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식품산업의 세계 비전
[기고] 한국 식품산업의 세계 비전
  • 이철호 명예교수
  • 승인 2021.11.23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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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곡물 자급률 부족 속 국민 먹여 살리는 산업으로 성장
세계화 걸맞게 기아 종식 위한 민간 지원 관심 가져야
△이철호 명예이사장
△이철호 명예이사장

COVID-19 팬데믹으로 세계의 기아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유에 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2020년 세계 기아인구수는 코로나 발생 이전 연도(2019년) 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 전체 인구 중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인구 비율이 2019년의 8.4%에서 2020년 9.9%로 증가한 것이다. 인구 10명당 1명이 굶주리고 있다.

세계의 기아 문제를 들여다보면 실체는 더욱 심각하다. 2020년 기아인구수가 8억 1천만 명이라고 하지만 영양 부적합 인구수는 24억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기아선상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더라도 만성적인 식량부족으로 영양결핍 현상을 나타내는 인구가 3명 중 한 명꼴로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야기된 곡물 수출국들의 수출 제한과 인력수급의 차질에 의한 농업 및 식품산업의 생산 감소와 물류 대란, 그리고 경기침체에 의한 전반적인 소득 감소와 빈민화가 세계 식량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연합이 그동안 공들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30)의 성과를 무위로 돌아가게 했으며 특히 빈곤퇴치와 기아종식 목표는 더욱 거리가 멀어졌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A. Guterres)는 지난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 식량시스템정상회의(UN Food System Summit)에서 수억 명이 굶주리는 반면 수억 명이 비만으로 고통받는 오늘의 불평등한 식량체계를 지적하며, 식량의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의 과정에서 식량의 1/3을 낭비하고 지구 온실가스의 1/3을 방출하는 불합리한 식량체인을 조속히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FAO 취동위(Qu Dongyu, 전 중국 농업부 차관) 사무총장은 기아종식을 위한 민간부문 서약(Zero Hunger Private Sector Pledge)을 강조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그동안 기아종식을 위한 민간기업 모금활동을 통해 34개국 40여 기업으로부터 3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후원금을 모았다. 이 사업은 다국적 대기업 후원뿐만 아니라 지역별 농업-식량생산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중견기업들이 많이 참여하여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기아종식과 가난퇴치를 위해서는 식품산업의 기여가 대단히 중요하다. 식품산업이 배고픈 사람이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세계적 사명과 책임감을 깊이 인식할 때 세계의 기아는 종식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의 경제성장으로 기아인구수가 통계에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전체 식량에너지 기준으로 35%에 불과하며 곡물자급률은 21%에 불과하지만 식품산업이 모자라는 식량을 수입하여 가공·공급하고 있다. 한국의 식품산업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세계적인 식품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제 한국의 식품산업은 세계를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적 사명에 접근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발효식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대체육 생산의 필요성이 한국 전통음식의 세계화를 앞당기고 있다. 푸드테크놀로지 매거진 11월 호에 의하면 면역력 증진과 장내 마이크로비옴에 이롭다는 이유로 발효식품의 미국 내 판매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김치를 포함한 발효채소 매출액이 17% 증가하였으며, 발효 장류는 24% 증가했다. 식물성 대체육 매출액은 같은 기간 24% 증가했다. 발효식품과 그 원료의 세계시장 규모는 2030년 6,89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치, 장류, 두부는 이미 세계 식품이 되었으며, 미국에서 팔리는 두부의 반 이상이 한국기업에서 공급하고 있다.

한국 식품산업의 세계화에 걸맞게 한국 기업들은 이제 세계 기아종식을 위한 민간차원의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후원금 지원의 차원을 넘어서 가난한 나라들의 영세 식품기업들에 대한 기술적, 재정적 지원, 가난퇴치를 위한 농산가공 환경의 정착, 식량손실을 줄이기 위한 수확후 관리기술의 이전과 시설 지원 등 실질적이고 가시적 성과를 내는 일에 우리 기업들이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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