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분야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본지와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소장 문정훈)이 식품업계가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선정, 소개한다. 푸드비즈니스랩은 ‘더 잘 먹고, 더 잘 마시고, 더 잘 노는’ 세상을 위해 식품 제조부터 외식, 마케팅, 푸드테크 등 업계와 소비자들의 눈이 번쩍 뜨일만한 최신 식품연구 소식을 전한다. 최근 3년여 이내의 식품 및 외식 분야 마케팅, 경영전략, 유통 등 분야의 우수 논문들을 발췌해 그 속에 담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자들은 최근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동물복지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관련 원료를 활용한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떤 관능적인 특성을 느끼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제조상, 관능적으로 차이가 없는 제품인데 예컨대 ‘동물복지’ ‘무항생제’ ‘방목 사육’ 등 프리미엄 원재료에 대한 정보만으로도 소비자는 맛을 다르게 인식할까라는 질문에서 실험 설계가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건조 육가공품을 대상으로 소비자 관능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물로는 국내에서 생산, 시판 중인 살라미 제품을 사용했다. 총 세 가지의 제품을 썼는데 각각 무항생제 인증 돈육, 동물복지 인증 돈육, 그리고 방목 돈육을 원료로 한 살라미 제품이었다. 실험을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제품 시식회를 연다고 온라인에 공고하고 총 140명의 자발적 참여자를 모집했다.
각 참가자들에게 똑같은 시식용 돈육 살라미 샘플을 두 번씩 제공하면서 한 샘플은 ‘이 살라미는 항생제를 전혀 주지 않고 기른 돈육으로 만든 것’이라는 설명하면서 제공하고, 또 다른 샘플은 이번에는 무항생제라는 정보를 주지 않으며 제공했다. 같은 방식으로 동물복지 인증 돈육 살라미와 방목 돈육 살라미를 참가자에게 제공했다. 과연 이런 정보 제공의 차이가 관능적 평가에서의 차이와 지불의사에서의 차이를 만들어 냈을까?
무항생제 살라미의 경우 무항생제 원료를 썼다는 정보를 제공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비교해보니 해당 정보를 제공했을 때 똑같은 살라미였음에도 산미가 더 낮다고 느끼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를 보였다. 동시에 더 높은 관능 만족도와 구매의사, 더 높은 지불의사(647원/200g)를 보였다.
또 동물복지 인증 원료를 썼다는 정보의 제공 여부에 따라서는 동물복지라는 정보가 제공됐을 때 식감이 더 부드럽다고 느꼈고, 관능 만족도와 구매의사도 더 높았으며, 지불의사도 200g당 869원 더 높았다.
마지막으로 방목 돈육 살라미의 경우 방목했다는 정보를 제공했을 때가 제공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맛이 더 새콤하고 달다고 느끼며, 식감도 더 촉촉하게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관능 만족도, 구매의사가 더 높게 나왔으며, 지불 의사 역시 200g당 637원 더 높게 나왔다.
최근 동물복지, 방목 등 지속가능성 관련 축산물 제품에 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나 제조사 및 외식업체의 입장에선 원가가 높은 이러한 프리미엄 소재를 썼을 때 과연 비즈니스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실제로 동물복지 인증의 경우 살충제 사건이 있었던 계란을 제외하고는 제품 출시가 국내에서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작년 마켓컬리가 출시한 동물복지 우유의 경우 출시 후 10개월간 65만 개가 판매됐고 재구매율은 29%에 달했으며 전체 상품판매량 기준 4위를 차지해 신제품 개발에 있어 무항생제, 동물복지, 방목사육 등 프리미엄 원재료로도 충분히 비즈니스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 주고 있다.
해당 연구의 자세한 내용은 서울대와 센소메트릭스의 연구진이 Food Science of Animal Resources지에 2021년 1월에 출간한 본 연구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의 살라미 제품에 대한 관능 평가 및 구매 행동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 of Sustainability-Related Information on the Sensory Evaluation and Purchase Behavior towards Salami Products)’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