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야기⑨:미나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51)
식재료 이야기⑨:미나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5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4.12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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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 강한 봄철 채소…영화 바람 타고 가격 쑥
나물로, 요리로…향기 물질 피톤치드 성분
인터넷 정보에 다양한 효능…일부는 과장
‘복어탕에 미나리’…우리 음식문화의 지혜
‘변비에 효과’ 근거 있어…다이어트에도 도움

영화 ‘미나리’가 제93회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포함한 6개 부분에 후보로 올라서 화제다. 주연배우 윤여정 씨가 한국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다. 어디서도 죽지 않고 잘 자라는 미나리의 강한 생명력을 연상해 영화 제목으로 정한 것 같다. 이 덕에 미나리 판매량도 순식간에 2배 이상 뛰며 채소 시장의 단비로 불린다. ‘나혼자산다’ 등 여러 쿡방에서도 최근 미나리를 식재료로 많이 다뤄 시너지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 미나리 가격이 최근 5년 사이 최고가를 기록 중인데, 지난 3월 19일 도매시장에서 미나리 20kg 묶음 상품이 10만 7414원을 기록했고 한다. 작년 2020년 가격이 6만 9802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거의 50% 오른 셈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미나리(water-dropwort, 水芹)’는 말 그대로 ‘물에서 자라는 나물'이라는 뜻인데, 한국이 원산지로 논이나 습지, 물가의 습한 곳에서 흔히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미나리는 한 겨울을 제외한 3월부터 12월까지 자라는데, 가장 맛있을 때가 바로 지금 봄철이라고 한다. 주로 동아시아에서 재배되며,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야생하는데 그 역사가 오래됐다. 미나리는 향이 강한 여러해살이풀로 병충해와 질병에 강한 생명력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나리는 주로 무쳐서 나물로 해서 먹거나, 생선 등을 이용한 탕, 국 요리의 비린 맛을 제거하는 데 많이 사용한다. 향이 너무나 강해 초고추장을 듬뿍 사용한 무침에도 결코 향이 밀리지 않는 보기 드문 채소다. 이 미나리의 향기 물질은 대부분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터펜 물질이라 호불호가 있다.

인터넷을 서치해 보니 미나리의 효능으로 가장 많이 검색되는 것은 단연 ‘중금속 배출’과 ‘해독작용’이다. 그 표현 수준은 다양한데, 미나리가 몸에 쌓인 중금속을 흡수해 배출해 준다고도 하고, 대사 량이 적은 겨울을 나면서 몸속 독소들을 배출해 준다고도 한다. 이 이야기들은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미나리도 채소이니 식이섬유가 많아 음식과 함께 섭취된 중금속을 흡착해 변(便)으로 배출함으로써 흡수되지 못하게 해 주는 역할 정도는 가능하겠으나 이미 체내에 흡수돼 뼈나 장기, 지방조직에 축적된 중금속 등 독소를 배출하거나 해독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 어떤 약(藥)도 이런 해독 효능을 줄 수가 없는데 하물며 음식이 이러한 효능을 준다는 건 지나친 과장이다. 그러나 “복어 탕에 미나리를 넣는 것은 복어의 독을 중화시키기 위한 우리 음식문화의 지혜다.”라는 말은 딱 맞진 않아도 어느 정도 근거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미나리가 복어 독을 중화시키지는 못해도 적어도 체내 흡수는 줄여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많이 검색되는 미나리의 효능은 “간 활동에 도움을 줘 피로회복에 좋고 술을 많이 마셨을 때 숙취해소 효과를 볼 수 있고 염증을 가라앉혀 급성간염과 술로 인한 간경화에 효과가 있다."라는 것이다. 미나리에 많은 이소람네틴과 페르시카린이란 성분이 염증을 억제하고 항염증 작용도 있어 미나리를 먹으면 항염증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좀 애매한 표현이고 논란의 여지가 크다. 사실 “미나리에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많이 먹으면 이런 효능을 낼 가능성이 있다.” 정도로 표현해야 맞다.

그렇지만 우리가 미나리를 먹고 몸에서 항염증 작용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미나리 섭취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는 항염증 물질의 양은 너무나 미미해 효능을 낼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혈관을 맑게 해주는 성분이 들어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고도 하고, 미나리에는 칼륨 성분이 풍부해 혈관 내 나트륨의 배출을 도와 혈액순환을 원활히 도와준다고도 한다. 미나리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인 퀘르세틴, 켐프페롤 등도 건강 기능 효과가 있는 성분들이라 근거가 있긴 있을 것인데, 실제 체내에서 효과를 줄지는 양(量)을 따져 인체 영향을 검증해 봐야 해 성분의 존재 여부로 추측해 속단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미나리가 변비에 효과가 있다."라는 이야기는 충분히 근거가 있고 가능하다고 본다. 미나리는 채소라 섬유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장운동 촉진 및 변비에 효과가 당연히 있다. 그리고 식이섬유가 많고 칼로리도 적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역시 근거가 있다고 본다.

미나리는 냉장고 보관 시 싹이 날 수 있으니 보관에 주의해야 하고 물에서 자라다 보니 간질충 등 기생충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날로 먹을 때는 세척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데쳐서 먹는다면 기생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도 기생충은 가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미나리뿐 아니라 모든 음식은 양면적이다. 좋은 점을 잘 활용하고 적절한 양 조절하며 섭취한다면 모든 음식이 보약이 될 수가 있다. 가뜩이나 때를 만난 우리나라 고유의 채소 미나리가 더욱더 붐을 일으켜 소비자들의 사랑을 오래오래 받기를 바란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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