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내준 ‘펫푸드’ 식품 업체 탈환 나서
안방 내준 ‘펫푸드’ 식품 업체 탈환 나서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0.11.12 0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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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2700억 시장 연간 10% 성장…수입산이 65% 꿀꺽
동원, 참치 활용한 캣푸드 생산…일본 등 수출
풀무원건생·하림·한국야쿠르트 등 잇따라 참여
식품 원료로 영양 설계·안전성·프리미엄화
소비자 인식 개선·산업 활성화·제도 정비 시급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작년 국내 반려동물 가구는 전체 가구의 26.4%(591만 가구)였다. 이를 인구로 환산하면 1500만 명에 달하는 수치로 10년 전(17.4%) 통계 보다 약 9% 증가했다. 농경연은 올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를 3조3000억 원 대로 전망하고 2027년 까지 약 6조 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을 예상했다.

반려동물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펫푸드(사료·간식)는 최근 5년 새 연평균 10%대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유로모니터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펫푸드 및 펫 처방식 시장은 2018년 보다 약 10.5% 성장한 1조2715억 원 규모였다.

△2015~2019년 국내 펫푸드 시장 및 처방 사료 시장 규모(판매액 기준)
△2015~2019년 국내 펫푸드 시장 및 처방 사료 시장 규모(판매액 기준)

이 가운데 약 65%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농촌진흥청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국감에서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5년간 반려동물 사료 무역수지 적자가 1조원(개 사료 6억 7천만 달러, 고양이 사료 2억 5천만 달러)이 넘는 것을 지적하고 펫푸드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원료‧가공‧표시기준 등을 명시한 ‘펫푸드관리법’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펫푸드는 ‘사료관리법’에 의해 양축용 사료와 동일하게 관리되고 있어 세분화·고급화하는 소비트렌드에 대응하기 어렵고 관련 통계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실시한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펫푸드 구입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안전성18.7% △영양성분17.9% △가격15.2% △기능성12.5% △브랜드12.4%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습식·처방식 등 고품질·프리미엄 중심의 수입제품과 달리 국산 펫푸드는 건조사료 등 저가제품이 많아 국산은 품질이 낮다는 소비자 인식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 단체는 현재 국산 펫푸드에 대한 기준 등급과 관리 체계가 부실해 제품 세부정보 확인 및 검증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펫푸드에 특화된 관리 기준 마련과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최근 농식품부가 펫푸드 산업 활성화 및 관련법 정비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달 7일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기존 실시하던 국산 사료 성분검정과 별개로 유해물질 분자량과 식중독균 등 특이단백질 측정이 가능한 질량 분석시스템을 추가 도입해 국산 펫푸드의 성분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국산 제품의 안전성을 식품수준으로 높일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퓨리나(Nestle Purina), 로얄캐닌(Royalcanin), 네츄럴코어(Naturalcore)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장악한 국내시장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한 토종 업체들의 고군분투도 이어지고 있다.

하림은 지난 2017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만 사용한다는 ‘100% 휴먼 그레이드’를 슬로건으로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이와 동시에 충남 공주에 국내 최대 규모 펫푸드 전용 생산공장 ‘해피댄스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식품수준 관리와 선입선출 방식(FIFO) 물류라인 구현하는 등 펫푸드 품질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후 ‘더리얼, 가장맛있는시간30일, 밥이보약’ 등의 브랜드를 잇따라 론칭하며 프리미엄 펫푸드 라인업을 완성한 하림은 올 4월 감사보고서 기준, 작년 103억27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매출(22억8400만원)보다 약 4.5배 성장한 수치로 매출 증가율은 352%다. 그러나 높은 매출원가(약95억) 비중으로 2년째 약 73억 원 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림 관계자는 “프리미엄 펫푸드 내실 다지기를 위한 영업 손실은 장기적 관점의 투자로 보고 있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조시설을 오는 내후년 까지 확대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 공주 소재 국내 최대 규모 펫푸드 전용 생산 공장 ‘하림 해피댄스 스튜디오’
△충남 공주 소재 국내 최대 규모 펫푸드 전용 생산 공장 ‘하림 해피댄스 스튜디오’

풀무원건강생활은 지난 2013년 기존 식품시장의 ‘바른먹거리’ 원칙을 바탕으로 펫푸드 브랜드 ‘풀무원아미오(Amio)’를 론칭했다. 수년간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왔고 지난 3분기, 작년 동기대비 약30% 이상 매출 성장을 거두는 등 최근 매출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아미오는 기존 풀무원의 무첨가 원칙을 계승해 합성첨가물(보존·감미료)을 첨가하지 않고, 쌀겨, 닭간, 골분 등 부산물이 아닌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원육과 통곡물, 통견과류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특징. USDA(미국농무부 유기농 인증)와 ECOCERT(유럽 유기농 단체 인증)로 부터 인증 받은 천연원료를 70~95% 이상 사용하고 영양성분도 AAFCO(미국사료관리협회) 기준을 토대로 과학적이고 영양학적으로 설계한다.

풀무원건생 관계자는 “안전성 등을 이유로 해외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반려인이 많지만 풀무원아미오는 식품 노하우와 원료안전성, 투명성을 바탕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며 “풀무원 식문화연구소를 통해 소형견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펫푸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동물복지 원료를 사용한 주식 제품도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원F&B는 참치 원어 기술과 특허를 바탕으로 약 30년간 캣푸드(Cat Food)를 생산하고 있다. 참치 해체 후 5분 내 통조림에 담고 참치 붉은 살을 추가해 고양이 건강과 운동기능에 꼭 필요한 타우린, 아르기닌 등 영양소를 배가 시킨 것이 특징. 동원은 이를 통해 1991년부터 애묘(愛猫)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캣푸드 브랜드 AXIA에 OE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5억5000만 캔 이상 수출됐다.

동원F&B가 2014년 국내 론칭한 ‘뉴트리플랜(NUTRI PLAN)’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100%대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동원은 2018년 세계적인 건식 펫푸드 기업 뉴트람, CP그룹 등과 국내 독점 MOU를 맺은데 이어 작년 창원공장 증설 투자로 연간 1000만개의 펫푸드 파우치 생산도 가능해졌다.

최근 애견용 사료를 선보이며 애견시장에 진출한 동원 뉴트리플랜은 작년 12월부터 중국 홍콩 대만 인니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시장 수출망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6월 유산균(사균체)을 더한 반려동물 영양간식 '잇츠온펫츠 펫쿠르트'를 출시하고 펫푸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사 프로바이오틱스 기술을 적용한 반려동물 장 건강에 좋은 원료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 특징. 핵심 제품 ‘펫쿠르트 리브’는 한 포 당 유산균 100억 CFU가 투입된 반려동물 전용 프로바이오틱스다. 제품은 한국야쿠르트의 ‘특허 HyPet 유산균’을 함유했다.

반려인 증가 속 기업들의 펫푸드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해외 유명 브랜드의 득세로 버티기 어려운 현실도 존재한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펫푸드 브랜드 'CJ 오 프레시'와 '오 네이처'를 출시했으나 수익성 악화로 작년 하반기 사업을 철수했다. 빙그레도 2018년 반려동물 전용 우유 '펫밀크'를 론칭했으나 지난해 철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십 년간 집약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외국기업을 급히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펫푸드 시장은 놓치기 힘든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어 각 사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우선 우수한 몇몇 고품질 제품을 통해 국산 제품의 전반적인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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