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품 소비자 분포 변화에 대비할 때
[기고] 식품 소비자 분포 변화에 대비할 때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2.02.22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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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노령 집단 증가…식료품 지출 비중 높아
연식성·개인 맞춤형 실버 푸드 개발 서둘러야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국내 고령인구 분포가 심상치 않다. 잘 알려진 대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에 든다. 평균수명은 늘고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0.84명 정도로 앞으로 상황은 계속 나빠질 추세이다.

이런 큰 흐름은 국가정책의 수용 가능한 변화가 없고 사회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개선될 가망은 낮아 보인다. 특히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는 심각 정도를 넘었다. 전체 인구감소와 더불어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8년 뒤 32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는 바 계속 늘어나는 건강한 노령인구를 잘 관리하는 것이 국가가 신경 써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됐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이유는 잘 관리되고 있는 의료 시스템과 충분하고 균형 잡힌 식품공급, 개개인의 위생을 포함한 자기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더욱 중요한 요인은 나이 든 세대가 경제적 여유가 있어 먹는 음식과 자기관리를 충분히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60세 이상 가구의 연간소득을 보면 3천만 원 미만은 2017년 59.1%에서 2020년 53.4%로 줄었고, 5천만 원 이상은 22.6%에서 26.31%로 증가하였다. 특히 고소득 범주에 드는 7천만 원 이상 소득수준의 인구 비율은 동기간에 12.6%에서 15.5%로 증가해 노령집단의 소득이 크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이들의 식료품 소비지출 비중도 32.3%에서 33.1%로 전체 평균보다 3.1% 높다. 즉 빈곤한 노인 세대가 아니라 소득이 상당히 높은 계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소득 증가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는 것은 다양한 연금 혜택과 개인소득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년층의 관심 사항은 건강이 제일 우선이고, 건강을 자기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이다.

건강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대상은 먹는 음식과 신체 관리를 위한 운동이다. 이 중 음식은 평생 먹어 왔고 그 중요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므로 음식 관리에 아낌없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지출할 의사가 있다. 이런 큰 흐름에서 식품산업의 대처방안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몇 년 사이 식품 산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시니어 푸드 즉 고령친화식품의 관심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고 수요가 있으니 이 시장은 어느 분야보다도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까지 시니어 푸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노령층에 부족한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식품류와 프로바이오틱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산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해 각자 차별화된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자기 상품을 알리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기능성 식품과 HMR, 반조리 식품 등 노령인 선호 식품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상이다.

실버푸드는 보통의 가공식품에서 육체적으로 취약한 노인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개발돼야 한다. 기업에서 실버푸드를 개발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우선 고려돼야 할 사항은 ‘연식성’이다. 지금 시중에 유통되는 간편식이나 HMR은 한두 번은 먹을 수 있으나 며칠 동안 계속 먹으라면 상당한 거부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밥과 김치를 평생 먹는 이유는 담백한 맛과 식성에 맞는 독특한 맛과 향,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 유전인자에 각인되어 있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다음으로 기능이 약해진 소화기 계통에 부담되지 않은 식품으로 조직은 갖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식품이 개발, 보급돼야 한다. 이와 함께 개인 맞춤형 영양균형을 신경 써야 한다. 머지않아 개인별 유전자 정보가 밝혀지면 질병과 필요영양소의 양과 구성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한 식품들이 선보여야 한다.

또한 비만 억제나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을 억제할 수 있는 식단이 개발돼 보급돼야 한다. 이미 발표된 여러 연구 자료에 더하여 큰 흐름을 감지, 실버푸드 개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식품의 제일 요건은 안전성이나 맛이 떨어지면 재구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개인에 따라 입맛은 다르지만 큰 그룹으로 나눠 선호하는 맛의 기원을 찾아야 한다.

끝으로 거대 시장인 동남아 거주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푸드의 개발도 늦출 수 없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중국 등 거대 인구 밀집 지역에서도 장수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노인인구 비중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로 편의식과 소포장 단위의 제품이 선호될 것이다. 소비계층의 큰 변화 흐름을 읽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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