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2차 대란 예고…이달부터 20~30% 대폭 인상 통보
밀가루값 2차 대란 예고…이달부터 20~30% 대폭 인상 통보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11.01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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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분 업계 상반기 이어 6개월 만에 추가 인상…제과·제빵 등 업계 비상
미국·러시아 등 수입 밀 흉작에 해상 운송료 급등
라면 업계 연단위 계약으로 추가 인상 고려 안 해
중소 식품 업체엔 타격…가격 조정 어려워 경영난

밀가루값 2차 대란이 예고되고 있어 관련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하고 있다. 식량 가격이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애그플레이션’ 우려에서다. 실제 5월 밀가루값 인상 후 8월부터 라면업계를 비롯한 제과·제빵업계에서는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최근 제분업체 S사와 D사는 관련 대리점 업체에 11월부로 밀가루값을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인상 계획안을 갖고 있던 C사도 계획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논의 중에 있다.

5월 한포당(20kg) 1000~2000원 인상한 바 있는 제분업계가 6개월 만에 추가 인상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증가율이 20~30%에 달한다는 것. 현재 한포당 1만 6000원(대리점 납품가 기준)을 감안할 때 3200~4800원가량이 오르는 셈이다. 최근 10여 년간 이 정도의 가격 상승률은 없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 경우 올해 밀가루값 인상은 최대 7000원 가까이 상승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밀가루값 대란이다.

미국發 국제 밀 이슈로 국내 제분업계가 이달 중 밀가루값 인상을 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인상은 역대 최고치인 한포당(20kg) 20~30%가 예상된다.(사진=식품음료신문)
미국發 국제 밀 이슈로 국내 제분업계가 이달 중 밀가루값 인상을 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인상은 역대 최고치인 한포당(20kg) 20~30%가 예상된다.(사진=식품음료신문)

가장 큰 원인은 주요 밀 생산국인 미국 밀의 가격 급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과 비교해 올해 10월 기준 60% 이상 가격이 인상됐다. 아이오와주 등 미국 북부의 주요 곡물 생산지역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 농무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재배되는 밀 등 주요 작물의 63%가 흉작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밀의 생산량이 현격하게 감소하다 보니 가격이 상승한 것.

미국, 캐나다, 호주와 더불어 국내 제분업계 수입량이 높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한 농업연구기관에 따르면 밀재배 지역의 토양 수분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항만 효율성 감소도 타격이 크다. 해상 운임료가 작년 12월 대비 올해 10월 기준 260%가 오른 것은 차지하더라도 선적이 안되다 보니 물량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제분업계 한 관계자는 “8월부터 가격 인상안에 대해 고민해 왔다. 현재 논의되는 20~30% 인상안도 국제 밀 가격 상승률과 해상 운임료 상황을 감안하면 최소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현재는 업계도 한계에 봉착한 만큼 이달부터 각 공급처로 가격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제 밀 수확이 끝나 지금 당장은 국내 수입되는 밀가루 가격이 오르겠지만 내년 작황이 좋아지고 해상운임료가 안정화되면 제분업계에서도 납품가에서 가격을 조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2~3개월 사이 소비자 가격을 올린 라면, 제과·제빵 등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식품업계도 난감한 입장이다. 원재료값이 인상되더라도 한계 수용치라는 것이 있는데, 20~30%가 상승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식품업계는 원료업체와 연 단위로 구매계약을 체결한다. 이미 지난 5월 밀가루 납품가가 올라 더 이상의 추가 인상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원료값이 오르더라도 납품가의 변동이 없다면 소비자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소비자를 위한 선택으로 원료업체와 식품업체가 이를 상당부분 감내한다”고 말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도 “국제 밀 이슈로 인해 밀가루값이 오른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아직까지 회사 차원에서 가격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장기간 구매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중소식품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중소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업계는 원료값이 오르더라도 대기업과의 가격경쟁 문제로 제품값 인상이 쉽지 않다. 갈수록 경영난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이 같은 원료값 상승은 중소업계의 존폐와 직결된다”고 토로했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원재료값 폭등으로 고충을 겪는 식품업계를 위해 융자금리 인하 등 금융 지원 및 통관이 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김정주 식량정책과장은 “국내 밀도 아니고 수입 밀에 대해 정부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적에 대한 지원 부분에 관련해서도 그는 “국적사와 컨테이너 이용에 대한 부분만 협의한 상황이어서 벌크선으로 운송되는 곡물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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