국가 기준으로 모든 아플라톡신의 총합이 15㎍/kg(ppb)을 한계로 규제하고 있으며 아플라톡신 B1 만으로는 10 ppb 수준으로 낮게 정해져있다.

보통의 메주 발효에서는 선택적으로 황곡균(Aspergillus orygae)이 빠르게 증식하므로 아플라톡신 생성 균이 잘 자라지 못하나 예외적인 조건에서는 독성생성 균이 증식하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자연에서 생산자가 선택적으로 곰팡이증식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유해곰팡이를 증식 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가지 채택할 수 있는 방법은 메주발효 시 선발된 우수 균인 황곡 균을 미리 접종하여 유해균의 증식을 미리 차단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단백질분해 능력과 우수한 향미물질을 만들 수 있는 우수 균을 선택적으로 자라게 만들어주면 품질과 향은 물론 유해균의 증식도 막아 1석 2조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경우 법적으로 한식메주가 아닌 개량메주로 분류되어 전통식품으로서 구분하기 어렵다. 즉 “한식 메주는 대두를 주원료로 하여 찌거나 삶아 성형하여 발효시킨 것을 말한다.”라고 한정지어져있고 선별된 종균을 이용하면 개량메주가 된다. 한식간장이나 된장도 한식메주를 사용하는 것으로 한정짓고 있다.

따라서 아플라톡신 같은 독성물질 생성을 억제하려면 미생물관리가 필수이나 자연 조건에서는 이들 독성생성 균을 선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울러 생성된 아플라톡신은 열에도 안정함으로 인위적으로 제거기도 어렵다. 결국 우수 균을 접종하여 유해균의 증식을 막아야하는데 종균을 사용하는 경우 현재의 식품규격(식품공전)에 의하면 개량메주로 분류되어 전통발효식품의 범주를 벗어난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우리 식품분야에서도 발전된 과학기술을 폭넓게 받아들여 활용해야할 당위성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식품공전의 기준을 개선하여 우수 균을 접종해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메주를 만들어 띄우면 전통메주로 분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유해물질생성으로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전통제조기준을 그대로 활용하되 미생물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 놓아야 한다. 전통식품이라 하더라도 골격이 되는 제조방법은 승계하여 사용하되 과학이 관여해야하는 균주관리는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관련 업계와 관리기관의 심도 있는 검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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