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주스의 진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31)
ABC주스의 진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3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11.09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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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끄는 사과·당근 등 과채음료 효능은 과장

요즘 코로나로 ‘건강식품’이 인기다. 특히 병원성 바이러스 여파로 동물성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며 ‘식물성’이 덩달아 뜨고 있는데, 이에 편승해 ‘ABC주스’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100% 착즙, 유기농, 비가열 압착, 프리미엄 신선 컨셉의 ABC주스를 출시하고 있고 무색소, 무방부제(보존료), 무향료, 무설탕 등 소위 ‘무첨가 마케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산 원산지 마케팅, HACCP 인증시설 홍보로 신뢰성을 높이고 환경호르몬, 미생물 증식을 차단하는 다중 파우치 포장을 부각시킨 ‘안전(安全) 마케팅’도 등장해 연일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ABC주스’는 ‘사과(Apple), 비트(Beet), 당근(Carrot)’을 원료로 제조한 과채음료다. 최근 건강정보 TV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 해독작용 등 효능·효과를 홍보하며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TV 건강프로가 이 제품을 의도적으로 띄운 측면도 있다. 방송 직후 바로 인근 홈쇼핑 채널에서 ABC주스를 판매하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과, 비트, 당근의 사실적 장점만 이야기 하면 되는데, 다이어트, 체지방 감소, 해독(解毒), 클렌즈 등 엉터리 과대광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식약처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올 7월부터 대대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단속했다. 그 결과, ABC주스를 포함한 과채주스와 음료에서 허위·과대광고 175건을 적발했고 해당 사이트 차단 및 위반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적발 내용은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시키는 광고”가 9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조직의 효과·효능 관련 거짓·과장 광고”가 53건, “재료의 효능·효과를 표현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가 14건, “질병 예방·치료 효과 표방 등”이 10건, “의약품으로 오인, 혼동”이 2건 순이었다.

해독(解毒)주스(디톡스주스)의 가격은 일반주스 대비 2~3배 비싸 소비자들의 기대와 믿음이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는 달리 거의 모든 해독주스는 실제 해독 능력이 없거나 인체 내에서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다. 게다가 일반 주스 대비 당 함량이나 열량은 오히려 높아 다이어트 목적으로 먹는 사람에겐 약(藥)이 아니라 오히려 독(毒)인 셈이다.

사실 과채주스의 당과 열량이 높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 문제가 아닌데, “열량이 낮은 척, 착한 척, 몸에 좋은 척” 비싼 값으로 팔고 있는 것이 문제다. 과일 속 천연(天然) 당으로 단 맛을 내면 건강에 무조건 좋고, 비만도 유발하지 않고 다이어트에 좋은 착한 당인 척 광고하며 파는 것이 바로 문제의 본질이다.

그리고 ‘해독(解毒, detoxification)’의 사전적 의미는 “몸 안에 들어간 독성물질의 작용을 없앰”이다. 즉, 이미 몸 안에 흡수돼 체내 축적된 독성물질을 제거하거나 작용을 없애주는 식품이라야 해독식품이라 칭할 수가 있다. 불행히도 이미 축적되고 흡수된 독성물질을 빼 낼 수 있는 음식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 효능을 가진 약도 없다. 물론 미세하게나마 제거하는 기능이 있고 시험관에서는 그런 작용을 보일 수는 있지만 실제 인체에서 영향을 줄 정도로 강력한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

시중에 파는 해독주스란 과채류에 들어있는 미량의 농약, 중금속, 자연독 등의 흡수를 줄여줘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정도를 줄여주는 예방적 성격이기 때문에 엄밀히 이야기하면 해독주스라 해서는 안 된다. 이들 얌체 업체들의 클렌즈주스 해독작용 강조 마케팅은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이라 봐야한다. “우리는 생과일, 생야채를 써서 비싼 프리미엄 제품이고 몸에도 좋다! 인공 당을 쓰는 다른 싸구려 과채주스들은 몸에 나쁘다!”와 같은 광고인데, 미미한 과학적 영향을 이런 음식을 먹었을 때 인체에도 영향이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한 것이다.

물론 광고의 주관적 선을 넘나들고 있어 처벌하기에 애매한 측면도 많다. 결국 소비자가 시장에서 외면하고 퇴출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시중에 팔리고 있는 과채주스들은 건강을 위한 영양소를 공급해 주고 단맛과 청량감으로 사람의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등 긍정적 효과를 주기는 하나 해독을 시킨다든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효과는 모두 근거 없는 환상이라고 보면 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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