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통 식품에 과학기술 접목을
[기고] 전통 식품에 과학기술 접목을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1.01.1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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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등 시대 조류 맞춰 새로운 개념 정립 필요
정의·표준 규격 개선하고 비싼 원료 제한 풀어야
기계화 땐 안전성 확보·품질 균일화에 생산성 향상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학교·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전통식품은 한 민족의 역사와 거주민의 슬기가 배어든 창조의 산물이며 지역민과 한민족의 동질성을 정립하는 중요한 매체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자연환경과 사회변화, 생활 여건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갖고 현실에 적응하는 생명체와 닮았다. 이런 변화는 인류문명과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람은 두 발로 걷는 이점으로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고 불을 이용함에 따른 영양 섭취 범위가 넓어지면서 뇌기능이 획기적으로 진보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인문 사회쪽보다는 생존에 더 필요한 기술의 발전이 먼저였다. 뒤돌아보면 인류의 역사인 250만 년의 전 과정에서 지난 500년 사이에 과학기술이 가장 급속 발전을 해왔고 지금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새로운 산물이 나오고 있다.

우리 식품도 먹는 대상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가공기술의 획기적 발전으로 실로 가늠하기 어렵게 많은 가공제품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으며 제한된 저장 기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며칠이 아니라 몇십 년까지 식품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기술이 도입되어 우리 식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이런 변화의 반작용으로 옛것에 관한 관심이 두드러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전통식품이란 우리가 오래 먹어 와서 관습적으로 친밀한 식품이고 상당한 역사가 있으면서 한 지역에 사는 거주민에게 친숙한 식품이 되었다. 사전적 의미에서 전통이란 예로부터 계통을 이루어 전하여 내려오는 것이고 전통에 따른 식품을 전통식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적(식품산업진흥법 제2조 사항)으로는 “전통식품”이란 국산농수산물을 주원료로 하여 예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원리에 따라 제조·가공·조리되어 우리 고유의 맛·향 및 색을 내는 식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단히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더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예로부터는 몇 세대, 몇 년을 의미하며 전승이란 구술인가, 기록인가. 더욱 전승된 원리는 고정된 것인가, 가변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가. 가까운 일본은 전통식품 개념보다는 향토식품으로 지역성에 기반을 두어 차별화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는 지역적 특성과 역사성을 갖춘 식품이 있으나 시대가 변하고 급속한 산업화로 지금은 그 명맥을 잇는 데 여러 이유로 어려움이 있다. 특히 소비자의 선호도가 점점 떨어지고 나이 먹은 세대의 전유물로 전락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법에 따라 규정된 전통식품 규격집에 올라있는 품목은 2020년 기준 한과류 등 84개가 지정되어 있다. 전통식품이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 조류에 맞게 개념 정립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전통식품산업도 시장에서 수요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자연히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이제 전통식품도 크게 발전한 과학기술을 과감히 수용하여 변화를 꾀해야 한다. 특히 발효식품, 예를 들면 장류, 김치, 젓갈, 식초 등은 과감히 우수 균을 선발, 접종하여 품질을 향상하고 품위의 균일화, 이상 발효에 의한 위해 가능성을 배제하면서고 품질 열화를 막아야 한다.

얼마 전 전통메주에서 진균독(mycotoxin)이 검출되어 안전성이 우려되었는데 자연발효를 하는 전통메주의 특성상 우수 균에 의한 유해균의 억제 방법 이외에는 근본적으로 유해균 증식 억제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우수 균을 사용하면 안전성 확보는 물론 우수한 품질의 장류를 얻을 수 있고 맛의 다양화도 기대할 수 있다. 김치도 균 관리함으로서 품질 균일화, 안정성 확보, 보존기간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식초는 이미 종초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젓갈도 우수 균 이용 가능성이 크다. 모든 전통식품의 제조과정도 전통과는 동떨어지게 기계화된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통식품의 기본개념은 따르되 개발된 과학기술을 가공 공정에 적용,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고 생산자에게도 공정의 안정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다양한 양질의 신제품 개발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전통식품가공에 확립된 과학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통식품의 정의와 표준 규격 등을 시대 조류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또한 최종 제품의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원료의 사용 제한도 산업 육성과 소비자 보호 입장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통식품 육성은 농어민 소득 증대와 연결한 개념은 이해하나 시대 상황이 변한 현시점에서는 진취적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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