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단체소송 빗장 열렸다…집단소송제까지 기업 낭패
소비자 단체소송 빗장 열렸다…집단소송제까지 기업 낭패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04.13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기본법 일부 개정 입법 예고
식품 기업, 소비자단체 소송 남발 우려
‘소송 허가제’ 폐지…기간 단축 효과
자격 제한에 비용·현저성 요건 부가
공정위 “무더기 소송 없을 것” 전망

앞으로 기업을 상대로 한 소비자단체들의 단체소송이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 확대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에 더불어 향후 기업들의 난관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급변하는 소비환경에서 다양한 소비자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5월 2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단 법률에 의해 소비자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공정위 등록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경제단체(대한 상의, 경실련 등) 등과 소비자단체 협의회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주요 골자는 단체소송에 걸림돌이 돼 왔던 ‘소송 허가제 폐지’다. 그동안 단체소송을 위해선 법원에서 소송 허가를 받아야 소송과 가처분을 할 수 있었다. 허가 기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의 시간이 소요돼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단체소송 제도는 2006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8건의 소송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공정위의 입법예고는 소비자 단체소송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자칫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 남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식품 전문 변호사인 김태민 변호사는 식품업계가 우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규제가 하나 더 늘어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소비자단체에서 저가의 식품 값 때문에 거액의 소송비용까지 들여 소송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정신적 피해 배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선뜻 소송을 제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업계를 옥죄는 규제만 늘고 있어 답답하다는 심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더기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단체소송 자체가 소비자 권익에 대한 현저한 침해가 예상만 돼도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라며 “특히 제품의 생산·판매를 막을 수 있는 사전적 구제까지 가능해 집단소송과 더불어 정부가 기업 상대 소송을 이어가는 부분은 염려스럽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건 과한 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할 경우 소비자단체에서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무더기 소송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권익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라는 요건만으로는 청구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어 ‘현저성(어떤 대상이나 속성이 다른 것과 비교해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 요건을 부가했다. 이번 입법예고는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 합리화 등을 통해 정보제공․피해 구제 등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다양한 소비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다 실효적으로 소비자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의미로 봐 달라"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5월 24일까지 이해관계자, 관계 부처 등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법제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