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정감사-농식품부] 잘 나가는 K-푸드 청사진 대신 지적에 그쳐 아쉬움
[2021 국정감사-농식품부] 잘 나가는 K-푸드 청사진 대신 지적에 그쳐 아쉬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10.06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공식품 국산 원료 비율 낮고 식량 자급률 55% 달성 어려워
경쟁입찰 군급식 수입산 유리…공공기관 ‘파오차이’ 표기는 잘못
네이버 등 통신판매중개업 원산지 표시 위반 매년 증가 추세
달걀값 폭등, 수입으로 해결 못 해…국내 생산 늘리는 게 바람직
김현수 장관 “지역 농산물 우선구매 전달…표시 위반 대처 논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5일 개최된 2021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관심은 올해도 1차 산업에 국한된 농업뿐이다. 식품산업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식품이라는 명칭이 빠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를 몰고 온 상황에서도 식품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작년 식품산업 생산실적은 전년대비 4.1% 증가한 84조 3300억 원을 기록했다. ‘K-푸드’도 맹활약하고 있다. 라면은 전 세계 입맛을 매료시켰고 만두, 스낵, 김치, 쌀가공식품 등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식품산업이 승승장구하자 농식품부 역시 식품산업 진흥·육성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업해 미래식품으로 꼽히는 고령친화식품, 메디푸드 등 유망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식물성 대체육, 배양육 등 대체식품 원천기술(식물성 단백질 분리·분획·정제기술 및 구조화 기술) 확보를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신성장·원천기술’에 포함, 연구개발비·사업투자비 세액공제를 확대했고, 식품분야에 ICT·AI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융합식품 인재 양성을 위한 푸드테크·미래식품 계약학과를 운영 중에 있다.

이러한 정책 현안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져야 함에도 식품산업에는 철저하게 무관심으로 응대하고 있으며, 오히려 가공식품 사용 원료 중 수입산 비중이 너무 높다는 등 식품산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면서 지적만 하려는 모습에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본지는 그나마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시된 식품산업 관련 키워드를 찾아봤는데, 제시어는 식량안보, 군급식, 수입산 원료, 파오짜이 등이다.

우선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확산되며 식량안보 문제가 중점 과제로 떠오르며, 식량자급률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승남 의원
김승남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곡물자급률 3.4%(쌀 제외)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위기가 감지되는 만큼 국가 주도의 안정적인 해외곡물공급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농식품부는 비상시를 대비해 민간의 해외농업개발 진출을 지원(국비 94억 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해외농업개발에 진출한 민간기업에게 현지 정보를 제공하거나 융자를 지원하는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농식품 수출실적에도 국산원료를 사용하는 가공식품은 2.2%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원택 의원
이원택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 역시 농식품부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식량자급률 55.4%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하고, 식량자급률이 매우 취약한 밀과 수요가 많은 콩의 계약재배 확대를 통한 안정적 생산기반 조성하는 한편 생산-유통-소비의 선순환 체계 마련해 소비 트렌드에 맞는 맞춤형 상품개발 등 식량자급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국내 소비 비중이 높은 밀·콩을 중심으로 국내 자급기반을 확충하고 유사시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축 물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현재 포스코 등 민간 참여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민간을 활용한 보다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실급식으로 논란이 된 군급식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국방부가 일반경쟁 입찰 방식 등 조달체계 변경으로 인해 군 급식 품목의 74.6%를 수입산으로 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재갑 의원은 “군 급식 문제는 전·평시를 고려한 국가안보와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함에도 국방부가 부실 급식의 원인을 애꿎은 곳에서 찾고 있다”며 “자주국방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군 장병에게 교정시설 재소자보다 많은 수입 농축산물을 먹이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일갈했다.

김현수 장관은 “국방부 실무자들과 논의를 통해 국산 농산물을 반드시 써야 한다. 지역 농산물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경쟁입찰이라고 해도 일시적이 아닌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이러한 부분들이 논의되고 있고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양수 의원
이양수 의원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야 할 한식진흥원과 농수산물유통공사(aT) 등 일부 공공기관들이 현재 김치의 바른 표기를 ‘파오차이(泡菜)’로 안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양수 의원에 따르면 한식진흥원은 공식 SNS와 온라인 매거진에서 ‘배추김치’ ‘열무얼갈이김치’ 등의 바른 외국어 표기를 ‘辣白菜 泡菜’ ‘萝卜缨冬白菜泡菜’라고 안내했으며 작년에 주최한 ‘한식만들기 공모전’에도 김치요리를 중국어로 ‘泡菜料理’라고 각각 표기했다.

또한 aT는 외식사업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더외식’ 홈페이지에 ‘한식메뉴 외국어 표기 길라잡이’를 게재하고 모든 종류의 김치를 전부 ‘泡菜’라고 표기했다.

정부는 올해 7월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개정을 통해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농식품부가 2013년에 개발한 ‘신치(辛奇)’로 변경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들이 아직도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으면서 국민에게 중국 문화공정에 대항하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오표기된 것들을 하루빨리 시정하고 국민정서와 정부지침을 무시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의원은 전통주 갤러리에서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는 부분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일반적인 술과 달리 전통주는 우리 술의 진흥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단 전통주는 주원료를 무조건 국산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운영 중인 갤러리에서 버젓이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는 가운데 네이버, 배달의 민족, 11번가 등 주요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올 상반기 원산지 표시위반 물량이 214톤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한 해 적발 물량(182톤)보다 많다. 특히 네이버(140톤)의 원산지 표시 위반 물량이 65%를 차지했다.

윤재갑 의원
윤재갑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정부가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에 대해 영세한 일반 음식점, 식육판매업체, 가공업체 등을 중심으로 연간 20만 인력을 투입해 단속하고 있지만 대기업, 외국계 프랜차이즈기업은 연간 1~2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알아서 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며 “이에 따라 관리 사각지대에서 대기업 등에서 원산지 표시에 대해 상시 위반하고 있고, 특히 통신판매중개업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소비자원 조사 결과 네이버, 배달의민족, 11번가 등서 매년 증가 추세”라고 지적했다.

네이버쇼핑 김정우 이사
네이버쇼핑 김정우 이사

윤 의원이 증인으로 신청한 네이버쇼핑 김정우 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관련 위반 사례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사에서도 관리 감독이 미흡한 부분 있다”며 “이에 입점 심사과정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 관리 감독에 대한 강화를 실시하고 있고, 사후 조치에 있어서도 2회 이상 발생 시 판매 사이트 중단 등 강력한 제제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도 원산지 표시 위반 건에 대한 의견이 접수되고 있는데, 업체에서 이를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김현수 장관은 업계와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원산지 표시 위반 문제를 대처할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개호 의원
이개호 의원

‘금계란’으로 불리며 달걀대란이 일던 달걀값 폭등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정부가 731억 원을 들여 달걀을 수입·유통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올 1~9월까지 미국과 스페인, 태국 등에서 달걀 3억 2845만 개를 수입하는데 국비 731억 원을 사용했지만 9월 중순까지 개당 달걀 소비자가격이 216원에 달하면서 수입으로 달걀값을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무조건 수입해서 달걀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대책이 효과가 없는 만큼 국내 생산기반을 회복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