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흙과 멀어지는 농업과 식품산업
[기고] 흙과 멀어지는 농업과 식품산업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1.12.14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수직 공간 스마트팜 단위 면적당 수확량 껑충
농촌 아닌 도시 농업…AI 도입 전자동화 추세
식품 업계 원료 생산·조달 방식 변경 검토할 때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흙 없이는 농작물을 키울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농작물을 키우는 어머니의 역할을 서서히 내려놓고 있다.

식물을 키워 이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한 흙의 용도가 그 역할을 인간 지혜의 영역으로 조금씩 넘겨주고 있다. 사람들이 자기가 먹을 농작물을 스스로 키워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 출현 250만 년 중 지금부터 1만 2천 년 중동지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지능이 발달한 호모사피엔스는 계속 땅의 힘을 빌려 수많은 농작물을 재배해 먹거리로 이용했고 이 식량원을 바탕으로 번성하고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이 흙의 역할이 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액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팜이 인간의 관리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식물공장에서 생산된 다양한 과채류가 소비자의 손으로 전달되고 있으며 그 범위를 급격히 넓혀가고 있다.

딸기는 오래전부터 잘 관리된 온실에서 양액으로 생산돼 계절에 상관없이 소비자를 찾아가고 있으며, 파프리카는 그 큰 키를 자랑하며 하우스 속에서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 연중 싱싱한 작품을 선사하고 있다.

스마트 팜의 특징은 수직공간을 이용해 평면적의 한계가 있는 기존 농업관행을 벗어나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몇 배로 늘릴 수 있으며 여러 미생물과 오염물질이 혼재하고 있는 토양을 피하고 양액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태양광 대신 인공조명으로 식물별 선호파장과 선량을 조절함으로써 최적의 성장조건을 맞춰주고 있다. 거의 완벽하게 환경을 조절함으로써 해충의 접근을 막을 수 있으며 병해관리를 위한 소비자 기피물질인 농약사용을 피할 수 있다.

특히 식물이 꼭 필요로 하는 하루 영양소를 양액에 조합, 공급함으로써 최적의 성장상태를 유지하고 생산되는 산물도 영양소의 구성이 우리가 바라는 쪽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된다.

단위 면적 당 수확량이 늘어나고 생산 시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지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양을 몇 배로 늘릴 수 있어 미래학자들이 예측했던 지구가 수용 가능한 인구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특히 양액을 재순환해 일반 농업에서 문제가 되는 사용 후 잉여 비료에 의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팜은 인간 지혜의 산물로 식량의 한계를 넘어서는 큰 발전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더 발전할 영역이 남아 있다. 스마트 팜 설치비와 양액 비용, 그리고 모든 관리가 전기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 그리고 아직까지는 신선채소류나 과채류에 한정돼 있고 주 식량원의 영역으로 진입하기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

이미 스마트 팜은 농업의 환경을 크게 바꾸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농민이라 분류하는데 이제 농업이 더 이상 농민의 손에 의해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농산업, 즉 기업인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농촌, 농업, 농민의 등식이 깨져가고 있다.

시골이 아닌 도시농업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스마트 팜을 유치, 거주인이 바로 옆에서 생산한 신선한 과채류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이런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으며 관련 과학계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기술 개발을 통해 작물의 범위를 넓히고 LED 조명의 효율성 개선 등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이 계속돼야 한다. 또한 스마트 팜에 적당한 종자육종은 필수영역이며 AI 기술을 도입한 공정의 전 자동화도 늦출 수 없는 연구 분야이다. 또한 수용 가능한 작물의 범위를 넓히는 노력도 게을리할 수 없다고 여긴다.

식품소재 생산방법이 크게 바뀌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식품 업계에서는 원료공급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 것인가의 검토가 필요하다. 녹색식물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다른 미량 영양소를 생산하는 기작이 학술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이 기본원리를 기반으로 적절한 조명, 탄산가스와 질소원을 공급해 이들 식소재를 경제적으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녹색식물의 탄소동화작용 과정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는 있지만 산업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한계가 있어 이들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해 식소재를 더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꿈은 무리일까.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협동연구가 필수이며 산학협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평화롭게 여러 작물이 자라는 들녘과 여기에 삶을 기대고 있는 농민의 역할이 다할까 우려되고 아쉽지만, 어찌하랴 이미 큰 대세인 것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