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의 반복적 발생과 가열조리 축산물의 안전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35)
고병원성 AI의 반복적 발생과 가열조리 축산물의 안전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3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12.0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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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닭·오리 유통 안 돼…살처분은 재고 필요

지난 11월 28일 전북 정읍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진됐다. 가축 방역당국은 '전국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한 데 이어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AI의 확산을 막느라 노력중이다. 최근 야생조류에서 잇달아 고병원성 AI가 확진됐으나 가금농장에서는 첫 감염사례다. 이 H5N8형은 앞서 확진된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와 같은 유형이다. 고병원성 AI는 2014년 1월 이래 매년 겨울철 수백 건씩 발생해왔으나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사례는 2018년 3월 17일을 마지막으로 2년 8개월 만이다. 전국 전통시장에서는 살아있는 병아리와 오리의 유통이 금지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조류독감이라고 알려진 AI(Avian influenza), 특히 H5N8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우려된다. 이는 가금류에만 감염되긴 하나 해외에서는 인간 전염 사례가 있어 걱정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 세상이 난리가 난 통에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등 동물 유래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어 동물성 식품에 대한 혐오현상으로까지 확산될까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최근 불어 닥친 식품산업의 ‘식물성’ 바람, ‘대체육’ 바람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아온 철새나 야생동물이 바이러스를 퍼뜨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과거 수차례 고병원성 AI가 발생된 바 있다. 2003년 말부터 2년에 한 번 꼴로 겨울철에 야생철새가 한반도로 유입될 때마다 여지없이 AI가 발생해왔다. 조류의 호흡기 분비물이나 대변 등에 오염된 기구, 매개체, 사료, 새장, 옷 등이 AI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는 닭, 오리, 야생 조류에서 생기는 AI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말한다. 전파속도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한데,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高)병원성’과 ‘저(低)병원성’으로 구분한다. 고병원성 AI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A등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사실 AI는 겨울철 조류(鳥類)에 발생하는 감기에 불과한데, 드물지만 혹시라도 사람에게 옮아 감염증을 일으킬 가능성 때문에 이리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2003년 말부터 5년간 인체 감염사례가 376건 보고됐고, 238명이 사망했었다. 2014년 이후에도 중국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는 바람에 불쌍한 닭, 오리를 수 천만마리나 땅에 묻어 살(殺) 처분하고 있는 것이다.

AI는 닭, 오리 등 조류에게 호흡기 증상과 설사, 급격한 산란율 감소를 보인다. 사람에 전염되면 38℃ 이상의 고열이 나면서 기침, 목통증,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닭과 오리는 살 처분하므로 아예 그 고기나 계란이 시장에 나오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치킨이나 계란 등 음식을 통한 AI의 감염은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 이상에서 5분 이상, 80℃에서 1분만 가열해도 사멸하기 때문에 특히 가열 조리된 음식을 통한 AI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예방법으로 유행지역 출입을 피하고 닭, 오리 등 가금류와의 접촉을 피해야 하며, 소하천, 소류지, 농경지 방문을 자제하고 개인위생도 매우 중요하다. AI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지만 원인 바이러스의 변종이 워낙 다양하고 매번 다른 변종이 출몰해 그 효과는 불분명하다. 감염 시 타미플루(Tamiflu)와 같은 항바이러스제 투여로 치료하고 있다.

정부는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뒤끝 없이 안전한 ‘대규모 매몰 살처분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제는 2020년이다. 국민들은 동물 유래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코로나사태로 어느 정도의 위험과 불편함은 인류가 감내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닭, 오리를 매몰해 얻는 편익과 농가 보상금, 매몰지의 지자체 관리비용, 그리고 침출수, 토양과 지하수오염에 의한 환경오염 피해 등 우리 인류와 후손이 지불해야 할 비용까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농가의 보상금도 우리 모두의 재산이고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줄 환경과 지하수 오염문제도 미래에는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이제는 전통적 매몰이 아닌 다른 합리적, 전략적 대책을 마련했음 하고 매년 반복되는 AI의 실효성 있는 예방책도 조속히 나왔으면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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