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 가격 14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 기록…원료난 해소 기대
세계 식량 가격 14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 기록…원료난 해소 기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8.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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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지수 140.9포인트…밀·옥수수·유지류·설탕 등 전반적 하락
업계 10월까지 재고분에 추가 물량 확보 나서
농식품부 시장 상황 점검 물가 관리 추진키로

러-우 사태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세계 식량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곡물과 유지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식품업계 원료난도 해결에 기미가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농식품부에 따르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54.3포인트) 대비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 5개 품목군의 가격이 모두 하락하면서 2008년 10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국제 밀 가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흑해 항구 봉쇄 해제 합의, 북반구의 수확 진행 등의 영향으로 크게 하락하며 전체적인 곡물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옥수수도 러-우 합의, 수확 진전 등에 따라 가격이 감소했고, 쌀 역시 주요 수출국의 환율 변동 등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하락했다.

유지류는 전월(211.8포인트) 대비 19.2% 하락한 171.1포인트를 기록했다. 팜유는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수출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대두유는 지속적인 수요 저조에 따라, 유채씨유는 신규 수확량의 충분한 공급이 예상됨에 따라 각각 가격이 감소했다. 해바라기씨유도 흑해 지역 물류 여건의 불확실성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수입 수요가 감소한 탓에 가격이 하락했다.

육류의 경우 전월(124.6포인트) 대비 0.5% 하락한 124.0포인트로 나타났다. 쇠고기는 주요 생산국의 수출 여력이 수요 대비 증가했고, 돼지고기는 미국 등의 도축용 공급량이 제한적이지만 전반적인 수입 수요가 줄어 각각 가격이 하락했다. 반면 가금육은 북반구의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및 수입 수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사상 최고치로 상승했다.

유제품 역시 전월(150.2포인트) 보다 2.5% 감소한 146.4포인트를 기록했다. 분유 및 버터는 유럽에서 여름 휴가 기간 시장 거래가 저조하고, 대부분 수요자들이 필요량을 이미 확보한 상황이며, 중국의 수요도 감소해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즈는 전반적인 수입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럽 관광지 내 판매량이 증가해 가격 변동이 적었다.

설탕의 경우 전월(117.3포인트)과 비교해 3.8% 하락한 112.8포인트를 기록했다. 2022년 세계 경제 침체 전망에 따른 설탕 수요 저하 우려, 브라질 헤알화 약세 및 에탄올 가격 하락에 따라 브라질에서 기존 예상치보다 설탕 생산량이 증가한 이유다.

또한 인도의 수출량 증가 및 양호한 작황 전망도 설탕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는데, 단 유럽연합에서는 고온 건조한 날씨로 생산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가격 하락 폭이 줄었다.

농식품부는 관련 업계와 주요 곡물 등의 재고 및 시장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국내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주요 수출국 작황 개선, 미국 금리 인상 및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저하 가능성, 유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6월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상반기 대비 가격이 하향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관련 업계(제분·사료·전분당·대두가공)는 올해 10~11월 중 사용물량까지 재고로 보유하고 있으며(계약물량 포함 시 11월~내년 3월), 적정 시기에 추가 소요 물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단기적 수급 문제는 크지 않으며 국제 곡물 가격도 전반기 대비 안정되고 있으나 주요 수출국 작황 등을 지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앞으로도 농식품부는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부처와 협력해 물가 관리를 위한 조치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화물선 4척이 7일(현지시간) 흑해를 통해 추가로 출항했다. 선박 4척은 곡물과 해바라기유 등 농산물 약 16만톤을 싣고 있다.

​러시아 침공 이후 봉쇄됐던 흑해 항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간 합의로 다시 열린 뒤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수출선이 출항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금까지 농산물 약 25만t을 실은 수출선 8척이 흑해를 통해 수출길에 올랐다.

우크라이나의 흑해 수출 항로가 점차 정상화되기 시작하면서 극심한 혼란에 빠졌던 세계 식량 시장도 점차 안정을 찾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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