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發 가격 인상, 식품 전반 파급되나
오뚜기發 가격 인상, 식품 전반 파급되나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07.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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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조정…농심·삼양식품도 팜유·밀가루 원가 상승 압박 심해
1분기 영업익 반토막…감내하기 힘든 상황
홈런볼 등 과자 제품 내달 10.8% 인상 예고
캔햄 등 육가공 제품 20여 종도 올릴 채비

결국 라면 값까지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밀가루, 팜유 등과 같은 원재료 값의 지속적인 상승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라면은 서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식품으로, 정부에서도 물가안정의 기초로 삼고 가격 문제에 개입하는 민감 품목이다. 실제 오뚜기는 지난 2월 가격인상을 단행하다 소비자 반발과 정부 압박에 못 이겨 발표 사흘 만에 철회한 바 있다. 이랬던 오뚜기가 오는 8월 1일부로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

작년부터 이어진 원가 압박에 두손 두발을 든 것이다. 라면 원재료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팜유와 소맥분 가격은 올 들어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71%, 27% 인상됐다.

미국소맥협회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가격(미국 현지 시간 4월 22일 기준)이 2014년 12월 이후 최고점인 $7.1/BU를 기록하며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올해 3월 기상호조와 USDA 3월 수급 보고서의 세계 밀 생산량 증가 전망 등의 영향으로 조정을 보이기도 했지만 △미국 북부와 캐나다의 한파 피해 우려 △중국의 밀, 옥수수 수입량 대폭 증가 △유럽과 러시아의 기상악화 등으로 다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지속된 남미 지역의 가뭄, 미국 내 서리 피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 에탄올의 수요 증가로 인한 옥수수의 사용량 증가, 대두 재고량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밀가루, 팜유 등 원재료 값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라면 가격도 결국 올랐다. 이는 과자, 육가공제품 등 식품 시장 전반의 가격 인상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밀가루, 팜유 등 원재료 값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라면 가격도 결국 올랐다. 이는 과자, 육가공제품 등 식품 시장 전반의 가격 인상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예견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라면은 원가 압박에 시달려 왔지만 서민품목이라는 국민 정서를 반영해 과자나 음료 등과 달리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기본 물가 상승률만 보더라도 현재의 라면 가격 인상이 큰 폭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뚜기의 이번 가격 인상은 13년 만이고, 타 라면업체인 농심은 2016년, 삼양식품은 2017년 이후 지금까지 가격을 동결 중이다.

오뚜기가 쏘아 올린 신호탄과 함께 그동안 ‘눈치’만 보던 농심과 삼양식품도 가격 인상 시기를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올 1분기는 물론 2분기까지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0% 감소했고, 삼양식품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보다 46.2% 하락했다. 가격 인상을 통해 이를 만회하겠다는 것인데,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라면 가격 5%만 인상해도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이상 좋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장바구니 최후의 보루인 라면 값의 인상은 식품 전반 가격 인상 사이클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실제 해태제과는 오는 8월부터 홈런볼·맛동산 등 주요 과자제품 가격을 평균 10.8% 인상한다고 밝혔고, CJ제일제당도 8월 중 캔햄을 비롯한 육가공 제품 20여 종의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다.

식품관련 학계 한 교수는 “라면은 특히 가격인상에 매우 조심스러운데도 오뚜기가 (가격을)올렸다는 것은 원가상승 부담을 감내하기 힘든 상황까지 왔다는 것 아니겠는가”라면서도 “단 물가안정의 기초 표본인 라면 값의 인상은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인상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오뚜기의 라면 값 인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소협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라면의 원재료인 소맥분 및 팜유의 수입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추세인 것으로 나타나 원가압박에 따른 가격 인상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소협 관계자는 “라면은 서민물가를 책임지는 대표 품목으로, 소비자의 식생활에서 라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적인 품목이다. 소맥분과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원재료 가격이 평년보다 상승하는 시기를 틈타 가격을 올려버리는 기업들의 행위는 규탄 받아 마땅하며, 오뚜기의 이번 가격 인상이 다른 라면 제조업체들의 연쇄적 가격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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